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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쉬쉬하던 '아이돌 성착취', 폭로 후 벌어진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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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일본 음악계, '그래미'로 돌파?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박수정 PD, 조석영 PD

◇ 채선아> 지금 이 순간 핫한 해외 뉴스, 중간 유통 과정 싹 빼고 산지 직송으로 전해드립니다. 여행은 걸어서, 외신은 앉아서. '앉아서 세계 속으로' 시간입니다. 박수정 PD, 조석영 PD, 나와 계세요.

◆ 박수정, 조석영> 안녕하세요.

◇ 채선아> 일본의 음악계 소식을 가져오셨네요.

◆ 박수정> 일본 요미우리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냈습니다. 일본의 문화청 장관인 도쿠라 슌이치가 아시아판 그래미상을 일본에서 개최하겠다고 발표한 건데요. 이 발표의 속뜻이 뭔지 그리고 요즘 일본 대중 음악계를 뒤집어 놓은 자니스 스캔들은 어떤 것인지 압축해서 전달해드릴게요. 일단 그래미 어워즈, 그래미상이 뭔지 간단히 짚어볼게요.

◆ 조석영> 전 세계에서 가장 유서 깊고 위상 있는 대중음악 시상식이라고 합니다. 무려 1959년에 시작됐고요. 마이클 잭슨, 브루노 마스, 비욘세 그리고 거슬러 올라가면 비틀즈 등등 그야말로 톱스타들이 상을 받았죠. BTS가 세 번이나 후보에 올랐지만 아직은 못 받았고요.

◇ 채선아> 그러니까요. '세 번이나 후보에 오른 BTS를 안 줘? 우리가 만들겠어'해서 우리가 아시아판 그래미상을 만들면 모를까, 일본이 만든다고 해서 특이했어요.


◆ 박수정> 보도에 따르면 지난 27일 일본의 문화청 장관이 J-POP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음악 시상식을 일본 교토에서 열 것이라고 했는데요. 교토가 일본 문화청의 본사가 있는 곳이라고 해요. 이게 K-POP을 너무 의식해서 나온 말이라는 걸 알 수 있는 게, 장관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아시아 대중음악 대부분이 한국의 BTS나 뉴진스 같은 그룹에서 나온 음악들"이라고 언급하면서 "일본은 국내 시장이 크기 때문에 일본의 J-POP 아티스트들은 해외에 진출하려는 에너지가 한국에 비해서 작다"고 직접 이야기했어요.

마치 '우리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그동안 내수 시장이 너무 커서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그러니 아시아판 그래미 어워드를 만들어서 J-POP을 한국의 K-POP처럼 알려보겠다'는 선언으로 들립니다.
 
◆ 조석영> 일본에는 BTS나 뉴진스가 없잖아요.

◆ 박수정> 그동안 내수에만 집중해서 그랬다는 걸까요? 이 기사가 발표되면서 일본, 한국에서도 네티즌들 반응이 재밌게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이 상을 만들어도 수상은 다 한국 가수들이 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도 있고요. 일본이 지속적으로 언론에 K-POP이라는 말 대신에 'Asian POP'이라는 용어를 쓰거든요. 아시아라는 하나의 큰 범주 안에 K-POP가 J-POP을 묶어서 물타기 하는 거 아니냐는 반응도 있습니다.


◇ 채선아> 인기 많은 친구 옆에 있으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라는 전략 같은데, 보수적인 나라인 일본에서 적극적으로 어떤 변화를 꾀하고 있는 걸까요?

◆ 박수정>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일본 대중음악계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인데요. 최근 일본의 대중음악 역사상 최대, 최악의 스캔들이 터졌습니다. 스캔들로 얼룩진 J-POP 기획사 자니스가 '스마일업'으로 사명을 변경한다고 하는데요. 자니스는 '일본의 방송사를 지난 30년 동안 자니스가 먹여 살렸다'고 말할 정도로 큰 기획사예요. 그런데 이 기획사가 사명을 바꾼다? 웬만한 일이 아니고서는 사명을 바꾸지 않아요. 심지어 단순히 사명을 바꾸는 게 아니라 폐업을 하고 새로 창업하는 거라고 하거든요. 그 정도로 우리가 완전히 바뀔 거라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조석영> 자니스는 일본 문화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실 텐데요. SMAP이나 아라시 같은 일본 아이돌 그룹을 배출한 곳입니다.

