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 윤창원 기자국민의힘의 '수도권 위기론'을 두고 내부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급기야 여권 '실세'로 불리는 이철규 사무총장은 "배를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승선을 하지 못 한다"며 위기론을 설파하는 이들에 대한 군기잡기까지 나섰다.
최근 국민의힘은 일각에서 제기된 '위기론'과는 반대로 수도권에서의 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자체 조사결과를 받아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실제 선거를 준비하는 수도권 인사들의 반응은 낙관적이지 않다.
與 자체조사, "경기 '박빙 열세'→'동률'로 상승세"
1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국민의힘 내부 자체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전국적으로 상승 흐름을 타는 가운데, 수도권 중 경기 지역에서도 야당과 동률을 기록했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핵심 당직자는 "자체조사 결과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우세한 결과가 나왔다"며 "그간 수도권에서 경기 지역이 뒤처져 왔지만 최근 조사에서 민주당과 동률이 나왔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에서 '박빙 우세', 경기 지역에서 '박빙 열세'였던 흐름이 최근 경기 지역 '동률'까지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 당직자는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김남국 코인 게이트 이후 지지율이 계속 내리막이지만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이후 꾸준히 상승세"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또한 "수도권에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을 지지했다가 보류한 층이 다시 지지를 이어가는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배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승선 못 해", 지도부 흔들기 경고
따라서 전날 이 사무총장의 의원총회 군기잡기는 수도권 위기론을 '근거 없는' 지도부 흔들기로 규정, 경고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최근 방송과 SNS 등에서 위기론을 설파했던 4선의 윤상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 등을 겨냥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 사무총장은 이날도 기자들과 만나 "사실에 기초해 의견을 개진하는 것과 당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건 다른 것"이라며 "같은 당 구성원으로서 당을 모욕하지 말자는 당부의 이야기였다"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국회사진취재단윤상현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8개월 남짓한 총선에서 수도권 위기론은 현실"이라며 "이같은 집권당의 현 주소는 당지도부의 책임이 크다"고 꼬집었다. 이준석 전 대표도 지난 16일 YTN라디오에서 "수도권 선거 위기론을 얘기해도 위기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지금 당 지도부라 하고 있다"며 "지금 지도부에게 전부 수도권에서 선거를 뛰라 하면 쥐죽은 듯 고요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의원총회에 있던 한 의원은 "최근 지지율 흐름이 나쁘지만은 않은데 수도권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만 부각되니 지도부도 고충이 있지 않겠느냐"면서도 "내부총질을 하는 사람들에게 공천을 줄 수 없다는 식의 발언은 과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승 흐름에도 현장 반응은 '글쎄'…"수도권 제1당은 부동층"
이 사무총장의 기강잡기에도 수도권 위기론은 쉽게 진화되지 않는 모양새다. 수도권의 지지율이 상승세라고는 하지만 확실한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지도부가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에 출연해 "당 지도부는 상대적으로 영남권이나 강원권에 있는 분들이니까 수도권 정서나 흐름을 못 느낄 수 있다고 본다"라며 "저희는 수도권에서 당에 대한 인식을 절감하고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전보다 수위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수도권 위기론을 강조한 발언이다.
한 수도권 의원 또한 여당의 수도권 지지율 상승 추세에 대해 "체감할 수준은 아니다. 민주당 헛발질의 반사효과를 본 것으로 보인다"고 했고, 한 원외 당협위원장도 "현재 수도권 제1당은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싫은 부동층"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지도부 관계자는 "누구보다 수도권을 예민하게 바라보는 이는 수도권 선거에 책임을 져야 하는 지도부"라며 "2030세대를 포섭하기 위한 청년정책과 인재 영입에 어느 때보다 공을 들이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