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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지났지만 개선없어"…'3개월 파리목숨' 경비원 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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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아파트 경비원 사망 6개월…여전히 아파트를 수놓은 '추모 현수막'
고용불안 시달리는 경비원들 "사기 떨어진다"…3개월 짜리 초단기 근로계약 여전
제대로 된 휴게공간조차 마련되지 않은 일터…"상황 개선되길 바라지만 쉽지 않아"
6개월 째 이어지는 경비원 집회에 주민 반응은 엇갈려

지난 3월 동료를 잃은 경비원들이 '갑질 가해자'로 지목된 관리소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양형욱 기자지난 3월 동료를 잃은 경비원들이 '갑질 가해자'로 지목된 관리소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양형욱 기자
"이제는 이슈화가 되지 않기 때문에 아파트 경비원에 대해서는 하나도 개선된 것은 없어요. 사람이 그래도 먹고 살려고 하니까 감수하고 있는 거예요"
 
지난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를 찾아 아파트 경비원과 주민들을 만났다. 지난 3월 14일, 관리소장에게 '갑질'을 당했다고 호소한 후 숨진 채 발견됐던 70대 경비원 박모씨가 몸담았던 바로 그 아파트다.
 
박씨가 사망한 지 이날(14일)로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파트 곳곳에는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갑질 의혹을 빚었던 관리소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현수막들이 걸려 있었다.

어느새 사건은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지만 박씨의 동료 경비원들은 여전히 3개월 짜리 초단기 근로계약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었다. 때때로 '경비원 구조조정'이라는 칼바람이 불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을까봐 마음을 졸인다고 입을 모았다.
 
이 곳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5일부터 주민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경비원 인력을 76명에서 32명으로 절반 넘게 줄이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경비원 홍성준(71)씨는 직접 작성한 호소문 천여 장을 아파트 현관문마다 붙여가며 구조조정이 불합리하다고 주민들에게 호소했다. 호소문에는 '경비대원의 감축은 관리비 절감 측면만 볼 것이 아니라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주민들이 생활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적혀 있었다.
 
홍씨는 "가만히 있는 노인들을 해고하려고 하면 사기가 떨어진다"며 "60대 중반만 돼도 '아이고 더럽다'하면서 (새로운 곳으로) 갈 수 있지만, 70세가 넘은 사람들은 월급이 작아도 오래 있던 곳에 있고 싶다"고 토로했다.
 
동료 경비원 조미학(73)씨도 "몇 년 전만 해도 경비원이 한 10개월쯤 일하면 (경비업체가) '봉사활동을 얼마나 할 것이냐'고 물었다"며 "나도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오래 있어봐야 당신한테 손해가 되니까 그만 나가라'는 얘기를 좋게 돌려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밤낮을 세워가며 일하다 보니 경비원의 업무강도가 낮지 않지만, 이들을 위한 제대로 된 휴게공간이 없어 평소 일하는 한 평짜리 경비 초소가 유일한 휴식공간이다.
 
홍씨와 조씨가 일하는 초소 안에는 업무용 책상과 나무로 된 침대를 두면 사람 한 명이 겨우 앉을 수 있는 공간만 남았다. 침대 길이도 키가 169cm인 홍씨가 누우면 두 발을 제대로 뻗을 수 없을 정도로 짧았다.
 
조씨는 "100%는 아니더라도 한 20%라도 경비원의 생활이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인데 쉽지 않다"고아쉬워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경비 초소 내부. 양형욱 기자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경비 초소 내부. 양형욱 기자
그나마 상황을 바꿔보고자 경비원들은 지난달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집회를 열어 경비원의 권익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6개월째 이어졌던 집회에 대해 주민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경비원들의 집회가 처음 열렸을 때만 해도 주민들 사이에 찬반 여론이 들끓었지만 이제는 많은 주민들이 집회에 무관심하다. 아파트에서 만난 한 주민은 "(집회) 내용을 몰라서 공감이 되지 않았지만 좀 불편했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다만 곳곳에 걸린 현수막을 보면서 숨진 박씨가 떠오른다는 주민도 있었다. 민지홍(28)씨는 "일터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셨다는 것은 많이 힘드셨다는 얘기고 (동료 경비원들은) 부당함도 어느 정도 느끼셨을 테니까 (집회는)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며 "경비원들에게 혜택을 받는 입장으로서 이분들을 옹호하게 된다"고 말했다.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걸린 현수막. 양형욱 기자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걸린 현수막. 양형욱 기자
한편 당시 '갑질 가해자'로 지목된 관리소장 안모씨는 10개월 째 관리사무소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었다. 기자는 이날 오전 안씨를 만나기 위해 관리사무소를 찾았지만 사무실 직원은 "안씨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며 "(만나더라도) 별다른 입장은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박씨 유족은 박씨가 겪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노동부에 지난달 진정을 넣었고, 산업재해보상도 신청했지만 아직 판정 결과들은 나오지 않았다. 또 안씨를 상대로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를 제기한 관련 수사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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