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지난 5월 서울 아파트 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선데 이어 지난달 지방 아파트값까지 상승전환하면 향후 집값 향방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매매 실거래가지수와 주택구매력, 주택가격전망이 개선됐지만,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넘쳐나는 미분양 물량에 좋지 않은 국내 경기 등 집값 하방 압력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부터 정부가 대대적으로 부동산 규제 완화에 나서며 집값이 회복세로 접어들었지만 향후 집값이 급등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입을 모으며 양극화 장세가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서울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완만하더라도 집값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과 거시경제 등 각종 악재로 집값이 '데드캣바운스(반짝 상승 후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맞서고 있다.
실거래가·호가는 상승…주택구매력은 개선…시장 주택가격전망도 상승
박종민 기자
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마지막주(28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6% 오르며 7주 연속 올랐다. 서울 아파트값은 5월 넷째주(22일 기준) 이후 1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고, 지방은 2주 연속 상승세가 이어졌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도 0.07% 오르며 6주 연속 상승했고,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17주 연속 올랐다.
구매력도 개선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KB아파트담보대출 PIR은 올해 2분기 기준 서울 12.7로 직전 분기(14.5)보다 낮아졌다. 이는 2021년 1분기(12.7) 이후 최저 수준이다. PIR(Price to income ratio)은 주택가격을 가구소득으로 나눈값이다. KB아파트담보대출 PIR은 KB국민은행 부동산담보대출(아파트) 대출을 받은 사람 중 중간 소득을 가진 사람이 서울 내에서 중간가격의 아파트를 구입했을 때의 부담치를 나타낸다. KB아파트담보대출 PIR이 12.7이라는 것은 연봉을 12.7년동안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인데, 이 수치가 낮아졌다는 것은 구매력이 과거보다 향상된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의 주택가격전망도 향상됐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소비자동향조사를 보면 주택가격전망CSI은 107로 전월(102)보다 상승했다. 주택가격전망CSI는 심리지표로 기준값인 100이 넘으면 주택시장에 대한 시장의 심리가 낙관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수가 100 높아진 것은 주택시장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더 강해졌다고 해석된다.
이렇듯 부동산 시장 관련 주요 지표들이 개선되면서 시장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침체됐던 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많다. 시장 일각에서는 '집값 바닥론'도 나온다.
거래량 증가세 주춤하고 전체 거래 중 상승 거래 비율도 감소
스마트이미지 제공다만 전국적인 부동산 시장 회복세를 견인했던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최근 다소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건수(계약일 기준)는 2449건으로 전월(3591건)보다 줄었다.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지난해 10월 최저치(559건)을 찍은 뒤 꾸준히 증가했고 올해 4월 3천건을 돌파한 후 서울 아파트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지만 6월(3849건) 이후 2개월 연속 줄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거래건수도 5월(4만 746건)을 찍은 뒤 계속 감소하고 있다. 거래가 둔화되면서 매물도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 3543건으로 6월 1일(6만 4571건)보다 13.8% 늘었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상승거래 비중도 줄고 있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신고된 수도권 아파트 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동일 아파트, 동일 면적을 기준으로 올해 2분기(4~6월)에 비해 7~8월 상승 거래(전 거래가보다 오른 가격의 거래)는 전체의 55%로 집계됐다. 같은 조건으로 1분기 대비 2분기 상승 거래 비중이 65%였던 점을 감안하면 상승거래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서울도 7~8월 상승 거래 비중이 62%로 집계돼 2분기 대비 상승 거래 비중이 10%포인트 감소했다.
최근 감소세이긴 하지만 미분양 물량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7월 전국 미분양 택은 총 6만 3087가구로 전월대비 3301가구(5.0%) 줄었지만 수도권(16.3%)과 지방(2.8%)의 감소폭 차이가 컸다. 전체 미분양 물량 중 86%인 5만 4253가구는 지방이 자치하고 있다.
"집값 회복, 규제지역 해제·청약규제 완화·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 효과"
황진환 기자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본격화된 부동산 시장 회복세의 '일등 공신'을 규제 완화로 꼽았다. 정부는 올해 1월 강남과 서초, 송파, 용산을 제외한 전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고 유주택자도 무순위 청약을 가능하도록 하는 등 청약 관련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2월부터는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LTV 70%(DSR은 적용하지 않고 DTI만 60% 적용)까지 최대 5억원까지 빌려주는 고정금리 정책 모기지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을 출시했다.
