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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vs 원희룡…무량판 위 두 잠룡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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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과 원희룡은 '정치판' 입사 동기다. 2000년 1월 13일,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인재 영입차원에서 이들을 한날한시에 정치권에 데뷔시켰다.

30대 후반, '스타 변호사'와 '수석 인생'이라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 국회에 입성한 두 사람은 40대 중반에 들어서자 한 명은 정치입문 6년 만인 2006년 최연소 서울시장으로, 다른 한 명은 이듬해인 2007년 대선 경선 3위에 오르며 일찌감치 보수진영 잠룡 대열에 합류했다.

정치입문 10년 만인 2010년에는 두 사람이 서울시장 후보를 뽑는 당내 경선에서 맞붙으며 본격 힘겨루기에 나서기도 했다.

원희룡의 추격을 뿌리친 오세훈은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하지만 1년 뒤 직을 내건 무상급식 투표 이후 혹독한 야인 시절을 겪게 된다. 원희룡은 그보다는 굴곡이 덜했지만 2014년 제주도지사 당선 이후 8년 동안은 중앙 정치와는 한발 떨어져 있었다.

이들이 중앙정치 무대에 복귀한 시기도 비슷하다.

오세훈은 두 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고배를 마시는 와신상담 끝에 2021년 서울시장으로 드라마틱한 재기에 성공했다. 이에 뒤질세라 원희룡은 그 해 대선바람을 타고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로 중앙무대에 복귀했다.

지난해 오세훈은 네 번째 서울시장 당선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고, 원희룡은 윤석열 캠프에서 이른바 '일타강사'로 인지도를 높인 뒤 실세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여러 이슈를 종횡무진 주도하고 있다.
 

닮은 정치역정, 다른 정치스타일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한 두 사람의 정치 역정은 닮은 부분이 많지만, 문제를 풀어가는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다는 점도 흥미롭다. 특히 최근에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이른바 '무량판 철근 누락' 아파트 문제에 대해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보였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LH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LH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원희룡 장관은 이번에 '충격요법을 통한 공론화'라는 접근법을 보여줬다. 문제가 보이면 일단 여론의 장으로 끌어낸다. 무량판 구조로 시공된 아파트에 부실 논란이 일자, LH가 발주한 공공아파트 가운데 부실시공이 우려되는 아파트 명단과 설계와 시공, 감리에 참여한 업체 명단을 모두 공개해버렸다.

이미 입주한 주민들도 있는 마당에 이런 방식의 충격요법은 곧바로 전국민이 관심을 갖는 이슈로 떠오른다. 이렇게 공론화를 시킨 뒤 해법찾기 국면을 조성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인식하고 해법을 찾기위해 노력하는 효과는 있지만, 불가피하게 논란은 커지고 공론의 장은 시끄러워진다.

최근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발언에서 보듯 저돌적이고 충격적인 '한 방'으로 여론을 집중시키고 국면을 전환한 뒤 해법을 찾는 스타일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부실시공에 대처하는 자세…충격요법 vs 해법찾기


여름철 폭염 대비 현장 방문에 나선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양천구 월드컵대교 공사현장을 찾아 점검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여름철 폭염 대비 현장 방문에 나선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양천구 월드컵대교 공사현장을 찾아 점검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반면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론화보다는 대안 제시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른바 '순살 아파트' 논란이 불거지자 오 시장은 '동영상 기록관리'를 해법으로 내세웠다. 교통사고 때 차량 블랙박스를 증거로 사용하는 것처럼 콘트리트 타설이나 철근 배근 과정을 모두 영상으로 남겨 속일 수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100억원 이상 공공공사에 대해서 드론과 CCTV, 작업자 보디캠 등을 동원해 전 공정을 영상으로 촬영해 기록으로 남기고 있는데, 이 방법을 민간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실제로 30개 건설사들이 전공정을 동영상 기록을 남기겠다고 협약도 맺었다.  

오 시장은 문제의 해법을 구상하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실무진을 동원해 반드시 구체적인 대안으로 만들어오도록 하는 현실적 해법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이것도 하나의 해법에 너무 '꽂히는' 경우는 시야가 좁아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국회 입사동기'인 두 사람은 23년 동안의 굴곡진 정치 역정을 통해 다시 한번 보수 진영의 잠룡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간의 정치역정은 묘하게 닮았지만 문제 해결방식은 사뭇 다른 '왕년의 루키'들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가 하는 부분도 매우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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