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서울 초중학교 학생들이 농촌에서의 삶을 체험하는 '농촌유학' 프로그램이 관련 조례가 폐지 위기에 놓인데다,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 시행에 차질이 우려된다.
농촌유학은 서울 소재 공립초등학교 1~6학년, 중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농산어촌 소재 재학생수 60명 이하의 소규모학교에서 6개월이나 1년 단위를 기본으로 유학생활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시교육청의 농촌유학 프로그램은 2021년 3월 전라남도를 시작으로, 2022년 10월 전라북도, 지난 9월 강원도로 확대됐다.
농촌유학은 가족체류형, 홈스테이형, 유학센터형 등 3가지 유형이 있고, 지원 금액은 모두 동일하다. 농촌유학생은 서울시교육청과 농촌유학을 하는 학교가 속한 교육청에서 월 총 60만원을 받고, 지자체에서 추가로 일정 금액을 지원받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1년간 지원금을 주고, 전남과 전북의 경우 농촌유학 학생이 희망할 경우 최장 3년까지 지원금을 준다.
참여 학생수는 2021년 1학기 81명·2학기 147명에서 지난해 1학기 223명·2학기 263명, 올해 1학기 235명·2학기 248명으로 느는 등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다.
참여 지역도 2021년 1학기 10개 시군, 19개 초중학교에서 올해 2학기에는 27개 시군, 64개 초중학교로 늘었다.
서울시교육청은 "농촌유학 제도가 학생의 긍정적인 자아실현과 생태적 감수성을 증진시키는데 매우 효과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3월과 9월 복귀학생 52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최근 농촌유학 사후만족도 조사를 벌인 결과, 자녀의 긍정적인 변화(복수응답)로는 '자연친화적 생태감수성 증진'이 42명(80.8%)로 가장 높았고, 이어 '친구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한 사회성 향상 32명(61.5%)', '심리·정서적 안정(57.7%)' 등의 순이었다.
5학년 아들을 2년째 전남 구례 광의초등학교로 농촌유학을 보내 함께 생활하고 있는 학부모 이명우씨는 "농촌유학은 인성이나 사회성 발달에 너무 좋다"며 "원래 6개월을 예상하고 왔는데, 아들이 이곳 생활을 너무 행복해 해서 내년 6학년 졸업 때까지 있기로 했다"고 밝혔다. 광의초등학교는 전교생이 30명이다.
이씨는 "전교생 중 80% 이상이 다문화학생(이주배경학생)인데, 이곳에서는 다양한 가족이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돼 편견이 생길 수가 없다. 도시 아이들한테도 너무 좋은 기회"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농촌유학과 관련된 조례가 폐지 위기를 맞고,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행에 차질이 우려된다.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15일 생태전환교육 기금 편성의 근거를 담고 있는 '생태전환교육 관련 조례 폐지 조례안'을 재의결했다. 앞서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최유희 의원은 환경 교육 필요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서울시교육청의 생태전환교육 관련 기금이 '농촌유학' 사업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며 5월 말에 폐지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어린이·청소년들의 미래 생존을 위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박탈하고, 교육현장에서 활발하게 실시하고 있는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을 위한 생태전환교육에 대한 혼란이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대법원 제소를 모색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도농교류 협력에 관한 조례'를 바탕으로 농촌유학을 계속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이 다수를 차지한 시의회의 제동으로 예산 확보마저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시교육청은 2021년 교육비 특별회계에서 4.2억원, 2022년 생태전환기금에서 10억원(5.8억원 사용), 2023년 교육비 특별회계에서 7.9억원을 편성해 농촌유학 사업에 사용했다.
서울시의회가 올해 본예산 심사에서 농촌유학 관련 예산을 전액삭감해 시교육청은 2차례에 걸친 추경을 통해 7.9억원을 어렵사리 확보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1학기까지는 1인당 월 30만원씩 지급했으나, 2학기 신규 농촌유학생에 대해서는 전혀 지원하지 못하고 있고, 농촌유학생을 받는 시도교육청 및 광역·기초지자체 지원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내년 예산도 편성해서 올리기는 할 것이지만 서울시의회에서 의결이 될지는 불확실하다"고 우려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해 8월, 연차적으로 광역지자체 1곳씩을 농촌유학 대상지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의회의 제동으로 사업확대가 불투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