최근 집값 회복 분위기에 대해 세종대 부동산학과 임재만 교수는 "거래량이 극히 저조한 상황에서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 등 대출 완화와 청약 규제 완화 등 모든 정책을 동원해서 집값 살리기에 나섰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며 "앞서 거래량이 극히 저조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과대 평가된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NH농협은행 김효선 부동산수석위원도 "올해 들어 국내 경제 상황이 좋지 않지만 부동산 시장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은 현재 국내 경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중요도가 커졌고 정부의 규제 완화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전국 주택 거래량 중 90% 이상, 서울은 50% 이상이 9억원 이하 저가 매물이라는 점이 이를 방 증하는데 특례보금자리론이 10월 정도면 소진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이런 점이 향후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R114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거래에서 9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올해 1분기 59%를 차지했다. 올해초부터 빠르게 급매가 소진되면서 2분기엔 그 비중이 52%로 줄었지만 서울 9억원 이하 거래 건수는 1분기 4014건에서 2분기 5456건으로 증가세다.
"경기 상황 안 좋은데 집값만 홀로 계속 오를 수 없어"
박종민 기자서울 등 일부 지역이이 빠르게 전고점을 회복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부진한 국내외 경기 상황과 아직은 부담스러운 수준의 부동산담보대출금리 등 시장을 둘러싼 상황을 감안하면 향후 집값이 더 급등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은 달러화 기준 3만2661달러로 1년 전(3만5373달러) 대비 7.7% 줄었고, 경제 성장률 역시 4%대에서 2%대로 둔화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도 7%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임재만 교수는 "경제성장률과 잠재성장률 악화, 국민 소득 및 수출 감소, 부담스러운 금리 등을 감안하면 국내 경기가 좋아질 가능성이 제한적이고 이런 상황에서 집값만 오른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게 일반적인 판단"이라며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로 거래가 일부 살아나긴 했지만 실수요자라고 하면 지금 함부로 집을 살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집값이 더 오르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금은 시장이 엇갈린 신호를 보이는 혼조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하며 "중요한 건 체감 지수인데 급매물 소진과 대출금리 상승, 역전세난 우려,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 등으로 거래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상반기와 비교해 하반기는 가격 반등 탄력이 떨어진다"고 전망했다. 다만 "공급 불안과 고분양가 이슈 등으로 집값이 크게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아파트, 투자형 금융상품 된지 오래…시장 양극화 심화 전망"
전반적인 시장은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서울 등 수도권과 지방, 신축과 구축 등 지역과 연식에 따른 양극화 양상은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 김규정 소장은 "불안기와 조정기를 지나면 자산 시장은 무조건 양극화로 귀결되고 이번은 특히나 이런 양상이 심화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서울 아파트는 실질적인 가치나 거주 공간의 의미보다 투자형 금융상품처럼 투자자산 대상이 되어버렸는데 향후 공급 부족 우려 등을 감안하면 서울은 현재까지 회복 흐름이 이어진다고 보고 있는데 향후 회복세가 둔화될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지방에 대해서는 "수도권의 회복 흐름이 지방까지 이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당분간은 지역에 따라 상승과 하락이 혼재된 '약보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수요자에게는 급할 필요는 없지만 자금 여력을 감안해 가격 메리트가 있다면 매수에 나서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조언이 많았다.
김효선 부동산전문위원은 "향후 집값이 급등할 가능성은 제한적이어서 실수요자는 서두를 필요는 없다"면서도 "향후 다시 시장이 조금 잠잠해지면 꼭 팔아야 하는 집주인들로부터 저가 매물이 나올 수 있는데 그런 급매물을 위주로 매입하는 것을 추천하고 최근 분양가가 시세에 준해서 책정되고 있긴 하지만 주요 지역 대단지는 청약 당첨 후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고점(2021년 10월) 대비 서울은 25% 이상, 지방과 수도권은 30% 이상 떨어진 급매물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