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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도 국민의힘에도, 제2의 노무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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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5개월 총선, '험지 출마' 이슈로 떠올라
국힘 혁신위 "중진-윤핵관 험지로 가라"
민주 이원욱 "이재명 험지 안동 출마해야"
'바보 노무현' 험지 도전이 정치적 자산 돼
등 떠밀린 장제원·권성동, 험지 출마 거부
유권자 입장에선 '참신한 인물' 선호하기도
지역주의 따른 험지 논쟁보단 비전 보여야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조석영 PD, 신혜림 PD
 
◇ 채선아> 좀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조석영 PD, 신혜림 PD 나와 계세요.
   
◆ 조석영, 신혜림> 안녕하세요.
 
◇ 채선아> 정치권에서 요즘 가장 뜨거운 키워드가 '험지 출마'죠  

◆ 조석영> 지난 한 달간 나온 험지 출마 관련 기사가 1500건이 넘습니다. 11월 15일 오후 시간 기준으로 11월에만 1,208건 나왔어요. 이 추세라면 하루에 거의 100건씩 쏟아져 나오지 않을까 싶죠. 대체 험지 출마가 뭐길래 이렇게 뜨겁고 정치인들 말고 유권자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한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 채선아> 요즘 정치 뉴스만 보면 죄다 총선 얘기인데 아직 몇 달 남았잖아요.  

◆ 조석영> 22대 총선, 2024년 4월 10일입니다. 한 5개월 남은 거죠. 그런데 여야 할 것 없이 총선 모드고 험지 출마가 주요 키워드로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에서 중진이나 당 지도부, 윤석열 대통령 측근이 불출마 하거나 수도권 험지에 가라고 하고 있고요. 민주당에선 이원욱 의원이 이재명 대표에게 험지 출마해야 된다고 하면서 거대 양당이 마치 험지 출마 경쟁을 하는 모양새죠.


◆ 신혜림> 험지라는 게 사전적 의미로는 그냥 험난한 땅인데 선거판으로 오면 당선되기 힘든 곳을 말하죠. 반대로 당선되기 쉬운 곳은 텃밭이라고 하고요.
   
◆ 조석영> 그렇죠. 한국 정치의 큰 문제라고 하면 지역주의가 계속 거론되는데요. 경상도/영남 지역은 국민의힘 계열의 정당이 강하고, 전라도/호남 지역은 민주당 계열의 정당이 강하다는 게 통념입니다.

◆ 신혜림> 그동안의 선거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전라도와 수도권이 험지고, 민주당은 경상도나 강원도가 험지네요.

◆ 조석영> 그래서 국민의힘 혁신위는 영남 중진 의원들이 수도권에 가라고 하는 거고,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험지인 경북 안동으로 가라고 하는 겁니다. 이 험지 출마 경쟁의 불을 지핀 게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거든요. 부산 해운대에서 3번 연속 국회의원을 했어요. 그래서 이번에 험지 출마하겠다면서 서울에 출마하겠다고 했는데, 그러면서 한 말이 "(제가) 해운대를 떠나 서울에서 승리한다면 2석을 따내는 효과를 얻게 된다"였습니다.


◆ 신혜림> 해운대가 국민의힘 텃밭이니까 누가 나와도 이길 가능성이 높고, 본인이 서울에서 이기면 민주당에선 한 석을 잃고 국민의힘이 한 석을 더 얻으니까 두 석을 얻는단 얘기죠.  

◇ 채선아> 그런데 험지가 당선이 어려운 곳이란 뜻이면 괜히 출마했다가 손해보는 거 아니예요?

◆ 조석영> 나갔다가 떨어지면 손해죠. 다만 어려운 도전인 만큼 정치인 입장에선 의미가 없지 않습니다.

◇ 채선아> 직장 생활만 해도 어려운 일 하는 동료들 있으면 고생한다고 등 한번 두드려 주고, 대단하다고 추켜세워주거나 인정해주는 게 있잖아요. 정치인들도 험지에 나가면 그런 게 있을 것 같은데요?  

◆ 신혜림> 자기 정치적 자산이 커지고, 정치인으로서 급도 높아지는 거죠.

◆ 조석영> 실제 그런 사례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에요. 고향이 김해고 정치 입문 전에는 부산에서 변호사 활동을 했습니다. 그래서 부산에 계속 출마해요. 92년 총선, 95년 지방선거에 나갔다가 낙선하고요. 98년에는 종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해서 당선됐는데, 2000년 총선에서 그 종로를 포기하고 또 한창 민주당에 여론이 안 좋았던 부산 국회의원에 출마해서 낙선합니다. 그러면서 생긴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 동시에 지역주의에 맞서 싸웠다는 정치적 자산을 얻으면서 2002년에 대통령 당선까지 되는 거죠.
   
또 2016년 총선에서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세 번이나 당선됐던 군포를 포기하고 한 번 낙선한 대구에 다시 도전해서 당선되고요. 이후에 대선 후보급으로 부상하고 국무총리까지 했죠. 또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이정현 전 대표가 2014년 보궐선거에서 호남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고 2016년에도 재선을 하면서 보수정당 최초의 호남 출신 당대표가 됩니다.


◇ 채선아> 그러니까 험지에 나갔는데 당선되면 본인의 정치적인 스케일이 확 커지는 거네요. 그래서 정치인 입장에선 두려울 수 있지만 승부를 걸어볼 수도 있는 게 험지 출마라는 거죠.
   
