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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밀수범은 '4·5번 검사대'로…세관 모르게 가능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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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폰 밀반입' 말레이시아 조직원…"세관 직원 조력 있었다"
"세관 직원 2명이 인솔"… 동·식물 검역·검사대 아닌 세관 검사대로
한 조직원 세관 검사대에 무심코 가방 올려놔…입국장으로 내보내줘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720억 원 상당의 필로폰을 밀반입한 다국적 조직의 범행에 인천공항 세관 직원의 조력이 있었다는 구체적인 진술 등이 나온 가운데 경찰 수사가 세관 수사로 확대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21일 인천공항세관 직원 4명을 마약류관리법·특정범죄가중처벌밥 위반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세관 직원들의 연루 의혹은 경찰이 붙잡은 말레이시아 조직원들의 진술에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 조직원들은 말레이시아에서 필로폰 24kg(약 80만 명 동시 투약분)을 온몸에 붙이고 세관을 통과했는데, 경찰이 한국 마약 총책 검거로 수사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이들에게 세관의 '협조'에 관한 구체적인 진술을 대거 확보했다.  

26일 경찰 수사에서 확보한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올해 1월 27일 조직원 6명은 몸에 필로폰을 4~6kg씩 나눠 숨겨 들어왔다. 말레이시아 총책 '마이클'이 박스 테이프로 필로폰을 조직원들의 온몸에 붙인 뒤 이를 숨기려 두꺼운 패딩 점퍼를 입혔다고 한다.

마이클은 마약 운반책들의 전신사진을 찍어서 한국 총책에 보냈다고 한다. 한국 총책은 다시 이 사진을 미리 매수해둔 세관 직원들에게 보내 별탈 없이 검사대를 빠져나가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경찰은 "세관 직원과 사진을 공유했다", "세관 직원들이 우리를 알아보고 따로 인솔해줬다", "세관 직원들을 매수해 놓아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등의 진술을 확보했다.

밀수 당일 오전 7시 30분. 마약 조직원들이 탄 비행기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린 조직원들은 2명과 4명으로 각각 무리 지어 이동했다. 조직원들은 인천공항 2층 출입국사무소의 입국심사를 통과하자 매수된 세관 직원 2명이 먼저 접근해 인원을 묻고는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안내를 따라 조직원들은 1층 검사·검역대 구역으로 내려왔다. 해당 구역은 관세청 세관 검사대와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운영하는 동·식물 검역·검사대 10개가 줄지어 있다. 검사대 중 1번부터 6번까지는 세관 구역, 7번부터 10번까지는 농림축산식품부 구역으로 나뉜다.

원칙대로라면 조직원들은 농림축산부 검역대부터 통과해야 했다. 당시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을 이유로 이들이 타고 온 여객기가 검역 전수조사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경찰은 바로 이 시점에 세관 직원들이 적극 개입해, 이들을 세관 검사대 쪽으로 안내하는 수법으로 마약 밀반입을 도왔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조직원들로부터 "세관 직원이 펜스를 열어 자신들을 세관 구역으로 빼줬다"는 구체적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세관 구역으로 넘어온 피의자들을 또 다른 세관 직원 2명도 알아봤다. 한 조직원은 세관이 맡고 있는 4번과 5번 검사대 사이로 별다른 검사 없이 곧장 입국장으로 향할 수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이 과정에서 긴장한 한 조직원이 갖고 있던 가방을 실수로 검사대에 올려놓자, 세관 직원이 웃으며 이를 말리고는 "빨리 가라"며 내보내 줬다는 구체적인 진술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거된 후 복수의 조직원들은 지난달 경찰과 함께 인천공항 세관 현장에 가서 자신들을 안내해준 세관 직원들의 얼굴을 알아채고 단번에 조력자로 지목했다. 입건된 4명 중 1명은 현장에 있지 않았는데도, 조직원들은 사진을 통해 일제히 한 사람을 지목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세관은 입건된 직원 4명 중 1명은 당시 휴가였던 점 등을 강조하며 조직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하고 있다.

세관 관계자는 "피의자 진술 중 하나가 깨진 셈"이라며 "여전히 직원 개입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고, 경찰 수사에는 협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연차를 사용했다던 피의자는 최초 경찰과의 면담 당시 연차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중간에 제3자인 세관 측 인물이 면담 장소로 들어와 '연차를 쓰지 않았느냐'고 얘기하자 그때부터 갑자기 연차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며 "향후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 등을 통해 진위를 파악할 계획"이라고 반박했다.

경찰은 전날 피의자들에 대한 금융거래 내역과 폐쇄회로(CC)TV 영상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지난 20일 신청한 영장이 검찰 수사 지휘에서 기각돼 재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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