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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하다 독립운동가 묘까지 훼손한 '이 놈들'…왜 이렇게 극성인가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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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26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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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김창숙·단주 유림 선생 봉분 훼손…국가보훈처 "퇴치제 살포 등 대책 마련"
멧돼지 도심 출몰 늘고 있지만 사살 외 대책 없어…"제도적 차원 논의 필요"

23일 오전 서울 강북구 수유 국가관리묘역 내 심산 김창숙 선생 묘 봉분이 멧돼지에 의해 훼손돼있다. 연합뉴스23일 오전 서울 강북구 수유 국가관리묘역 내 심산 김창숙 선생 묘 봉분이 멧돼지에 의해 훼손돼있다. 연합뉴스
"멧돼지에 의해 봉분이 훼손돼 복구 중에 있습니다."

지난 23일 서울 강북구 북한산국립공원. 심산(心山) 김창숙(1879~1962년) 선생의 묘 앞에 놓인 노란색 안내판에 이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유림단(儒林團) 진정서를 파리 만국평화회의에 보낸 독립운동가이자 성균관대 창립자인 김창숙 선생의 산소는 옆에 놓인 비석 없이는 묘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잔뜩 파헤쳐진 상태였다.

인근을 지나던 등산객들은 묘소에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했다. 일부는 묘소를 둘러보며 혀를 차거나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이곳을 매일 같이 산책한다는 강북구 주민 윤모(68) 씨는 "지난주만 하더라도 묘 아랫부분만 살짝 파인 정도였는데 이번 주 들어 더 심해졌다. 멧돼지들이 그사이 또 왔다 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창숙 선생의 묘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있는 또 다른 독립운동가 단주(旦洲) 유림(1898~1961년) 선생 묘 앞에도 같은 문구가 적힌 안내판이 놓여 있었다.

강북구 수유동 북한산국립공원 내 수유 국가관리묘역이 멧돼지의 습격을 받고 있다.

국가보훈부는 지난 13일 김창숙 선생과 유림 선생의 묘역이 멧돼지에 의해 망가진 것을 확인한 뒤 복구 작업에 들어갔다. 유림 선생 묘역은 열흘 만인 23일, 김창숙 선생 묘역은 24일 모두 복구됐다.
수유 묘역을 자주 찾는다는 한 주민은 "멧돼지 때문에 독립유공자 묘가 훼손된 것을 올해만 수도 없이 많이 봤다"며 "동물과 공존하면서 이런 불상사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가보훈부 관계자는 "멧돼지가 묘소 주변 나무나 둘레석 밑을 파는 경우는 간혹 있었지만 이렇게 봉분이 크게 훼손된 것은 드물다"며 "수유 묘역 내 독립유공자 15분 묘소 모두 순차적으로 멧돼지 퇴치제를 살포하고 태양광 경광봉과 울타리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멧돼지의 독립유공자 묘지 습격 가능성은 여전한 상태다. 수유 묘역을 관리하는 서울북부보훈지청은 최근 김창숙 선생 묘 인근에 그물망을 설치했지만 이마저도 멧돼지에 의해 찢겼다.

연성찬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멧돼지는 후각이 발달해 성묘할 때 뿌린 술 냄새 등을 맡고 묘지 주변에 오는 경우가 많다"며 "10월은 번식기가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고 날이 추워지면서 먹이가 많이 부족해져 멧돼지들이 거칠어지는 탓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멧돼지가 도심에 출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멧돼지 출몰로 인한 안전출동 건수는 49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37건)보다 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멧돼지 관리는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에서 지정한 대표 유해야생동물인 멧돼지는 포획해 사살하는 것 외에는 개체수 조절 등에 대한 별다른 대책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송지성 동물자유연대 위기대응팀장은 "멧돼지의 경우 문제가 생기면 총을 쏴서 죽이거나 사냥개를 푸는 식으로 해결하고 있다"며 "유해 동물이라도 하나의 생명이고 동물인 만큼 개체수를 어떻게 잘 관리하고 유지할 수 있을지 제도적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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