강남구 서울세관에서 마약조사관 관계자가 적발된 밀수 마약을 전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내년 상반기부터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대상자가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것으로 결정된 것을 놓고 온라인에서는 갑론을박 논쟁이 벌어졌다. "마약 중독 치료까지 건보로 하는 게 맞느냐"는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가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마약 중독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확충하는 등 추가적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지난 달 28일 보건복지부는 올해 제24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을 열고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대상자의 치료보호 비용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내용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부터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대상자는 치료비의 70%를 건강보험으로, 30%를 정부 예산으로 지원받게 된다. 치료보호 대상자란 검찰에서 마약 중독 등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거나 복역 후 출소한 사람, 중독 청소년 등을 말한다.
사실 기존에도 치료보호 대상자는 정부 및 지자체 예산으로 치료비를 전액 지원받았다. 그러나 마약 중독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한정된 예산을 통한 치료비 지원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복지부는 이번 건강보험 적용을 통해 치료 지원의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적발된 마약사범은 약 1만 6000명 이상이다.
마약 중독자 치료보호 비용의 건강보험 적용 계획이 알려지며 네티즌들은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는 "본인 의지로 마약을 시작한 건데 왜 건보로 치료를 하냐", "치료비 안 들여도 교도소에 가둬놓으면 저절로 치료가 될 것" 등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마약 중독 치료에 대한 국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마약중독재활센터 경기다르크 임상현 센터장은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마약 중독은 질병이고 치료가 필요하다"며 "단순히 교도소에 넣는다고 병이 고쳐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국립법무병원 조성남 원장도 "중독 치료 지원은 당장 치료비가 들더라도 장기적으로 범죄 예방, 중독자 건강비용 절감 등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더 많은 중독자를 치료하겠다는 정책 취지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마약 중독 관련 진료를 하는 병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마약 중독 치료보호 기관 22곳 중 실질적으로 중독 환자를 돌보는 기관은 3곳에 불과하다. 중독자가 자발적으로 치료를 희망해도 진료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병원이 마약 중독자를 외면하는 원인으로 마약 중독 치료에 대한 의료진의 높은 업무강도가 지목된다.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국 교수는 "마약 중독은 일반 환자 치료에 비해 훨씬 큰 위험부담이 있으나 이러한 부분을 고려한 의료수가 책정은 아직 검토가 안 되어 있다"며 "단순히 이 조치만으로 치료를 받는 사람이 확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조 원장은 "의료진이 마약 중독 환자를 돌볼 때 일반 환자의 경우보다 10배 이상의 노력이 들어간다"며 "마약 중독자를 진료할 시간에 차라리 다른 질환자 10명을 더 진료하겠다는 의료진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약 중독에 대한 의료수가를 따로 책정하는 체계를 만들어 병원이 마약 중독자 진료 시 의료수가를 2~3배 정도 더 높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약 중독 치료에 대한 인식 개선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교수는 "마약 중독은 나쁜 짓을 저질렀다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치료를 받는 이들이 적다"며 "중독자들이 언제든 의료 기관에 가면 치료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