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펑 중국 부총리(오른쪽)와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29일 회담을 앞두고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나란히 서있다. 러몬도 장관은 지난 27일 나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연합뉴스중국을 방문중인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미국 기업들로부터 중국이 너무 위험해져서 투자할 수 없는 곳이 되어가고 있다는 말을 점점 더 많이 듣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러몬도 장관은 29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상하이로 이동하는 고속열차에서 기자들에게 "미국 기업의 중국 사업 리스크가 점차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러몬도 장관은 미국 기업들의 처지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들에게는 과거부터 있어왔던 전통적인 우려와 더불어 완전히 '새로운 우려'들도 있다"며 "이 두 가지가 합쳐져 중국을 투자하기 위험한 곳으로 느끼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기업들이 지적재산권 도용 및 보조금을 받는 중국 기업과 경쟁을 해야하는 것이 전통적인 우려에 포함되는 것이라면, 중국의 방첩법 등은 '새로운 우려'에 속한다는 것이다.
러몬도 장관은 "미국 기업들은 느닷없는 압수수색, 새로운 방첩법, 아무런 설명 없이 부과되는 막대한 벌금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며 "그래서 미국 기업들이 다른 국가나 기회를 찾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러몬도 장관은 "방중기간 동안 많은 중국 관리들을 만나 미국 기술(tech) 기업에 대한 중국의 제한에 대한 우려들을 전달했다"며 "특히 인텔, 마이크론, 보잉 등 미국 기업이 당면한 여러 이슈들을 제기했지만 중국으로부터 어떠한 약속도 받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 2019년 보잉의 737맥스 추락 사고 이후 보잉사의 항공기 인도를 전면 중단한 뒤 대신 유럽의 에어버스를 구매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마이크론테크놀러지 제품에서 보안 위험이 발견됐다며, 해당 제품 구매를 금지했다. 또한 중국 반독점 당국의 승인 지연으로 인텔의 이스라엘 파운드리업체 인수 계획이 무산되기도 했다.
물론 이 자리에서 중국도 미국의 관세 인하와 수출통제 계획을 폐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는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러몬도 장관은 "중국의 요구는 군사적 이용 가능성이 있는 기술에 대한 수출통제를 줄이고 미국 기업의 대중국 투자 제한 조치를 철회하라는 것이었다"며 "저는 국가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거절 의사를 표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미·중 관계의 악화를 막고 소통 채널을 복원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러몬도 장관을 중국에 보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바이든 행정부의 4번째 고위 관리인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러먼도 장관은 리창 총리와 허리펑 경제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국가안보를 중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그는 "미·중 무역 관계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며, 이를 책임감 있게 관리하는 것이 양국 모두는 물론 전 세계에 유익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러몬도 장관은 기후 변화, 펜타닐 문제, 인공 지능(AI)과 분야에서 더 광범위한 중국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러몬도 상무장관이 미국 국가 안보 문제에 대해선 타협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양국의 무역과 비즈니스를 촉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