◆ 조석영>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다만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서 알 수 있는 점은, 자기가 스스로 도전해야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 채선아> 등 떠밀려서, 다른 사람이 시켜서 하면 안된다?  

◆ 조석영> 그렇죠. 지금 국민의힘 상황이 딱 그래요. 국민의힘 혁신위에서 텃밭에 있는 중진 의원들, 민주당 강세 지역인 험지에 가서 저기 뺏어오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장제원 의원, 권성동 의원은 험지 출마 생각이 1도 없다는 거예요.

◆ 신혜림> 누가 나가라고 해서 다른 곳 나가는 것도 모양 빠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대놓고 험지 나가지 않겠다면서 자기 지역구에 남겠다고 하는 것도 좋아 보이지는 않네요.

 
◆ 조석영> 그러다보니 국민의힘 내부에서 혁신위와 이런 중진 의원들 사이의 갈등이 커지고 있고, 또 이렇게 좀 이름 있는 사람들은 당에서 후보로 공천을 안해주면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당선돼버려요. 권성동 의원도 2020년 총선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아니라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당선됐고요. 그때 홍준표 현 대구시장도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해서 당선됐는데 무소속이었어요. 민주당 계열에선 이해찬 전 대표가 2016년 총선에서 무소속 출마해서 당선된 적 있습니다. 지금 국민의힘에선 중진 불출마나 험지 출마 얘기가 나오고 민주당에서 3선 이상 의원들 같은 지역구 나오지 마라 이런 얘기가 나오거든요. 그런데 중진 의원들이 그걸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탈당해서 무소속 출마를 하겠다는 얘기도 나오니까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고민이 많은 상황이죠.
   
◇ 채선아> 지금까지는 정당이나 정치인 입장의 얘기였고, 중요한 건 유권자들 입장이거든요. 예를 들면 우리 지역구에서 일 잘하던 국회의원이 있었는데 갑자기 당의 선거 전략 때문에 험지 출마하게 돼서 다른 동네로 가버리면 기분이 별로 안 좋을 거 같은데요?  

◆ 조석영> 일을 잘 하던 의원으로 평가를 받으면 기분이 안 좋을 거고, 평가가 안 좋으면 별로였는데 잘 됐다는 식으로 바뀌는 걸 선호할 수 있죠. 사실 험지 출마로 차출될 정도면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다선 의원, 중진일 가능성이 높잖아요. 이런 사람들은 정치적인 네트워크가 많고 행정부 돌아가는 것도 잘 알고, 쉽게 말해 힘이 있는 사람들이죠.

◇ 채선아> 그런 사람들이 일하던 지역구에서 갑자기 듣도 보도 못하고 일도 못하는 초짜가 후보로 나온다고 하면 지역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화날 수도 있잖아요.

◆ 신혜림> '저 사람 말빨이 국회에서 먹히겠어?' 이런 생각을 가질 수도 있고요.

◆ 조석영> 실제로 그런 우려들이 나오기도 한대요. 텃밭이라는 게 1번이냐 2번이냐가 중요하지, 후보가 누구냐가 중요하지 않은 지역으로 인식되니까 완전히 정치 신인이 올 수도 있고, 소위 '낙하산'이 내려올 수도 있잖아요. 다만 지난 10월 7일-8일, 연합뉴스와 연합뉴스 TV가 메트릭스에 의뢰해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거주 지역의 지역구 의원이 내년 총선에 재출마할 경우에 투표할 생각이 있느냐'란 물음에 '현역 의원을 뽑을 것이다' 27.7% '다른 인물을 뽑겠다' 53.3%로 인물 교체에 더 힘이 실렸습니다. 또 '각 정당이 어떤 인물을 지역구 의원으로 공천하는 게 좋냐'라고 물었을 때 '의정활동 경험이 있는 의원 출신이 좋다' 40.8%, '젊고 참신한 정치 신인이 좋다' 53.5%가 나왔는데 기성 정치에 대한 염증이 강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결과죠.

 
◆ 조석영> 그럼 사람을 바꾸자고 했을 때 어떤 사람으로 바꿀 거냐.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낙하산 같은 사람 말고, 그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해 온, 하지만 다선 의원에게 밀려왔던 정치인들이 있거든요. 그런 사람들에게 다선 의원이 양보해 주는 느낌이 나면 퇴장하는 사람도 등장하는 사람도 모두 아름다운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 채선아> 이 험지 출마에 대한 기사에 이런 댓글이 있더라고요. "험지 출마 어차피 정치인들끼리나 하는 얘기죠. 저는 그냥 우리 지역에 최선을 다해 일할 사람을 뽑을 겁니다"라는 내용인데 이게 정답 같아요.  

◆ 조석영> 특히 청년 세대로 내려오면 지역구도에 따라 흔들리진 않고요, 수도권 인구도 점점 늘어나는데 수도권은 꼭 어디의 텃밭이라기보단 이쪽저쪽 왔다갔다 하는 스윙보터의 성격이 강하거든요. 또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전국 정당이 되겠다는 얘길 걔속 해왔기 때문에 지역주의에 기초해서 험지냐 텃밭이냐를 나누고 '니가 가라 하와이' '가기 싫다' 식으로 싸우는 모습보다는 누가 어디에 출마하든 좀더 미래 지향적인 비전을 얘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채선아> 아직 총선까지는 5개월이 남아 있으니까요. 그 사이에 그런 비전도 정치인들이 많이 얘기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보면서, 여기서 인사 나눌게요. 조석영 PD, 신혜림 PD, 수고하셨습니다.  

◆ 조석영, 신혜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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