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가 11일 서울 강서구 캠프사무소에서 패배를 인정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창원 기자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받아든 수도권 민심은 예상보다 더 처참했다. 노골적으로 '윤심'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했던 김태우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에 17.15%포인트 차이로 참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번 선거가 내년 총선 전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로 평가받았던 만큼 '수도권 위기론'을 재확인한 김기현 지도부는 최대 위기를 맞은 모양새다.
17.15%포인트 차 참패…"따끔한 질책 무겁게 받아들여"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는 39.37%를 득표해 56.52%를 얻은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에 밀리며 낙선했다. 김 후보는 이날 상황실에서 "지지해주신 분들의 성원에 화답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강서구민 여러분의 엄중한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강서구민과 국민들께서 국민의힘에 보낸 따끔한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여 개혁 과제를 신속히 이행하고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입장을 냈다.
열세를 인정하면서도 내심 한 자릿수 내외 득표율 차의 접전을 바랐던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결과다. 개표 초반부터 진 후보가 김 후보를 '더블 스코어'로 앞서나가며 승패는 일찌감치 결정된 분위기였다. 선거기간 내내 강서구를 찾아 유세전를 폈던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이철규 사무총장을 제외하고 상황실을 찾지 않았다.
두 후보의 최종 득표율 격차는 17.15%포인트로, 지난 21대 총선 당시 강서구 3개 지역구의 평균 득표율 격차인 18%포인트와 비슷한 수치다. 대선 직후 치러진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을 택했던 강서구민들은 불과 1년 4개월만에 민주당으로 등을 돌렸다. 국민의힘이 참패했던 지난 21대 총선 당시의 지형으로 복귀한 것으로, 지도부가 애써 무시해왔던 '수도권 위기론'이 현실화된 상황이다.
'무리한 공천' 비판 화살…여당, 윤 대통령 리더십 타격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관련 규탄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선거 결과로 김기현 대표 등 여당 지도부의 리더십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번 선거는 김 후보의 구청장직 상실로 발생한 보궐선거지만, 여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따라 무공천 기류를 뒤집고 김 후보를 다시 공천하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애초에 무리한 공천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로 치러졌던 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함에 따라 윤 대통령도 체면을 구겼다. 김 후보의 피선거권을 복권 조치한 것도 대통령의 결단이었다.
단 한 명의 구청장을 뽑는 선거에 '가용 자원 총동원령'을 내린 지도부의 전략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수도권과 충청권 중진 의원들을 선거대책위원회 주요 직책에 앉히고 현역 의원은 물론 원외 당협위원장까지 김 후보 지원에 동원시키며 총력전을 폈다. 당내에서는 "지도부가 책임론을 분산시키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급기야 유권자와 언론의 주목도가 높아져 선거의 '급'은 전국 단위로 커졌지만, 정작 선대위 상임고문 등은 선거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벌어졌다.
'책임론' 불가피…與 선대위로 수습 노리지만 비대위 거론
일단 국민의힘은 총선기획단을 조기 출범시켜 당을 '총선 모드'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영입인재를 발표하고 전국 209개 당협을 대상으로 하는 고강도 당무감사에도 돌입한다. 전방위로 제기되는 책임론에서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포석이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냉혹한 수도권 민심을 받아든 만큼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은 분명하다. 조기 총선 체제로는 수습이 어렵다는 전망과 함께 비대위·혁신위 등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주류는 비대위 혹은 조기 선대위 시나리오에 분명히 선을 긋고 있지만, 비윤계를 중심으로 터져나오는 쇄신론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이른바 '수도권 위기론'는 비주류의 당 흔들기가 아니라 현실임도 분명해졌다.
당 관계자는 "김기현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인식이 공유된 것만은 확실하다"며 "모두가 비대위 언급을 조심스러워하지만 트리거를 누가 당길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