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KIA 타이거즈 대 두산 베어스 경기. 두산 선발 투수 최원준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25일 만에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 승리 투수가 된 두산 베어스 최원준. 그에게 불펜은 어떤 의미였을까.
최원준은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KIA와 홈 경기에 선발 투수로 출전해 승리를 챙겼다. 특히 KIA는 지난 4월 최원준을 상대로 홈런 2방을 포함해 8안타로 5점을 올리며 혼쭐을 냈던 팀이라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기다렸던 시즌 3승. 지난 7월 9일 키움전에서 마지막으로 승리 소식을 전한 뒤, 정확히 60일 만에 쌓아 올린 승리였다. 최원준은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개인의 승리보다 팀이 승리해서 기쁘다"고 운을 뗐다.
최원준은 이날 최근 매섭게 불 뿜던 KIA의 타선을 완전히 식혔다. 5이닝 동안 59개의 공을 뿌리며 4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호투. 6회를 준비하던 그가 돌연 마운드에서 내려갔는데, 오른손 중지에 잡혔던 물집이 터졌기 때문이었다.
좋은 컨디션이었기에 이 상황이 아쉬웠을 터. 그러나 최원준은 팀을 먼저 생각했다. "투구 수와 관계 없이 팀이 이기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교체되는 것에 있어서 아쉬움은 전혀 없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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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최원준에게 올 시즌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 최원준은 지난달 3경기에서 2패를 기록했고, 11⅓이닝 동안 평균 자책점은 8.74였다. 선발 투수던 그는 결국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해야 했다.
최원준은 "자신감이 떨어지다 보니 결과를 너무 생각했다"며 "팀이 필요하다면 더 좋은 선수가 출전하는 게 맞다"고 부진을 인정했다. 이어 "내가 안 좋았기 때문에 받아들였다. 좋아져서 잘해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당시 심정을 고백했다.
"사실 야구하다 보면 항상 경쟁을 해야 한다"면서 최원준은 "앞으로도 야구를 해야 되기 때문에 '여기서 뒤처지면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는 계기"였다고도 했다. 최원준은 "제가 못 던졌다면 오늘도 다른 투수에게 기회가 갔을 것"이라며 "여기는 경쟁하는 곳"이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어 "남은 시즌 선발이든, 중간이든 어느 자리에서나 팀이 가을 야구에 가는 데 크고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두산 베어스 양의지. 연합뉴스부침을 겪던 최원준에게 양의지가 많은 조언을 건넸다고 한다.
최원준은 "화요일 날 선발 등판 예정이었다. 월요일에 경기를 했던 의지 형이 힘들었을 텐데도 내가 (선발로) 나간다고 포수를 선발 출장해준다고 말해줘서 무척 고마웠다"며 "사실 올해 많이 힘들었는데 의지 형이 많은 좋은 말을 해주다 보니 이렇게 잘 버티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최원준은 "의지 형도 야구를 지금까지 하면서 부침이 있었다고 했다"며 "의지 형이 '너한테만 오는 부침이 아니니까 너무 크게 생각하지 말고 마운드에서도 단순하게 해라. 생각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한 조언이 가장 많은 도움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주변에서 구속이 많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말이 들려왔을 때에도 "의지형이 '전혀 문제 없다'고 자신감을 심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LG 트윈스 임찬규가 공을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최원준에게 조언을 건넨 의외의 인물도 있었다. 바로 LG 트윈스 우완 임찬규다.
최원준은 "LG 임찬규 형한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번 LG와 3연전에서 좋은 말을 많이 해줬다"며 구체적인 상황을 전하진 않았다.
두산 이승엽 감독도 이날 최원준의 경기를 보고 "약 한 달 만의 선발 등판에서 제 몫을 다했다"며 칭찬했다. 이 감독은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게 가져가며 자신 있게 공을 뿌렸고, 왼손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며 흡족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