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연합뉴스 1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예상치 못한 지정학적 위기의 영향으로 국제기준금리 결정에 주요한 변수가 되는 유가와 환율 두 지표 모두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이번 금통위 결정에 더욱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이번에도 금리를 동결하겠지만 긴축적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 금통위는 19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현재 3.5%인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논의한다. 금통위는 올해 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이후 더 이상 금리를 올리지 않고 동결해 왔다. 이달 다시 '현상 유지'를 결정하면 지난 2월부터 6연속 동결로, 미국(5.25~5.5%)과 상단 기준 금리 차는 2%포인트로 유지된다.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우선 물가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6.3%) 정점을 찍은 뒤 올해 7월 2.3%까지 떨어졌다가 8월(3.4%), 9월(3.7%) 다시 상승했다. 다시 3%대로 오르기는 했지만 한은이 예상한 경로에서 크게 벗어난 모습은 아니다. 한은은 이달부터 다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해 연말쯤 3%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3.8%로 8월에 비해 축소됐다.
경기 둔화 우려 역시 10월 금리 동결에 무게를 싣고 있다. 가계부채가 매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점은 부담이지만, 기준금리를 올려 이에 대응하면 건전성 문제가 커지고 소비 여력을 감소시켜 가뜩이나 좋지 않은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미 미국의 국채금리 급등으로 시장금리가 치솟으며 기준금리 인상 이상의 긴축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국제유가가 4% 넘게 급등했다. 국내 유가는 지난 8월 이후 1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10일 현재 휘발유 전국 평균 판매 가격은 1789.55원, 경유 가격은 1697.08원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주요소의 모습. 박종민 기자그렇다고 금리 인하를 하기에도 한은으로서는 부담이다. 우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진 상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국제유가는 한국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위협 요소"라며 "향후 중동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차분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FOMC에서 매파적 입장을 표명한 미국 연준(Fed·연방준비제도)이 올해 안에 추가 긴축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양국 간 금리 차이가 더 벌어져 환율 급등 등 우리나라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결국 한은은 '매파적 동결'을 할 것이라는 것이 시장 전망이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11일 52개 기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90%가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나머지 10%는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장기 국채금리 상승으로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낮아진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10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10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는 만장일치 동결될 것"이라며 "연내 한은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며, 동시에 인상 여지를 두는 매파적 태도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은 유지한다"고 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도 "최근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금통위는 추가 긴축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동결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인 데다 물가 수준이 2% 목표치를 여전히 상회하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은은 여전히 매파적 동결 스탠스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