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학·환경·보건·독성학계는 8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살균제 형사재판 항소심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학계는 그간 축적된 과학적 근거가 사법적으로 충분히 고려되기를 기대했다. 박희영 기자'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2심 재판을 앞두고 의과학계가 재판부에 과학적 근거를 충분히 고려한 판결을 해줄 것을 촉구했다.
국내 환경보건·독성·의학계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살균제 형사재판 항소심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대한예방의학회, 대한직업환경의학회, 한국역학회, 한국환경보건학회, 한국환경법학회, 환경독성보건학회 등 7개 학회가 참여했다.
이들은 "이번 소송의 쟁점인 CMIT·MIT 사용자들에 대해서 피해구제 신청자들의 가습기 살균제 사용 전 5년과 사용 후 5년을 비교해 전체 천식 발생이 5배, 천식으로 인한 입원 발생이 10배가 증가했다는 객관적 사실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한 역학 연구에선 CMIT·MIT 가습기살균제 사용 전후 5년을 비교한 결과 천식 발생이 5배, 천식으로 인한 입원 발생은 10배 증가했다는 객관적 사실도 입증됐다.
최근 3년간 발표된 연구 결과에서도 CMIT·MIT 등의 물질이 간질성 폐렴과 천식이 발생하는 하기도에 도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흡입독성시험을 통해 용량에 상관없이 2주라는 비교적 짧은 노출 시간에도 폐 변색과 염증세포의 침윤과 염증, 불규칙적인 호흡 등이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그간의 연구를 통해 건강피해 발생과 관련한 검증된 과학적 근거들이 고려돼야 하며 원인 제공자에게 면죄부를 부여하는 판단이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CMIT·MIT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유통·판매한 SK케미컬, 애경, 이마트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 선언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의 유품. 연합뉴스 앞서 지난 2021년 1월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 등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기업 임직원 13명에 대해 무죄 선고를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 독성물질인 CMIT·MIT와 폐질환·천식 간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26일 검찰은 서울고법에서 열린 2심 결심 공판에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에게는 각각 금고 5년, 함께 기소된 애경산업·SK케미칼·이마트 관계자 등 11명에게는 금고 3~5년을 구형했다. 피해자들은 이 같은 구형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