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번 봉쇄하라우" 北도 철통 경계한 女 배구 에이스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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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 에이스 강소휘가 5일 항저우아시안게임 북한과 경기를 승리로 이끈 뒤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컷뉴스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 에이스 강소휘가 5일 항저우아시안게임 북한과 경기를 승리로 이끈 뒤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컷뉴스
17년 만의 메달은 무산됐다. 그러나 북한과 자존심 대결에서 승리하면서 그래도 최악의 결과로 대회를 마무리하지 않을 발판은 마련했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5일 중국 항저우 사범대학 창첸캠퍼스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8강 라운드 E조 2차전에서 북한을 세트 스코어 3 대 1(19-25 25-21 25-9 25-20)로 눌렀다. 첫 세트를 내줬지만 내리 3세트를 따내며 역전승을 거뒀다.

이미 4강행이 무산된 한국은 6일 F조 카자흐스탄과 5~8위 결정전을 치른다. 여기서 이기면 7일 5, 6위 결정전에 진출할 수 있다.

사실 대표팀은 전날 중국에 0 대 3 완패를 당하면서 4강 진출과 함께 메달이 좌절됐다. 한국 여자 배구가 아시안게임에서 노 메달에 그친 것은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17년 만이자 역대 2번째다.

이런 가운데 대표팀은 충분한 휴식도 취하지 못하고 경기를 치러야 했다. 전날 현지 시각으로 오후 7시에 중국과 대결한 대표팀은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북한과 맞섰다.

까다로운 남북전이라 신경이 더 쓰였을 터. 피로에 부담감까지 대표팀은 1세트를 19 대 25로 내주며 기선 제압을 당했다.

하지만 2세트부터 힘을 냈다. 주포 강소휘(GS칼텍스)가 5점, 교체 투입된 표승주(IBK기업은행)가 4점을 올리며 공격을 주도한 끝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흐름을 찾은 대표팀은 3, 4세트까지 따내며 승리를 확정했다.

이날 강소휘는 양 팀 최다인 24점을 터뜨렸다. 북한 주포 김현주도 22점을 올렸지만 60번의 공격 중 17번 성공으로 성공률 50%를 넘은 강소휘(23번 성공/44번 시도)와 화력 대결에서 밀렸다.

경기 후 강소휘는 "1세트 위기가 와서 전체적으로 흔들릴 뻔했는데 승주 언니가 들어와서 고참으로서 잘 잡아주고 후배들 따라가서 이길 수 있었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이어 "선수들끼리 북한이 강하게 나온다 해서 막 달려들지 말고 신경쓰지 말고 우리 것만 하자 관심을 안 뒀다"고 덧붙였다.

북한 여자 배구 선수들이 5일 항저우아시안게임 남북전에서 패배한 뒤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노컷뉴스북한 여자 배구 선수들이 5일 항저우아시안게임 남북전에서 패배한 뒤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노컷뉴스

개인 첫 북한전이 부담되지 않았을까. 강소휘는 "처음에는 똑같은 상대라 생각했는데 (북한에서) 우리 말을 하니까 사인이 뭔지 들으려 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근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다만 한 마디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강소휘는 "97번 봉쇄하라 말은 들리더라"며 미소를 지었다. 특히 강소휘는 이날 승부처였던 4세트 막판 강타와 터치 아웃 등 7점을 집중시켰다. 북한이 경계를 할 만한 활약이었다.

이번 대회 대표팀의 성적은 다소 실망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발전의 가능성을 봤다. 주장 박정아(페퍼저축은행)는 "모든 것을 보완해야 한다"면서 "특히 한 방을 터뜨릴 공격수와 세밀한 수비 등을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강소휘의 북한전 분전은 그나마 고무적이다. 강소휘는 "예전에 국제 대회 때는 공격 기술이 없어 무식하게 힘으로 때렸다"면서 "그러나 경험이 많아지면서 그래도 블로킹을 보고 어떻게 때리고, 터치 아웃을 시켜야겠다는 계산이 된다"고 말했다. 강소휘를 앞세운 한국 배구가 남은 경기 유종의 미를 거둘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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