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8일 1.7t 상당의 대형 화물이 굴러와 초등학생 황예서 양이 숨지고 어린이와 어른 등 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앞 스쿨존 현장. 김혜민 기자부산 영도구 스쿨존에서 굴러 내려온 화물에 깔려 참변을 당한 고(故) 황예서(10)양 아버지가 사고 후 백일이 지났지만, 딸을 향한 그리움은 더욱 짙어진다고 애끊는 심경을 전했다.
아버지 황씨는 사고가 난 지 100일을 하루 앞두고 4일 CBS취재진을 만나 딸을 잃은 황망함을 토로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보통 100일은 연애할 때나 아이가 태어난 후 건강하게 자라서 기쁨을 나눌 때 떡도 지어 선물하는데, 자식이 죽은 지 100일을 챙기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며 "일할 때나 밥 먹을 때나 순간순간 예서가 그리울 때마다 생전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그리움을 달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황씨는 여름 휴가철을 맞았지만 별다른 피서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전했다. 여느 때 같았으면 기뻐할 딸의 모습을 떠올리며 가족들과 물놀이도 준비하고 숙소도 예약했겠지만, 이제는 함께할 예서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사고가 나기 3주 전쯤 가족들과 베트남에 다녀왔었다. 형편이 넉넉지 않아 해외로 가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큰 맘 먹고 간 여행이었다"면서 "몇 시간씩 물놀이를 하고도 지친 기색 없이 웃던 예서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국에 돌아가면 수영도 가르쳐줘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예서와의 마지막 여행이 돼버렸다"고 비통함을 전했다.
사고가 나기 3주 전인 지난 4월 예서 양 가족들이 물놀이를 하던 모습. 유가족 제공
황예서 양은 지난 4월 28일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등굣길에 굴러 내려온 1.7t짜리 원통형 화물에 깔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특히 아버지 황씨는 초등학교 등교시간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하역 작업이 이뤄지면서 한순간 사랑하는 딸을 잃었지만, 사고가 나고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도 없었다며 괴로웠던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사고에 대비해 지자체마다 제공하는 보험이 있고, 부산시도 스쿨존 사고에 대한 시민안전보험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스쿨존 사고의 경우 교통사고로만 제한된다"면서 "예서는 화물에 깔린 사고였기 때문에 제도 적용조차 받을 수 없었다.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사고였는지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뤄져서는 안 되는 작업이 이뤄져서는 안 되는 시간대에 이뤄졌음에도 사고를 낸 가해자 가족들은 책임보다는 선처를 먼저 말했고, 안전 관리 의무가 있는 지자체도 '포괄적 책임'을 언급하며 법적 책임에는 선을 그었다"며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니 스스로 자책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아버지 황씨는 세상을 먼저 떠난 딸에 대한 미안함을 전하며, 비극적인 사고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살면서 행복했던 기억이 별로 없었는데 예서 덕분에 참 행복했다"며 "'어떻게 이렇게 착하고 예쁜 딸이 내게 왔을까', '왔다가 이렇게 허망하게 갔을까' 지켜주지 못해 참 죄스럽고 눈물만 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부산시가 등굣길 전수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아이들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통학로 안전을 위한 정책을 제발 끝까지 실행했으면 좋겠다"면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에게 제대로된 처벌이 이뤄져서 또다시 이런 사고를 겪는 이들은 정말로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