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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포퓰리즘?…당국 '정면 돌파'에도 우려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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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불법 적발 고리로 '공매도 금지 조치'
'공매도=글로벌 스탠더드' 과거 입장 부메랑
韓시장 신뢰 저하 우려에…대통령도 나섰지만
학계 일각 "개인 투자자 오히려 위험노출" 우려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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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전격적인 공매도 금지 조치가 이뤄진 뒤 국내 증시는 크게 출렁이며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당국의 기존 입장을 사실상 뒤집은 이번 조치가 내년 총선 표심을 의식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판과 맞물려 장기적으론 한국 시장을 둘러싼 대외 신뢰 저하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당국은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강조하고 있지만, 공매도 금지 조치의 실익을 둘러싼 물음표는 쉽게 해소되지 않는 기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임시금융위원회를 열어 6일부터 내년 6월3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코넥스시장 상장 주권 등 국내 전체 증시에 대해 공매도를 금지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복수 여당 의원들의 '공매도 중단 필요성' 언급이 나온 뒤 이례적으로 주말에 이뤄진 '깜짝 조치'이자, 다수 개인 투자자들의 오랜 요구와 부합하는 결정이었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외국인과 기관의 대량 공매도가 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러나 당국은 작년 공매도 제도 보완책을 발표할 때는 물론, 올해 들어서도 '글로벌 스탠더드(세계 시장에서 기준으로 통용되는 규범)'를 앞세워 공매도 정상화, 즉 전면 재개 쪽으로 정책 방향을 언급해왔다. 당국의 입장이 정반대로 뒤집혔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3월 "국제 기준에 맞지 않게 우리나라만 (공매도 금지를) 하는 것은 조금 이상하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자본시장 육성, 그리고 그런 시장을 바탕으로 한 국내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의 보호 육성 관점에서 공매도도 당연히 정상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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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으로 네 번째인 공매도 금지 조치가 이전과는 다른 상황에서 단행됐다는 점도 당국의 정책 일관성이 흔들리는 대목이다. 과거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위기 등 글로벌 경제 위기 국면에서 해당 조치가 이뤄졌다. 이번엔 한국만 단독으로 공매도를 막은 것도 특이점으로 꼽힌다. 때문에 애초 여당이 국감에서 금지 조치를 언급하고 김주현 위원장이 '제도 원점 검토' 입장으로 호응할 때부터 "공매도가 경제 이슈가 아닌 정치적 이슈가 되는 것 같다"며 총선용 정책 행보로 의심하는 목소리가 시장 일각에서 나왔다.
 
이번 조치가 한국 시장의 예측 가능성과 매력을 낮춰 외국인 투자자 이탈 등 장기적으론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의 국내외 의견이 제기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공매도 금지 불가피론'을 직접 내놓으며 당국에 힘을 실었다. 윤 대통령은 "불법 공매도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는 건 주식시장의 공정한 가격 형성을 어렵게 해서 개인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힐 뿐 아니라 증권시장 신뢰 저하와 투자자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근본적인 개선 방안이 만들어질 때까지 공매도를 금지할 것"이라며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는 해결책을 준비해 달라"고 지시했다.
 
다음날 이복현 금감원장도 "국내 증시 전체 종목에 대한 한시적 공매도 전면 금지 발표는 국내 증시 변동성 확대,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대규모 불법 무차입 공매도 사례 적발 등을 감안한 조치"라며 제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불법 공매도가 가능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시장 신뢰를 담보할 수 없다는 메시지로 정면 돌파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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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조하며 공매도의 순기능을 주시하던 당국의 과거 입장은 부메랑이 돼 '실익을 세밀하게 따진 조치가 맞느냐'는 비판적 시선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특히 공매도 금지 조치 자체가 개인 투자자에게 되레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시장 제도를 분석해 온 한 학계 인사는 15일 "당국의 이번 조치는 개인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주가 버블 발생 가능성을 키우고, 버블이 끼는 테마주가 판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주는 방향이라고 평가된다"며 "이렇게 되면 주가가 정상적인 범위에서 움직였을 때 발생하지 않아도 될 피해를 그 누군가가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해당 주식을 빌려 파는 공매도는 기업 관련 불리한 정보도 주가에 적절하게 반영되도록 하는 순기능이 있는데, 이번에 차단됐다는 취지다.
 
이 전문가는 또 "외국에서 봤을 때도 왜 공매도를 금지하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텐데, 현재의 대응 논리는 좀 이상하다. '불법 공매도가 발생했으니 강력하게 처벌하겠다. 앞으로도 일벌백계할 것'이라는 논리가 훨씬 자연스럽지 않은가. 그런데 지금은 어떤 도구가 범행에 사용됐다고 해서 일상 생활에서 널리 쓰이는 그 도구의 생산 자체를 막겠다는 방식으로 접근한 것처럼 비춰진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론 공매도 금지로 일부 투자자들이 바랐던 주가 상승 효과도 오래 지속되지 못했으며, 이후 되돌림 과정과 대외 변수까지 겹치면서 불안한 변동성 장세가 부각됐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금융당국은 윤 대통령도 언급한 공매도 관련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개인과 기관·외국인 간 대주 상환기간, 담보 비율 차이를 일원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개인은 공매도 때 요구받는 담보 비율이 빌린 주식 금액 대비 120% 이상, 기관과 외국인은 105% 이상이다. 공매도를 위해 빌린 주식을 갚아야 하는 상환 기간은 개인은 90일, 기관과 외국인은 사실상 제한이 없다. 당국은 작년에 140%였던 개인 담보비율을 현 수준으로 낮추는 한편, 상환기간도 기존 60일에서 현행 90일로 늘리고 만기연장도 가능하게 했지만 여전히 기관·외국인과 차이가 있어 개인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에 놓여있다는 인식이 해소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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