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 저격 및 서민금융 관련 발언이 이어지면서, 금융당국도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초와 같은 상생금융이나 금리 인하, 서민지원 상품 확대와 관련해 금융사에 요구하는 한편 관련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의 금융 부담을 덜기 위해 대출을 저금리로 바꿔주는 특단의 지원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저리융자 자금 4조원을 내년 예산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연초 '공공재 발언'에 이후 또다른 강도높은 발언도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소상공인들은 은행에 가도 문턱이 높다"며 "우리나라 은행은 '갑질'을 많이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은행의 '독과점 시스템' 등을 언급하며 "정부가 그냥 방치해서는 절대 안된다"고도 덧붙였다.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는 '은행의 종 노릇을 하는 것 같다'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호소를 소개하기도 했다.
높은 가계부채를 잡는데 주력했던 금융당국은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사실상 방향을 선회했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이를 뒷받침할 대책을 논의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서민금융 지원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개적으로 특단의 지원대책을 거론한만큼 대환대출 외에도 소상공인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금융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매도 전면금지 시행 이틀째 코스닥 지수가 급락하면서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한 7일 오후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서울 강남구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청년동행센터 건물에서 현장 점검 일정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련 현장 행보도 늘어났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청년동행센터와 대한법률구조공단 개인회생파산지원센터를 방문해, 청년과 취약계층의 불법금융 피해 및 금융이용 애로사항과 상담직원의 고충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정부도 더 비상한 각오로, 서민·취약계층에 꼭 필요한 금융 지원이 제 때 공급되고 불법채권추심 등 불법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활용해 강력하고 꾸준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연말쯤 서민금융 상품 확대 등을 담은 서민금융지원 종합방안도 발표할 계획이다. 매년 내놓는 서민금융 공급 계획에 지원 대상과 한도 등을 늘리는 상생 방안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생계비대출과 연체 채무자 추심 부담 완화 등도 추진한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단과 회동을 앞두고 있어 어떤 논의가 오갈지 주목된다. 금융당국은 윤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해 서민금융 지원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금리로 막대한 이자이익을 거뒀다는 지적은 받아온 5대 금융지주 역시 상생금융 방안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달 셋째주쯤 윤종규 KB금융, 진옥동 신한금융, 함영주 하나금융, 임종룡 우리금융, 이석준 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 회장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은행권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후속조치, 가계·기업대출 관리방안과 금융지주의 규제혁신 건의 내용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들은 본격적인 상생 금융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고금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고려해 저금리 대환대출, 이자 면제 등 대출 이자 지원에 중점을 두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개인사업자 고객 30만 명에게 전월 낸 이자를 다달이 돌려주는 이자 캐시백과 에너지생활비, 통신요금 등 1000억원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신한금융도 상생금융 지원프로그램의 기한 연장과 대상 확대를 위한 610억원 추가 지원, 소상공인·청년 금융부담 완화를 위한 440억원의 신규 지원 등 총 105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 역시 내부 논의를 거쳐 조만간 대규모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