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권 주(州)헌법 명기' 주민투표 결과에 환호하는 오하이오 주민들. 연합뉴스미국 대선을 1년 앞둔 상황에서 지난 7일(현지시간) 치러진 버지니아 주의회 선거와 오하이오 주민투표, 켄터키 주지사 선거에서 미 민주당이 승리한 것을 보면, '낙태 이슈'가 미국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
낙태 문제의 경우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도 '공화당 압승'을 막아낸 이슈였다. 당시 중간선거 결과는 지난해 6월 미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인정 판결 폐기가 조용히 있던 민주당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결집해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도 이같은 흐름이 변하지 않은 것이다.
우선 버지니아 주의회 선거에서 미 민주당은 상·하원 모두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버지니아는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인정 판결 폐기 이후에도 남부 주 가운데 유일하게 낙태 금지를 법제화하지 않은 곳이었다. 현재 미 연방대법원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면서 낙태권 존폐 결정을 각 주로 넘긴 상황이다.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는 이번 주 의회 선거에서 공화당이 이길 경우 강간, 근친상간, 산모 건강 위험 등의 사유를 제외한 임신 15주 이후 낙태 금지법을 강하게 밀어붙이려고 했다.
하지만 투표함의 뚜껑을 열어보니 주의회 상원 다수당이던 민주당이 하원에서도 공화당을 밀어내고 다수당이 됐다.
공화당은 물론 대선 잠룡으로까지 거론되는 영킨 주지사도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오하이오 주민투표에서도 낙태 이슈가 힘을 발휘했다. 주 헌법에 낙태 권리를 명시한 개헌안이 주민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아 통과된 것이다.
켄터키 주지사 선거에선 민주당 소속 앤디 베시어 주지사가 재선에 성공했다. 베시어 주지사 역시 이번 선거에서 여성의 낙태권 보장을 줄곧 강조해왔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밀리는 등 가뜩이나 희소식이 없던 바이든 대통령도 오하이오 주민투표 결과에 대해 성명을 내고 "미국인들은 근본적인 자유를 지키는 데 투표했고 민주주의는 승리했다"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미 언론들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낙태권이 승리했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로이터통신은 "민주당은 내년 대선까지 낙태 이슈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고, 정치매체 더힐은 "민주당으로선 낙태에 관한 분명한 메시지가 내년 대선을 승리로 이끌 전략임을 확인한 선거였다"고 평가했다.
반면 공화당의 고민은 한층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낙태권 폐기'에 적극 찬성함으로써 지지층을 결집하려던 전략이 도리어 상대 진영을 똘똘 뭉치게 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공화당도 이제는 이에 대한 보완책을 내놓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으로 몰리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