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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 추락, '학생인권조례' 탓?…'제로 섬 게임'처럼 봐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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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 2010년 이후 경기, 서울, 광주 등 6개 교육청서 시행
"교권·학습권 침해시 불이익 등 학생의 책무성 반영 강화 필요"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권 회복에 대한 여론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교권 추락의 요인 중 하나로 '학생인권조례'를 지목해 이를 개정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일부 조항이 교권 침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학생인권조례를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개정해 나가기로 했다. 교권보다 학생의 권리를 우선하는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교권이 추락했다는 것이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 및 자치조례 정비에 관해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 및 자치조례 정비에 관해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24일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 및 자치조례 정비' 관련 브리핑에서 "법령 및 고시에서 생활지도권과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규정해 시행하더라도 학생인권조례 정비 없이는 교권의 근본적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당, 시도교육청과 함께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학생인권조례)를 조속히 개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생인권이라는 미명 아래 차별받지 않을 권리 조항은 선생님들의 칭찬이나 질문을 차별이라고 주장하는 데 활용되고, 사생활의 자유 조항은 정당하고 즉각적인 학생 생활지도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교권 강화를 위해 국정과제로 채택해 추진한 초·중등교육법 및 시행령 개정이 최근 마무리된 만큼, 일선 현장의 구체적 가이드라인인 교육부 고시를 신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국무회의에서 학교장, 교사가 학업이나 진로, 인성·대인관계 분야에서 학생들을 훈계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의결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당,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 개정도 병행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이는 '학생인권조례'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1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한 현장 교사 간담회에서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임태희 경기도교육감과 서울시의회 김현기 의장은 당일 학생인권조례 전면 개정과 재검토 의지를 각각 밝혔다.
 

'학생인권조례' 2010년 이후 경기, 서울, 광주 등 6개 교육청서 시행

 연합뉴스연합뉴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인권과 자유, 권리 보장을 목적으로 지난 2010년에 경기도 교육청에서 처음 도입된 이후 현재 광주, 서울, 전북, 충남, 제주 등 모두 6곳에서 시행되고 있다.
 
조례 개정 필요성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학생 인권만 지나치게 강조돼, 차별금지 조항과 휴식권, 사생활의 자유 등 조항이 교권을 침해하는 요인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마치 교권 추락의 주요 요인인 것처럼 보는 시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교권이 추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근본적 원인이 학생인권조례에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교육 당국은 악성 민원과 수업 방해 등 교권 침해 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데, 마치 학생인권 조례가 원인인 것처럼 여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학부모가 학생인권조례를 이유로 교사에게 무리한 주장을 할 경우 이는 조례가 갖고 있는 맹점이라기 보다는 조례를 악용하는 것으로 봐야 하고, 이것이 문제가 되면 교육이나 문화 개선 등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원대 김성천 교수는 "차별금지 조항은 성적이나 종교 등을 이유로 학생이 차별을 받아서 안 된다는 선언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건데, 그것과 교권 추락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제를 호도하거나 이념적인 프레임(틀)을 씌우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조례는 지자체와 교육청 차원에서 논의해야 하는 사안인데, 대통령실에서까지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자치와 분권의 철학에도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광주교육대 박남기 교수는 "칭찬도 차별이라고 하는 것은 해석을 너무 광범위하게 잘못한 케이스로 보인다"고 밝혔다.
 
송 정책위원은 특히 "학생인권과 교권은 함께 신장돼야 하는 관계로 여겨야 하는데, 이를 제로섬(zero sum) 게임처럼 바라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권·학습권 침해시 불이익 등 학생의 책무성 반영 강화 필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교직 3단체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긴급 공동 기자회견에서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긴급 추진 과제 제언 및 법안 신속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교직 3단체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긴급 공동 기자회견에서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긴급 추진 과제 제언 및 법안 신속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서울 교원단체총연합회, 서울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등 3개 교직 단체와 연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학생인권조례 개정 움직임에 대해 "교육 이슈가 과도하게 정치적 쟁점이 되고 정략적 갈등의 소재가 되어버리면 배가 산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단호하게 반대한다"면서도 "조례에 학생의 권리 외에 책무성 조항을 한 조각 넣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생각을 갖고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추락의 핵심요인은 아니지만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는 있다"며 "학생인권조례에는 타인의 인권 존중에 대한 부분이 아주 간략하게 언급돼 있어, 교권을 침해하거나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할 경우 어떤 불이익을 받는지에 대한 부분을 보완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는 생활지도 고시안을 만드는데 중점을 두고 있고, 개별 조례의 조항을 어떻게 고치겠다고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라면서도 "조례의 내용에 학생의 책무가 덜 반영돼 있다면, 책무를 강화하는 쪽으로 교육청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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