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길 입장. 항저우(중국)=황진환 기자개인전 4연패는 무산됐지만 오히려 후련한 모습이었다. 남자 펜싱의 간판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은 대기록에 도전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구본길은 25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사브르 남자 결승전에서 오상욱(대전광역시청)에게 7 대 15로 패했다.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3회 연속 정상에 올랐지만 이번에는 은메달에 만족했다.
이번 대회에서 구본길에겐 여러 대기록이 걸려 있었다.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사브르 개인전에서 아시안게임 펜싱 최초의 3연패를 달성한 그는 금메달 행진을 4개 대회 연속으로 늘릴 수 있었다.
여기에 한국 선수의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 기록(6개)과 타이를 이루고, 단체전 금메달까지 추가하면 신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개인전 결승에서 오상욱에 발목을 잡혀 아쉽게 대기록 달성을 놓쳤다.
오상욱과 구본길의 금빛 맞대결. 항저우(중국)=황진환 기자경기 후 구본길은 "4연패라는 기록이 솔직히 쉬운 게 아니었기 때문에 아쉬운 건 없다"면서 "오히려 한국 선수(오상욱)가 금메달을 땄기 때문에 4연패만큼 기쁘다"고 웃었다. 이어 "4연패에 도전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 생각하고, 나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앞서 준결승에서 구본길은 쿠웨이트의 유시프 알샤믈란을 15 대 10으로 꺾었고, 오상욱은 이란의 모하마드 라흐바리를 15 대 11로 눌러 결승에 올랐다.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결승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5년 만에 다시 성사된 결승 맞대결을 앞두고 구본길은 오상욱에게 '정말 열심히 뛰고 멋있는 게임을 하자'고 말했다. 금메달을 두고 선의의 경쟁을 하자면서 서로를 격려를 했다.
결승전이었지만 구본길은 후배 오상욱과 맞대결이라 편안한 부분도 있었다. 경기를 앞두고 오상욱에게 물을 부탁하는 등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오상욱에게 물을 건네받는 구본길. 항저우(중국)=황진환 기자이에 구본길은 "마음이 편했다. 5년 전에는 (오)상욱이에게 군 면제 혜택이 걸려 불편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편했다"면서 "오히려 내가 은메달을 따서 후련한 마음이 든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서로 최선을 다하고 후회 없는 경기를 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개인전 결승에서 오상욱은 구본길에게 패해 은메달에 만족했다. 하지만 이후 열린 단체전에서 김정환(국민체육진흥공단), 김준호(화성시청)와 금메달을 합작해 군 면제 혜택을 받았다.
이날 패배에 대해서는 말끔히 인정했다. 구본길은 "경기 후반 들어 상욱이는 여유로웠고, 나는 많이 조급했던 것 같다"면서 "상욱이는 멘탈이 강하고 여유로운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어 "단체전도 있는데 상욱이와 뛰기 때문에 금메달을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오상욱에 대해서는 "5년 전에도 실력이 뛰어났는데, 부상 복귀 후 많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내년 파리 올림픽에서도 문제 없을 거라 생각한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하지만 구본길은 자신의 올림픽 출전 여부에 대해서는 "희망입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채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