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8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핵심 대외확장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10주년을 맞아 대대적으로 정상포럼을 열고 우군확보를 위한 '안방외교'의 정점을 찍었다.
시 주석은 이제 다음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담판외교'를 펼 것으로 전망된다.
시진핑 3기 출범 이후 이후 안방외교…우군확보 주력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이 지난 17~18일 양일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다. 지난 2013년 시 주석이 일대일로 구상을 발표한지 10주년을 맞아 열린 이번 정상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전세계 140개국, 30개 국제기구에서 4천여 명이 베이징을 찾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보 반 트엉 베트남 국가 주석,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 등 26명의 국가 정상급 대표도 참석했다.
대부분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친중 성향의 국가 대표들로 중국은 이번 정상포럼을 통해 미국 등 서방진영에 맞서는 중국 중심의 일대일로 경제벨트 진영의 세과시를 톡톡히 했다.
시 주석은 18일 열린 개막식 기조연설을 통해 "우리는 이데올로기적 대립과 지정학 게임, 집단 정치 대결을 하지 않고, 일방적 제재와 경제적 억압, 디커플링에 반대한다"며 미국 등 서방진영의 대중국 견제를 비판했다.
이번 정상포럼 외에도 지난 5월에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을 중국으로 초청해 다자 정상회의를 여는 등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아시아.중동.아프리카 국가 정상들이 줄기차게 중국을 찾았다.
뿐만 아니라 지난 4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시작으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크리스 힙킨스 뉴질랜드 총리 등 미국의 우방국 정상들도 잇따라 중국으로 불러들이며 관계개선에 집중했다.
지난 3월 양회(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집권 3기를 공식 시작한 이후 시 주석이 안방외교를 통해 우군 확보에 주력해 왔고, 이번 정상포럼으로 그 정점을 찍은 셈이다.
APEC 계기 바이든과 정상회담 유력…시진핑 외교력 시험대
반갑게 대화하는 시진핑·푸틴. 연합뉴스안방외교로 어느정도 세결집을 마무리한 시 주석의 다음 외교행보는 APEC 정상회의 참석이 유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달 26일 "우리는 중국이 참여하는 중요한 다자회의에 결석(불참)한 적 없다"며 "APEC 일정에 관해 우리는 각측과 소통을 유지하고 있고, 적절한 때에 정식으로 소식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 주석도 지난 9일 미국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일행을 만난 자리에서 "중미 관계를 개선해야 할 이유가 1천 가지가 있지만, 양국 관계를 망칠 이유는 하나도 없다는 것을 여러 대통령을 포함해 많이 이야기했다"며 양국간 관계개선 의지를 밝혀 APEC 참석 가능성을 높였다.
시 주석이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경우 자연스럽게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두 사람은 지난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첫 대면 회담을 한 뒤 1년여간 접촉이 없는 상황이다.
두 사람이 이번에 미국에서 정상회담을 연다면 그동안 쌓여온 양국간 갈등을 풀기위한 '담판외교'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초 소위 '스파이 풍선' 사태로 급속히 악화되기 시작한 양국 관계는 반도체 등 핵심제품에 대한 미국의 대중 제재 강화로 인해 더욱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7일에는 미국 상무부가 저사양 AI 반도체에 대해서도 중국 수출을 금지하기로 하는 등 더욱 강화된 대중 반도체 제재안을 발표하고, 이에 맞서 중국 상무부가 20일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흑연의 수출을 통제하는 맞대응 조치를 발표하는 등 양국간 갈등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그밖에도 중동 지역 주도권 경쟁이 걸려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과 관련해서도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을 중국이 비판하고 나서는 등 양국간 풀어야할 경제.외교적 갈등 사안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에따라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간 회담은 양측간 갈등이 더 증폭될지, 아니면 갈등 해결 방안을 논의하며 관계개선의 길로 나갈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기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이번 APEC 정상회의는 그동안 주로 우군을 자국에 불러들여 벌이던 안방외교가 아닌 미국 땅에서 경쟁국에 둘러싸여 벌이는 외교전쟁의 장이라는 점에서 시 주석 외교력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