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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부동산 붕괴 위기에도 '느긋'…통제불능? 거품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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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대형 부동산업체 도미노 디폴트 위기로 부동산 생태계 침식
중소업체들 순식간에 파산…노동자는 일감 끊기고 임금 체불
중국판 리먼브러더스 우려에도 당국은 찔끔 대책으로 일관
시장은 대규모 부양책 요구하지만 '이미 통제불능' 주장까지
부실업체 질서있는 퇴출 유도하며 의도된 거품빼기 분석도

지난 17일 중국 대형 부동산 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베이징 외곽 공사 현장 근처 차량에 "비구이위안 주택 구매자 권리 보호"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지난 17일 중국 대형 부동산 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베이징 외곽 공사 현장 근처 차량에 "비구이위안 주택 구매자 권리 보호"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초대형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위기로 촉발된 중국 부동산 시장의 붕괴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심지어 부동산 시장의 위기가 금융권으로 전이되며 중국판 리먼 브라더스 사태 전망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최소한의 개입으로 일관하며 대규모 부양책을 원하는 시장을 실망시키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부동산에 낀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시장 침체를 용인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생태계 전반으로 번진 위기…금융권 전이도


총자산이 2,529억 달러(약 334조 원)에 이르는 초대형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이 지난 7일 채권 이자 2,250만달러(약 300억 원) 조차 갚지 못해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

비구이위안은 당장 다음달 2일 만기가 돌아오는 9억 위안(약 7천억 원) 규모의 채권 '16비위안05'를 갚지 못해 채권단에게 거치기간 연장을 신청해 놓은 상황이다.

비구이위안 뿐만 아니라 다롄완다, 원양집단, 위안양그룹 등 중국 굴지의 부동산업체들이 잇따라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중국 부동산 시장이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들 대형 부동산 업체가 벌여놓은 사업에 참여한 수많은 중소 건설업체와 자재업체, 그리고 중개업체 등이 대금을 받지 못해 파산 위기에 몰리는가 하면, 건설노동자들은 일감이 끊긴 것도 모자라 밀린 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

중소 건설사를 운영하는 정모 씨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인터뷰에서 "얼마전까지 성공한 개인 기업가였지만 지금은 개인, 기업 모두 파산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도 '제3자에 대한 지불 불이행' 상태로 모든 금융거래가 불가능한 상태다.

건설노동자 웨이모 씨도 "지난 5월부터 공사장에서 일했는데 지금까지 임금으로 4,500위안(약 82만 원)만 받았다"며 "탄원서도 제출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책임있는 답변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컨설팅 업체 가베칼 리서치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미지급금이 최소 3,900억 달러(약 515조 4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대형 부동산업체들의 위기가 중국 전역에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부동산 생태계를 빠르게 침식시키고 있는 것.

여기다 부동산업체의 위기는 이미 금융권으로도 전이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부동산신탁사인 중룽국제신탁은 지난달 말 이후 수십 개의 투자 상품의 상환을 연기하는 등 심각한 자금난에 처했다.

중룽국제신탁은 부유층이나 기업의 자금으로 부동산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소위 '그림자 금융'으로, 이들 그림자 금융도 부동산 시장이 위기에 처하며 덩달아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부동산에 낀 거품이 터지며 금융사들이 잇따라 파산하는 중국판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우려되는 이유다.

과감한 부양책 왜 안내놓나?…'통제 불능' 주장까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연합뉴스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연합뉴스
중국 경제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이 붕괴될 경우 그 후폭풍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시장은 중국 정부의 과감한 부양책으로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중국 당국이 내놓은 지원책은 극도로 소극적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21일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1년 만기 LPR(대출우대금리)를 단 0.1%p 인하 하는가 하면, 심지어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LPR은 동결했다.

당시 로이터통신은 인민은행의 조치에 대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고 평가했다.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부동산업체들을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찔끔 인하와 동결로 중국 당국의 위기 탈출 의지를 의심케 했다는 설명이다.

이와함께 현재까지 중국 당국은 부동산 구매를 독려하기 위해 일부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정책을 내놓았을 뿐 위기를 겪고 있는 부동산업체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이나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한 대규모 부양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이 부동산 시장 붕괴 위기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이고 경직된 대처로 일관하며 실기를 하고 있다며 강력한 부양책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노무라증권의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 팅루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당국은 곤경에 처한 몇몇 주요 부동산 개발업체와 금융기관들을 지원하는 최종 대부자 역할을 해야 하며, 총수요를 진작하기 위한 마지막 지출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눈덩이처럼 불어난 지방정부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시 대규모 부양책을 꺼내기 힘든 상황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여기다 미국이 긴축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유동성 공급을 위해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할 경우 환율 방어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등 쓸 수 있는 카드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중국 정부가 현 상황에 대한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동산 거품 제거해야 산다…질서있는 파산?


반면,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이유가 이미 지난 2021년말 디폴트에 빠진 헝다는 물론이고 비구이위안을 비롯해 부동산 거품에 따른 부실 가능성을 늘 품에 안고 있는 부동산업체들의 '질서있는 퇴출'을 원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집은 사는 곳이지 투기하는 곳이 아니다'라는 원칙을 반복했던 시진핑 국가주석 주도로 중국은 지난 2016년부터 부동산 시장 과열을 잠재우기 위해 부동산개발업체에 대한 강력한 규제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그 여파로 몇년 뒤 헝다의 디폴트 사태가 터졌고, 최근 비구이위안 등 부동산업체들의 도미노 디폴트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지만 당국이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은 이것이 의도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낀 거품을 빼는 과정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도 "시진핑 집권 이후 한정 국가부주석(전 상무부총리) 주도로 장기 관점에서 부동산 시장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민간 부동산업체가 줄도산할 경우 국영기업이 인수하는 방향을 설정해 놓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신증권은 지난 21일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정부는 과거와 달리 부동산 기업 지원을 위한 대규모 경기부양 정책은 배제하고, 부동산 개발업체의 부도 위기가 금융기관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는 선에서 정책적 노력을 쏟아부을 것"이라며 전망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의 정책 대응이 가시화될수록 현재의 부동산 위기는 '질서있는 파산'을 통해 위기감을 낮춰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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