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열린 외화 '크리에이터' 화상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가렛 에드워즈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AI는 인간적인가, 인간의 적인가." SF 영화 '크리에이터' 각본과 연출을 맡은 가렛 에드워즈 감독이 최근 가장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AI(인공지능)를 주제로 한국 관객들을 찾았다.
다음달 3일 개봉하는 '크리에이터'는 고도화된 AI들에 의해 핵 공격이 시작된 후 특수부대 요원 조슈아가 인류를 위협할 무기인 아이 모습의 AI 로봇 알피를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전쟁을 그린 AI 블록버스터 영화다.
인간과 AI가 함께 살아가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크리에이터'는 인류를 위협하는 무기인 AI 로봇 알피를 제거하는 임무를 가진 전직 특수부대 요원 조슈아가 겪는 딜레마를 바탕으로 관객들에게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미래에 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외화 '크리에이터'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18일 오전 화상으로 만난 '크리에이터'의 가렛 에드워즈 감독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AI를 주제로 한 SF영화를 만든 계기에 관해 동남아 여행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전했다.
그는 "로봇 영화에 대한 이미지만 가지고 있었는데, 동남아 여행 당시 승려들이 사찰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저들이 로봇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며 "너무나 새로운 비주얼이어서 다른 감독이 먼저 영화로 만들면 질투가 날 것 같아 빨리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질라'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에 이어 다시 한번 SF로 돌아온 감독은 낯선 나라의 모습에서 로봇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후 각본 작업에 돌입했다. 그 과정에 무심코 떠오른 "AI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AI의 전원을 끄는 것은 잘못된 일일까? 만약 그 AI가 꺼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이라는 단순한 질문을 하나둘 떠올렸다. 이후 이 질문은 "우리는 AI를 포용해야 하는가, 아니면 파괴해야 하는가?"라는 영화의 핵심적인 주제로 이어졌다.
감독에게 SF란 단순히 현실에 없는 비주얼을 보여주는 장르가 아니었다. '크리에이터'의 핵심 주제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비유와 은유를 통한 현실에 대한 코멘터리"라고 표현했다.
에드워즈 감독은 "SF란 다른 장르의 영화에서는 할 수 없는 이 세계의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는 장르라 생각한다"며 "영화 안에서 현실에 존재하는 걸 과장하는데, 그런 극단적인 상황을 보면서 관객들은 '만약 저런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다면 지금까지 내가 믿고, 또 알고 온 게 진실이 아닐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거기서부터 모든 것이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외화 '크리에이터'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결국 '크리에이터'는 딜레마를 통해 주제에 접근, 비유와 은유를 통해 '이해'를 이야기한다. 감독은 "'론 울프 앤드 커브'라는 만화에서 주인공은 어린아이를 죽이게 되면 전 세계를 구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아이를 죽이게 되면 주인공은 악역보다도 더 나쁜 악역이 되는 상황이 된다"며 자신의 영화는 이러한 설정에서 모티프를 얻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메시지를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나와 배경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더 공감하고 이해하고 그들의 눈을 통해 세계를 보자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설정이 설득력을 갖게 된 데는 알피 역을 맡은 신예 배우 매들린 유나 보일스의 열연이 있었다. 감독은 "천재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고 별다른 연출이 필요 없을 정도로 특별한 배우였다"며 "반쯤 농담 섞어 다른 배우들에게 '왜 매들린 만큼 못하냐'고 할 정도로 아주 특별한 배우였다"고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외화 '크리에이터'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이번 영화를 위해 할리우드 베테랑 제작진도 대거 참여했다. '듄' 그레이그 프레이저 촬영 감독, 아카데미 편집상 조 워커, 할리우드 영화 음악의 살아있는 전설 한스 짐머 등이 함께하며 '크리에이터'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감독은 "관객들이 음악을 듣고 바로 한스 짐머의 음악이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길 원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아시아의 여러 종교 음악을 참고하는 등 한스 짐머가 기존에 작업했던 곡들과는 차별화된 음악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크리에이터'가 기존 SF영화와 차별화되는 지점 중 하나는 바로 파격적인 '역설계'에 있다. 일반적인 블록버스터 영화는 아티스트들과 함께 영화 속 세계 전체를 먼저 디자인하고 스튜디오에 거대한 세트장을 짓거나 그린 스크린을 배경으로 촬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가렛 에드워즈 감독은 실제 해외 로케이션을 통해 먼저 촬영을 마친 후 전체를 디자인하고 편집 단계에서 디자이너들과 함께 숏 위에 덧칠하는 '역설계' 방식을 채택했다. 감독은 "효율적일 뿐 아니라 현실감을 극대화해 리얼리즘과 퓨처리즘이 잘 어우러진 그림이 탄생했다"고 만족했다.
외화 '크리에이터'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마지막으로 에드워즈 감독은 "메시지와 의도를 먼저 가지고 영화를 만들게 되면 그 영화는 좋지 않은 영화로 전락한다. 오히려 딜레마를 가지고 시작하면 이야기를 쓰는 중간에 스스로 영화의 핵심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관객들도 알게 된다"며 "개인적으로 아시아에 애착이 있는 만큼 아시아 문화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아시아 관객들도 영화를 보고 즐거움을 많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