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KBS 사장(왼쪽)과 KBS 전경. 황진환 기자·KBS 제공박민 KBS 사장 취임 직후 '더 라이브' 편성이 삭제되는 등 KBS 편성규약·단체협약 위반 행위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에 따르면, KBS는 이날 시사 프로그램 '더 라이브' 편성 삭제를 공지했다. 그 빈자리에는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과 '개그콘서트' 등이 재방영된다.
KBS본부는 이날 '박민 사장은 편성규약·단체협약 파괴행위를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취임 첫날부터 박민 사장 체제의 편성규약·단체협약 위반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며 "이번주 편성표에서는 정상 편성돼 있었던 '더 라이브'가 박민 사장 취임식이 열리는 오늘 갑작스럽게 편성 삭제가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더 라이브는 2TV로 옮긴 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저녁 시간 KBS 시사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사측은 제작진과 어떠한 논의도 없이 편성 자체를 삭제해 버렸다"며 "당장은 편성 삭제·대체에 불과하지만 사실상 폐지 수순에 돌입한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라디오 센터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며 지적을 이어갔다.
"라디오 센터장 내정자가 인사도 나기 전에 '주진우 라이브' 담당 PD에게 전화를 해 주진우씨의 하차를 통보하고, 보도국 모 기자가 진행하는 특집 프로그램을 제작하라고 일방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내정자는 제작진이 거부 의사를 밝히자 사규를 운운하며 담당진을 겁박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최경영 기자의 사직 이후 '최강시사'를 맡고 있던 김기화 기자를 하차시키고, 그동안 사내에서 KBS 보도와 프로그램 폄훼에 앞장서 온, 직원연대에 소속된 인사를 앉히기로 통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년 1년을 앞두고 안식년까지 들어간 이를 불러들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KBS본부는 "막무가내 진행자 교체는 KBS 보도본부에서도 이뤄졌다. 사측은 지난주 금요일까지 9시 뉴스를 진행하던 이소정 앵커에게 일요일 저녁 갑작스럽게 전화해 하차 통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광장 앵커 역시 당시 보직 내정자로부터 교체 시그널을 받고 시청자들에게 하차 인사를 한 바 있다"며 "이 모든 불법적 행위들이 박민 사장 임명 재가 하루가 채 되지 않아 벌어졌다. 그야말로 KBS 구성원들을 향한 선전포고이자 공영방송 KBS를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성토했다.
"이 무도한 조치들이 엄연히 답체협약·편성규약 위반에 해당하는 것이란 걸 모를 리 없다. 2022년 노사가 합의한 단체협약 제22조 '편성·제작·보도의 공정성과 독립' 3항에 따르면 '편성·제작·보도 책임자는 실무자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며, 합리적 절차와 방식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명시하고 잇다. 또한 제31조 '프로그램 개편통보'에서는 공사는 프로그램 개편 전에 제작진과 협의하고 프로그램 긴급 편성 시에는 교섭대표노조에게 통보하여야 한다고 돼 있지만, 어떠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KBS본부는 "편성규약에서도 취재·제작 책임자는 방송의 적합성 판단·수정과 관련해 실무자와 성실하게 협의하고 설명하도록 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며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나아가 이번 조치들은 방송법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방송법 '제4조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에서는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또한 누구든지 방송 편성에 관하여 법 또는 다른 법류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과 보직 내정자들은 인사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부당하게 방송 편성과 그 내용에 개입하려 했다. 박민 지도부는 법도 규정도 무시해도 되는 것인가."
KBS본부는 "편성규약과 단체협약을 파괴하는 박민 사장 체제와 그 보직자들에 대해 법적 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 이에 따라 해당 행위를 한 보직자들에 대해서는 방송법·단체협약 위반 등 혐의로 고발 조취할 계획"이라며 "이번 편성 삭제 조치, 진행자 교체와 관련해 사측에 긴급 공방위를 정식으로 요청한다. 사측은 즉각 긴급 공방위를 개최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