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다른 사람이 개설한 텔레그램 채널에서 미성년자 성착취물 링크를 전달받아 시청했더라도 파일을 컴퓨터에 내려받거나 본인이 개설한 채널에 전달하지 않으면 '소지'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및 반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5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2년 3~6월 싱가포르 소재 주거지에서 휴대전화 및 노트북 등으로 텔레그램 대화방을 개설해 성착취물을 게시해 회원들이 다운로드 받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업로드한 성착취물 중에는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도 있었다. 그는 미성년자 성착취물 113개를 시청할 수 있는 다른 텔레그램 채널 링크를 자신의 채널에 올린 혐의도 받았다.
연합뉴스대법원 판단의 쟁점이 된 것은 A씨가 개설한 채널이 아니라 타인이 개설한 텔레그램 채널에 들어간 행위를 '소지죄'로 볼 수 있느냐 여부였다. A씨는 2022년 1~6월 다른 사람이 개설한 텔레그램 채널 7개에 접속해 미성년자 성착취물 500여개를 소지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 혐의를 전부 유죄로 보고 징역 6년과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및 복지시설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2심 재판부도 같은 취지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지만 양형 부당을 호소한 피고인 항소 취지를 받아들여 징역 5년6월로 감형했다. 1심과 2심 모두 A씨가 타인의 채널에 접속해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시청한 행위도 소지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다른 사람이 개설한 텔레그램 대화방이나 채널에 참여했더라도 컴퓨터나 휴대전화에 성착취물을 다운로드하거나 자신이 개설한 텔레그램 대화방에 전달하지 않았다면 '소지'로 볼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A씨 공소사실 중 미성년자 성착취물 480개를 소지한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이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미성년자의 성착취물 소지가 아닌 단순 시청 행위는 2020년 6월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뒤늦게 처벌 대상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