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작업자들이 오는 11일 개최되는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폐영식을 겸한 K-팝 콘서트 무대를 설치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제6호 태풍 카눈이 10일 수도권으로 북상하는 가운데,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다음날 열릴 K팝 콘서트를 강행하며 무대 설치 작업을 서두르고 있어 안전사고가 우려된다.
조직위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태풍 카눈이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침에 따라 8개 시·도에서 운영되고 있는 잼버리 활동을 실내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안전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기자들이 K팝 콘서트가 예정된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시설물 설치와 관련해 안전 문제를 묻자, 조직위 측은 "문화체육관광부에 확인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또 앞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전날(9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11일 K팝 공연 전에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태풍은 폐영식이 열리는 시간에 이미 빠져나가 이후 행사 진행에는 전혀 지장이 없고 오히려 쾌청한 날씨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야외활동을 제한한다는 조직위의 안전 가이드라인도, 콘서트 관련 안전을 보장한다는 이 장관의 약속도 정작 콘서트 무대를 설치하는 노동자들에게는 향하지 않은 이야기다.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작업자들이 오는 11일 개최되는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폐영식을 겸한 K-팝 콘서트 무대를 설치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애초 정부가 정한 규정에 따르면 비단 태풍이 아니라도 비, 바람이 거세다면 야외 고소(高所, 높은 곳) 작업에 대해서는 '작업 중지'를 권고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살펴보면 "비와 눈, 바람 또는 그밖의 기상상태가 불안정해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 작업을 중지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 8일 "태풍이 동반하는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붕괴, 감전과 관련된 안전조치와 함께 강풍으로 인한 가설물 자재의 낙하 및 크레인 전도 등에 대비해야 한다"며 야외 노동자들의 안전을 우려한 바 있다.
이러한 우려는 기우(杞憂)가 아니다. 최근에도 젖은 무대 구조물 위에서 철거 작업을 하던 20대 노동자가 추락해 숨진 사건이 있었다.
지난달 31일 강원 강릉종합운동장에서 가수 싸이(PSY)의 콘서트 '흠뻑쇼' 무대를 철거하던 20대 몽골 국적 남성이 철골 구조물에서 미끄러져 20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사고 당일 강릉에는 하루만에 11.5㎜의 많은 비가 내렸다.
이번 태풍으로 거센 비가 예보된 지역을 중심으로 행사 취소가 잇따르면서 행사 전문 업계는 '잠정 휴업'에 들어갔지만, K팝 콘서트를 준비하는 노동자만은 비바람을 맞으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작업자들이 오는 11일 개최되는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폐영식을 겸한 K-팝 콘서트 무대를 설치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한 행사 전문업체 관계자는 "사실 급하긴 했다. 일반적으로 4만명 정도 규모의 대형 공연은 최소 4~5일을 준비한다"며 "(잼버리 K팝 콘서트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하루 이틀 정도 기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고 우려했다.
이어 "(태풍이 오면) 사실 위험하다. 행사 전문가들 상황을 들어보면 남부지방부터 중부지방까지 모든 행사를 취소하거나 작업 중이던 것을 다 내려놓았다"며 "(잼버리 K팝 콘서트는) 국가적인 상황이니까 부득이하게 진행하는 것이겠지만 일단 하면서도 엄청 고민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다른 야외 무대 설치업체 관계자도 "(무대) 레이어를 10단(약 20m)은 써야할 것 같은데 돌풍이 불면 위험하니까 한 10m 정도만 쌓는 방법으로 가야 한다"며 "일하는 사람들은 그냥 하라는 대로만 일만 하니까 안전 지침들을 명확히 지시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