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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산불, 한전 직원 무죄 확정…이재민들 "아직도 컨테이너에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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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대법원 업무상실화 등 혐의 전·현직 한전 직원 7명 '무죄' 확정
"역사상 있을 수 없는 일" 피해 이재민들 반발
이재민들 '산불 백서' 제작, 피해 기록 제작
오는 27일 한전 상대 손해배상소송 2심 첫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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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1700개 규모의 산림을 태운 2019년 고성 대형산불 사건과 관련해 전신주 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한전 직원들이 산불 발생 4년 6개월 만에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다.

산불 피해 이재민들은 대법원의 이같은 결정에 "역사상 있을 수 없는"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대법 '업무상 실화' 전·현직 한전 직원 '무죄' 확정

대법원 전경. 법원 홈페이지 캡처대법원 전경. 법원 홈페이지 캡처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8일 업무상실화와 업무상과실치상, 산림보호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전 전·현직 간부 7명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하자로 인해 전선이 끊어져 산불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검찰 측 증거만으로 유죄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1·2심 판단을 유지한 셈이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전선이 90도 꺾여있었다고 인정하더라도 피고인들이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라며 "만약 하자 발생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한전이 아닌 직원 개개인의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이들이 데드엔드클램프(배전선로에 전선을 붙들어 놓기 위해 사용하는 금속 장치) 하자를 방치해 끊어진 전선에서 발생한 불티가 산불로 이어진 혐의가 있다며 피고인들을 기소했다.

산불 현장 감식 결과 전선이 90도로 꺾여 있었는데 동해안에 매년 부는 '양간지풍'을 고려할 때 전선 관리 업무가 필요한 이들의 과실이 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었다.

2019년 4월4일 발생한 고성 산불은 산림 1260㏊를 소실시키고 899억 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를 냈다. 주민 2명은 약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역사상 있을 수 없는 판결" 피해 이재민들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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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피해 이재민들은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는 소식에 강하게 반발했다.

한운용 고성속초산불이재민공동협의체 주택위원장은 "역사상 있을 수 없는 판결"이라며 "아직까지 컨테이너에 있는 사람들이 30명이나 되고 집을 짓고 나가 산 사람들은 적게는 몇 천만 원에서 몇 억 원씩 빚을 진 상황으로 통곡을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당시 사망한 사람 중 한 명은 누나를 구출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죽었고 질병이 있던 한 사람도 목숨을 잃었다"라며 "금리는 높고 보상은 안되고 이런 상태에 이재민들이 놓여 있는데 산불 이재민들을 구렁텅이에 다 집어 넣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피해 이재민들은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당시 산불이 발생한 시점부터 법원의 민·형사상 소송 판결 등 일련의 과정들이 담긴 '산불 백서'를 만들 예정이다.

한 위원장은 "돈이 없어도 우리 현실에 있는 내용들을 담아 내 앞으로 산불이 발생해서 대처하고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을 남겨두려 한다"고 말했다.

노장현 고성산불비상대책위원장은 "원론적으로는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하고 아쉽기는 하지만 앞으로 이런 불행한 일이 없도록 하는 데 방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 이재민들 한전 상대 '손해배상소송' 영향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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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무죄 판결이 피해 이재민들이 한전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재판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제2민사부(김종우 부장판사)는 오는 27일 피해 이재민 권모씨 등 60명이 산불 원인자인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낸 26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 첫 기일을 연다.

앞서 지난 7월 춘천지법 속초지원 민사부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한전에 감정액의 60%인 87억 원과 지연손해금을 이재민들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이 지정한 주택과 임야 등 분야별 전문감정평가사의 감정 결과가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는데 이는 2019년 한전 최종 피해 보상 지급금을 한국손해사정사회가 산출한 손해사정금액의 60%로 하도록 한 고성지역특별심의위원회 의결과 동일한 비율이다.

재판부는 "피고(한전)가 고의 중과실로 책임을 발생시킨 게 아니고 당시 강풍 등 자연적인 요인 때문에 피해가 확산한 점이 있다"며 한전 측의 손해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만 책임을 60%로 제한한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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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손해배상(위자료)에 대해서는 이재민들이 산불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게 명백하고, 재산상 손해를 배상 받는다고 해서 치유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판단해 각 700만 원으로 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산불 사건 관련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드리지 못하게 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다시 한번 산불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는 이례적인 언급을 하기도 했다.

당시 이재민들은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 나왔다며 "왜 우리가 40%를 책임져야 하냐", "정말 이 자리에서 극단적인 선택이라고 하고 싶다"고 반발했다.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고성속초산불이재민공동협의체 관계자는 "한전에서 추진한 대로 이재민들이 청구한 금액에서 인정된 보상액은 33%정도 뿐"이라며 "고등법원에서 얼마나 이재민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이재민들에게 20~30%라도 더 줘야 이 빚더미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손해배상소송과는 별개로 산불 피해 당시 정부가 이재민들에게 지원한 재난지원금을 두고 정부와 한전간 벌어진 300억 원 규모의 구상권 청구 소송 항소심 첫 재판도 같은날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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