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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이 본 '바비' 韓 부진 이유…"'페미니스트' 꼬리표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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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바비' 포스터.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외화 '바비' 포스터.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글로벌 흥행 10억 달러 돌파를 목전에 둔 영화 '바비'의 한국 흥행 부진을 두고 외신에서는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 정서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일(현지 시간) "'페미니스트'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비평가들은 페미니스트 관련 주제가 여전히 금기시되고 있는 가부장적인 사회를 지적한다"고 보도했다.
 
'바비'(감독 그레타 거윅)는 개봉 10일 만에 글로벌 흥행 수익 7억 7800만 달러(한화 약 1조 95억 원)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흥행의 중심에 섰다. 해외 매체들은 이번 주 10억 달러(한화 약 1조 2975억 원)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국내 개봉한 '바비'는 3일 현재 누적 관객 수 47만 6594명을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성인권운동가 심해인씨는 가디언에 "페미니스트 유머가 있는 여성 중심 영화가 여전히 금기시되는 주제라는 사실을 '바비'가 증명한 것"이라며 "여성 관객들은 '바비'를 보러 가는 걸 주저할 수 있다. 한국에서 페미니스트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데 대한 두려움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는 한국에서 '금기어'(dirty word)가 됐다"며 "사람들은 오랫동안 사회를 이끌어 온 뿌리 깊은 가부장제를 인정하기를 꺼리고, 맞서기를 불편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가디언은 한국은 여전히 가부장적이며, OECD 국가 중에서도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가 가장 심하고 '유리천장 지수'(각 나라별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방해 요소를 수치화한 지수) 역시 지속해서 꼴찌인 점을 짚었다.
 
이와 함께 가디언은 두 가지 지표를 들었다. 지난 2022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성 격차 지수(Global Gender Gap Index, GGI)에 따르면 한국은 146개국 중 99위를 차지했다. 2019년 시사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페미니즘은 남녀의 동등한 지위를 이루려는 운동'이라는 정의에 관해 20대 남성의 62.3%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페미니즘은 여성 우월주의를 주장한다'라는 문장을 제시하고 찬반 의견을 묻자 20대 남성 78.9%가 동의했다.
 
또한 가디언은 '바비' 개봉을 앞두고 공개된 한국판 포스터에서 영화의 상징적인 슬로건인 "바비는 무엇이든 될 수 있어"와 "켄은 그냥 켄"이 누락된 사례를 전했다. 당시 누리꾼들은 '바비'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측은 "특별한 이유나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우선 인지도 있는 배우군의 포스터를 골라 캐릭터명을 잘 보이게 공개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가디언은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의 페미니즘은 급진적인 행동과 관련한 부정적인 개념으로 변모했다"며 "이러한 인식이 남성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했다.
 
다만 '바비'의 한국 내 흥행 부진이 서구권에 비해 저조한 것이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숭실사이버대학교 연예예술경영학과 교수를 역임했던 영국 출신 영화평론가 제이슨 베셔베이스는 류승완 감독의 영화 '밀수'를 언급하며 "현지(한국)에서 제작된 여성 배우가 다수 출연하는 '밀수'가 한국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독특한 시장이다. '엘리멘탈'이 뛰어난 성과를 거두는 반면 '바비'는 그 반대"라며 "'스타워즈' 시리즈와 같이 미국 대중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영화가 한국에서 흥행이 잘 안되는 경우와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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