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사브르 대표팀 구본길이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항저우(중국)=황진환 기자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이 한국의 아시안게임 역사에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한국 남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은 28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에 45 대 33 승리를 거뒀다. 구본길과 오상욱(대전광역시청), 김정환(국민체육진흥공단), 김준호(화성시청)가 힘을 합쳐 금메달을 수확했다.
대표팀은 2014년 인천 대회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3연패를 달성했다. 남자 사브르 종목의 아시아 정상을 지켰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5개를 보유한 구본길이 이번 대회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두 석권해 한국 선수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 기록(6개)을 새로 쓸 거란 기대감이 높았다. 구본길은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3회 연속 개인전 정상에 올랐고, 단체전에서는 한국의 2연패에 기여했다.
그런데 앞서 열린 개인전에서 대표팀 후배인 오상욱에게 발목을 잡혀 대기록 달성이 무산됐다. 그럼에도 구본길은 "(오)상욱이가 금메달을 땄기 때문에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의 금메달보다 오늘의 은메달이 더 값지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체전 금메달은 그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었다. 박태환(수영), 남현희(펜싱)가 보유한 한국 선수의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 기록(6개)과 타이를 이루고 싶은 욕심은 감출 수 없었다.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오상욱과 함께 단체전에 나선 구본길은 "(오)상욱이와 함께 뛰기 때문에 금메달을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고, 결국 결승에서 중국을 꺾고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구본길은 아시안게임 금메달 6개로 박태환, 남현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28일 오후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사브르 대표팀 선수들이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김준호, 김정환, 구본길, 오상욱. 항저우(중국)=황진환 기자경기 후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구본길은 "많이 후련하다"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중국 선수들이 이란 선수들을 이기고 결승에 올라와 분위기가 오른 상태였고, 우리는 4강에서 힘겹게 올라온 입장이라 어려운 경기가 될 줄 알았다"면서 "우리의 작전이 딱 들어맞았다. 초반에 집중해서 점수 차를 벌려놓으면 쉽게 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중국이 개최국인 만큼 홈 팬들의 압도적인 응원이 있었다. 관중들은 경기 내내 중국 선수들을 향해 "짜요(힘내)"를 외쳤다. 이에 구본길은 큰 목소리로 기합을 넣어 맞섰다.
기합 소리에 대해 구본길은 "사실 중국의 응원을 신경을 써서 기합을 넣은 게 아니라 내 컨디션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살짝 틈이 보이면 경기가 힘들어질 거라 생각해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큰 점수 차로 앞선 상황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고, 작전 타임을 통해 집중력을 더 끌어올렸다. 구본길은 "단체전에서는 분명 고비가 온다. 그때는 마음이 급해지고 머리가 하얘질 수 있다"면서도 "우리가 서로 소통이 잘 돼서 고비를 잘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득남을 한 뒤 첫 금메달이라 "아무래도 복덩이인 것 같다"면서 활짝 웃었다. 그만큼 아들이 아버지가 펜싱 선수라는 걸 인지할 때까지 피스트를 밟고 싶을 터. 구본길은 "그게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이번 대회에서 놓친 한국 선수의 최다 금메달 기록을 3년 뒤 열린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깨고 싶은 욕심도 조심스레 내비쳤다. 구본길은 "이번 대회에서 최다 금메달 타이 기록을 달성했지만 나고야에서 이 기록이 깨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내가 최다 금메달 기록에 도전할 수 있다면 다음 아시안게임까지 최선을 다해서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