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의회에서 기립박수를 받은 나치부대 경력의 야로슬라프 훈카(오른쪽)가 22일 의회 안의 방청석에 앉아있다. 연합뉴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캐나다 의회 연설장에 나치 정권 부역자를 초청해 그를 전쟁 영웅으로 소개한 캐나다 하원의장이 26일(현지시간)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앤서니 로타 캐나다 하원의장은 26일(현지시간)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이 하원은 우리 누구보다도 높은 곳이므로 저는 의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제 실수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실수'란 지난 22일 젤렌스키 대통령의 의회 연설장에 나치 군부대 출신 퇴역 군인 야로슬라프 훈카(98)를 초대해 그를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 독립을 위해 싸웠던 전쟁영웅'으로 소개하고, 의원들이 그를 칭송하는 장면을 연출케 한 일을 말한다.
사의 표명한 앤서니 로타 캐나다 하원의장. 연합뉴스자유당 소속인 로타 의장은 사퇴의 변에서 "그러한 칭송은 다른 국가들 중에서도 폴란드에서 나치의 만행에서 살아남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캐나다와 전 세계의 유대인 공동체를 포함한 개인과 공동체에 고통을 주었다"며 "저는 제 행동에 대한 모든 책임을 인정한다"고 거듭 사과했다.
앞서 러시아 정부는 이번 사태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캐나자 정부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실에 '우크라이나 나치 부역자의 등장'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공문을 전달하며 강력 항의했다.
유대인 단체와 인권 단체들도 "아돌프 히틀러에게 충성을 맹세한 나치 부대에서 복무한 사람이 캐나다 국회의원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았다"며 로타 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논란의 중심 인물인 훈카는 2차 세계대전에서 유대인, 폴란드인, 벨라루스인 등에 잔학 행위를 한 것으로 유명한 히틀러의 친위대이자 나치당의 준군사조직인 슈츠슈타펠(SS) 조직이었던 우크라이나 제1사단 소속 대원으로 활동했다가 캐나다로 이주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야로슬라프 훈카에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이번 사태는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러시아에 대한 서방 세계의 지나친 악마화 경향 속에 나온 해프닝으로 받아들여진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수렁에 빠진 서방세계가 2차대전 당시 나치와 싸웠던 소련까지도 지금의 러시아와 동일시하는 역사 인식의 마비 증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