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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누가 죽였어!"…대전 교사 마지막길 '눈물과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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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을 때가 제일 이쁘셨어요. 하늘에서라도 편히 쉬세요"
동료 교사들 "교장도 교육청도 안 보여…끝까지 비겁해"
인근 학교 "불미스런 일 자제, 자녀 지도"…'슬픔마저 통제'

신석우 기자신석우 기자"누가 죽였어!"
 
운구차가 운동장에 들어서자 누군가 외쳤다. "누가 죽였어!" 검은 옷을 입은 동료 교사, 학부모·학생 700여 명의 울음소리는 더 깊어졌다.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지난 7일 숨을 거둔 대전 초등교사 A씨. 9일 발인한 그는 마지막 재직했던 학교와 교실을 찾았다.
 
신석우 기자신석우 기자
# 선생님 그 곳에서 편히 쉬세요. (제자 OO올림)
 
# 선생님 많이 힘드셨을텐데, 버티느라 고생하셨어요. 미리 알아봤어야 했는데…이젠 웃어주세요. 감사했고 사랑했고, 죄송했어요 (OO올림)
 
# 선생님은 웃으실 때가 제일 이쁘셨어요. 하늘에서라도 편안히 쉬세요. 선생님 그동안 죄송했고 감사했고 사랑해요 ♡ (OO올림)
 
# OOO 선생님 보고 싶어요. 돌아와 주세요. 알겠죠?(제자 OOO올림)

 
텅 빈 책상, 수북이 쌓인 꽃다발을 보며 동료들이 흐느낀다.
 
"나쁜 놈들"
 
A씨의 영정이 교실 밖으로 나오자 운동장에 주저앉아 꺼이꺼이 울던 한 여성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학교 본관을 향해 소리지른다. "나쁜 놈들" 몇 마디를 더 내뱉었지만, 울음소리에 섞여 허공에 흩어지고 말았다. 여성은 다시 주저앉아 오열했다.

"끝까지 비겁해"
 
운구 행렬이 지난 후에도 자리를 뜨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큰 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교사가 죽었는데, 교장이 얼굴도 비치지 않는 게 말이 되는 겁니까. 학교 안에 있다면서 안 나오는 이유가 뭐냐. 교장 나와라"
 
이 날 발인이 진행된 장례식장에도 운구차가 찾은 학교 현장에도 교장과 교육청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말했다. "끝까지 비겁해"
 
오히려 인근 학교에서는 학부모 등에게 단속 문자를 보냈다.
 
'애도의 마음은 학교 추모 공간에서 표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외 행동은 불미스러운 일로 연루될 수 있으니 자제해 주시고, 자녀들에게도 지도 부탁드립니다' (관평초)
 
신석우 기자신석우 기자
슬픔마저 통제받는 세상.
 
문자에서 서이초 교사 49재 '공교육 멈춤의 날' 당시 '불법·엄정 대응'을 강조하던 교육부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추모하고 애도하고 슬픔을 나누는 대신, 모습을 감춘 채 슬픔조차 '통제'하려는 교육 당국. 대체 무엇이 두려운 걸까.
 
누가 죽였어! 그를 죽음으로 내몬 게 비단 악성 민원 뿐이었을까.

신석우 기자신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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