◆ 박수정> SM에서 창업할 때도 자니스를 많이 벤치마킹했다는 얘기가 있잖아요. 이 자니스에서 어떤 스캔들이 있었냐면, 창업자인 자니 키타가와가 아이돌 지망생들을 수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성착취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진 거예요. 이 사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일본 음악 산업 그리고 연예계의 폐쇄적인 문제들이 얼마나 있었는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는데요.
 
지난 십 수 년 동안 지속적으로 폭로는 있었대요. 피해자들이 나와서 인터뷰도 했는데, 일본 내에서는 한 번도 수면 위로 올라온 적이 없다는 거예요.일본 분위기가 매우 폐쇄적이고 나쁜 스캔들을 쉬쉬하는 분위기잖아요. 특히나 이게 동성 간 성착취 문제인데 동성 간의 성범죄 이야기를 일본 언론에서 얘기하기를 엄청 껄끄러워한대요. 
 
그래서 오랫동안 문제가 공론화되지 못하다가 결국 자니 키타가와가 사망한 이후에 BBC에서 피해자들을 인터뷰하고 다큐멘터리를 보도합니다. 그런데 이 폭로 내용이 가히 충격적이에요. 오랫동안 너무 많은 미성년자 연습생들을 대상으로 계속 착취해 왔다, 그리고 모두가 쉬쉬하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BBC의 헤드라인을 보시면 '일본이 숨겨온 최악의 비밀'라고 하면서 '일본인들은 과연 이 사실에 놀랐을까? 전혀 아니다. 이들은 모두 알고 있었지만 이걸 감추고 있었을 뿐이었다'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 채선아> 그러니까 내부에서는 아무리 목소리를 내봤자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고 그대로 묻혀버렸는데 외신 보도가 나오고 나서야 알려진 거네요.

◆ 박수정> 피해자들이 BBC 기자들을 직접 만나서 인터뷰하면서 비로소 공론화가 된 건데요. 이 기사에 적힌 표현에 따르면 "성착취가 오랜 시간 많은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수치스러운 일을 최대한 쉬쉬하려고 하는 'Shame and Silence'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해요.
 
일본에서 쇄신하기 위해서 자니스에 새로운 대표를 앉혔어요. 그런데 그 대표조차도 지금 성범죄 사건에 휘말려 있습니다. 기자들이 물어보니까 "난 기억이 잘 안 난다. 어쩌면 내가 했을 수도 있지만 안 했을 것 같다. 기억력이 내가 좀 안 좋다." 이런 식으로 대답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자니스라는 이름이 일본의 J-POP 문화 산업과 거의 동의어처럼 쓰일 정도로 영예로운 이름이었지만 지금은 불명예스러운 브랜드가 됐다고 이야기하는데요.

◇ 채선아> 브랜드를 바꾼다고 해서 이미지까지 바뀔까요?

◆ 박수정> 일본 내에서도 각성, 자성의 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자니스 기획사가 오랫동안 폐쇄적으로 아이돌들을 독점했기 때문에 K-POP에 밀렸던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어요. 안 그래도 K-POP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던 일본 대중음악계에서 '우리 이번 기회에 좀 변해보자, 잘해보자'라고 하면서 내세운 일환 중 하나가 일본 정부에서 추진하는 '아시아판 그래미상' 개최인 겁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 속에서 '아시아판 그래미상'이 K-POP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 채선아> 네, 여기까지 일본 음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살펴봤습니다. 박수정 PD, 조석영 PD, 수고하셨습니다.
 
◆ 박수정, 조석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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