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계속되는 고금리와 대출 규제 등의 여파로 서울 집값의 '잣대'로 꼽혔던 강남구 아파트값이 7개월만에 꺾였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조정 장세가 예상되는만큼 내집마련 실수요자들은 시장을 관망하며 급매를 노리라고 조언하고 있다.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20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0.00%를 기록했다. 지난 7월 셋째주에 상승전환한 후 4개월 만에 상승세를 멈춘 것이다.
서울은 전주보다 0.03%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상승폭은 전주(0.05%)보다 줄었다. 서울 집값 상승의 '진앙'으로 꼽힌 서울 강남구는 0.02% 하락했고 서초 역시 이번주 0.00%을 기록하며 4월 셋째주(17일 기준)이후 7개월여만에 상승세를 멈췄다. 송파(0.07→0.05%) 역시 상승폭을 줄였다.
강남권에서는 이전 가격 대비 수억원 가격이 떨어진 하락 거래가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차' 전용 196㎡은 67억원에 손바뀜했는데 지난 4월 같은 평형이 78억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6개월만에 11억원 가량 떨어진 것이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114㎡도 지난 7월에는 39억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에는35억5천만원에 거래됐다.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신반포 전용 78㎡도 지난해 6월에는 43억8천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찍었지만 지난달에는 31억원에 새주인을 맞았다.
박종민 기자본격화된 기준금리 급등세의 영향으로 지난해 급락했던 집값은 집값 저점 인식과 기준금리 급등 진정 분위기, 정부의 규제 완화에 힘입어 올해 여름부터 서울 강남권을 시작으로 빠르게 회복됐다. 하지만 최근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 종료와 저가 매물 소진, 여전히 높은 시중 금리, 경기 침체 등 대내외 불확실성 고조 등으로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조정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매수자들은 저가 매물 소진으로 인한 집값 고점 인식으로 관망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매도자들은 미국의 기준금리 조정 시그널과 최근 집값 급등 등의 영향으로 호가를 낮출 요인이 많지 않다.
박종민 기자매물도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8346건으로 올해 1월 1일(5만513건) 대비 55.1% 늘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광진구는 90.1%(960건→1825건)가 늘었고 △서초구 84.8%(3220건→5952건) △강남구 67.4%(4054건→6788건) △관악구 65.5%(1377건→2280건) △동작구 63.7%(1917건△3139건) 등의 순으로 매물 증가율이 높았다.
한국부동산원도 "매도‧매수자 간 희망 가격 차이로 관망세가 깊어지는 가운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축소되고 매수 문의 감소로 일부 단지에서 가격이 조정되는 등 상승폭이 축소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조정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내집마련 등 실수요자들이 급하게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 조언하고 있다.
부동산R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올해 집값 상승을 견인했던 특례보금자리론 등이 종료됐고 상반기 매수의 주요 원인이었던 시장(매수자들)의 가격 저점 인식 상황이 급변한 상황"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큰 변수가 없다면 강보합 상황이 계속될 것 같은데 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시그널이 나왔고 총선을 앞두고 지역별 호재도 나타날 수 있어 매도자들은 매도 호가를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내집마련 실수요자들은 서둘러 집을 사기 보다는 관망하는게 좋을것 같다"며 "내년에 어느 정도 가격이 떨어지면, 고점 대비 20~30% 정도 싼 매물을 중심으로 접근하는게 좋을것 같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