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인구포럼' 에 참석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인구위기 극복'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윤석열 정부의 핵심 내각 참모들이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움직이면서 여권의 준비 태세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등판 여부에 모호성을 유지하던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지난 주말 대구 방문을 기점으로 출마 쪽으로 돌아선 분위기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을 비롯해 다른 장관들도 연말쯤 출마 의사를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지점은 이들의 출마 지역이다.
이미 국민의힘에선 인요한 혁신위가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의 험지 출마, 대통령실 참모 출신들의 특혜 없는 경선 방침 등을 밝힌 바 있다. 이 논리는 출마를 희망하는 내각 참모들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한 장관을 비롯한 이른바 '핵심 장관'들은 데뷔와 함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텃밭인 영남권이나 서울 강남 등지의 출마가 어려워지는 반면, 수도권 험지로 가자니 생존 가능성이 낮아지는 딜레마적인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2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 장관은 이른바 '동대구역 팬미팅'을 기점으로 총선 출마가 기정사실화하는 모양새다. 지난 17일 한 장관은 법무부 공식 일정으로 대구를 찾았다가 시민들이 몰려들며 기차표를 취소하고 3시간 동안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한 장관은 이번주 역시 법무부 일정으로 대전과 울산을 차례로 방문하는데, 정치행보로 해석되며 눈길이 모이고 있다.
한 장관의 역할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상징성 있는 험지 출마로 수도권 선거에 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기대가 있는 반면, 전국을 돌며 선거를 지원하는 '간판'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격전지보다는 '텃밭'인 강남권이나 대구 혹은 비례대표 출마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윤창원 기자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에서는 원 장관의 정치경험 등에 미루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있는 인천 계양부터 경기 고양 등 다양한 출마지가 거론된다.
그러나 이 대표가 인천에서 재선에 도전할지, 비례대표 후순위 등 다른 승부수를 띄울지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 장관의 발언은 변수를 감안하지 않은 원칙적 발언으로 풀이된다. "혜택을 기대하지 않고 가장 어려운 상대와 싸우겠다"라는 선언인 셈이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성남 분당), 추경호 경제부총리(대구 달성),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충남 천안),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부산) 등의 출마도 예상된다. 공직선거법상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는 공직자들은 선거 90일 전인 1월 11일 전에 사퇴해야 한다.
관건은 이들의 출마가 인요한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과 충돌할 가능성이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 황진환 기자인 위원장은 지도부와 중진‧친윤 의원들을 향해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를 연일 압박하며 지도부와의 갈등설도 불거졌다.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도 '영남 스타'와 '경쟁력 있는 사람',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의 희생을 재차 거론했는데, 한 장관과 원 장관을 비롯한 내각 출신 인사들은 경쟁력과 대통령과의 친밀도에서 당내 인사들과 비교가 어려운 '험지출마 대상자'들이란 평가다.
때문에 일각에서 거론되는 한 장관의 강남‧대구 출마 혹은 일부 장관들의 TK‧PK 출마는 인 위원장의 혁신안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위가 '4호 혁신안'으로 용산 출신 참모들도 예외 없는 전략공천 배제를 내놓은 상황에서 국무위원들의 '텃밭행' 분위기가 모순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인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 장관의 출마설에 환영한다고 밝히면서도 "경선도 수능처럼 돼야 경쟁력이 있다"며 공정한 경쟁을 강조했다. 오신환 혁신위원도 YTN라디오에서 "대중적 지지와 인지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어려운 지역에서 희생하면서 승리를 이끌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 장관의 험지출마를 촉구했다.
한 당 관계자는 "한 장관에게 전통적인 조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치경험이 있는 것도 아닌 만큼 선대위원장으로 전체 선거를 지휘하기에는 리스크가 있다"며 "한 장관이 한강 이남을 지역구로 한다면 출마 의미도 빛이 바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다른 관계자는 "한 장관 카드는 자객공천이든 비례대표든 최종 결단 직전까지 상대방의 수를 보면서 모호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혁신안으로 전체적인 운신의 폭이 좁아진 측면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