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 레포르마 대로에 성소수자 인권단체 관계자를 포함한 오시엘 바에나 판사 추모 인파가 촛불을 들고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중남미 첫 성소수자 판사 사망 사건 경위를 수사하는 멕시코 검찰은 14일(현지시간) "판사가 파트너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헤수스 피게로아 아과스칼리엔테스주 검찰총장은 현지 라디오방송 '포르물라'와의 인터뷰에서 "혈흔과 시신 상태 등을 고려할 때 파트너가 판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외부로부터의 침입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아과스칼리엔테스주 검찰은 판사의 시신에서 20곳의 자상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멕시코 아과스칼리엔테스주 선거법원 소속 3명의 법관 중 한 명인 바에나 판사는 전날 오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파트너 역시 주거지에서 숨져 있었다.
바에나 판사는 멕시코뿐만 아니라 중남미에서 처음으로 임명된 '논 바이너리'(Non-binary·남녀라는 이분법적 성별 구분서 벗어난 성 정체성을 지닌 사람) 선거법원 법관이다. 지난 5월 멕시코 최초로 성 중립적인 여권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LGBTIQ 피난처'(Refugio LGBTIQ)와 'LGBT 행진 멕시코시티'(Marcha LGBT CDMX) 등 멕시코 주요 성소수자 인권단체는 전날 밤 멕시코시티 중심가에서 바에나 판사 추모와 함께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심야 집회를 열었다.
성소수자 관련 인권단체들은 바에나 판사가 그간 온오프라인에서 살해 위협을 포함한 인신공격을 받았다며, 성소수자 차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의회에서도 추모의 시간을 갖는 등 멕시코 각계에서 바에나 판사에 대한 추모가 이어지는 가운데 야권 대선 예비후보였던 릴리 테예스 상원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바에나 판사를 '남성'으로 표기해 온라인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테예스 의원은 자신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자, "남성 판사와 그 파트너의 비극을 정치적으로 다루지 말라"는 글을 추가로 올려 더 큰 비난 세례를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