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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에 떨어지고 병해충는 기승 부리고" 전남 화순 복숭아 농가에 피해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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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화순에서 집중호우로 봉숭아 낙과 피해 속출
탄저병·천공병 병해충도 번져 '이중고'
일조량까지 낮아 당도도 낮아 상품성도 하락

24일 전남 전남 화순군 화순읍 도웅리의 한 복숭아 농가에 떨어진 복숭아들. 김한영 기자24일 전남 전남 화순군 화순읍 도웅리의 한 복숭아 농가에 떨어진 복숭아들. 김한영 기자
복숭아 주산지인 전남 화순에서는 수확기를 맞았지만 집중호우로 인해 복숭아가 떨어지고 각종 병충해가 기승을 부리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4일 오후 전남 화순군 화순읍 도웅리의 한 복숭아 농가.

10년 넘게 고향인 도웅리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김송배(77)씨는 "올해처럼 복숭아 농사가 힘들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24일 전남 전남 화순군 화순읍 도웅리의 한 복숭아 농장에서 김송배씨가 탄저병 피해를 본 복숭아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김한영 기자24일 전남 전남 화순군 화순읍 도웅리의 한 복숭아 농장에서 김송배씨가 탄저병 피해를 본 복숭아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김한영 기자
복숭아 수확기이지만 최근 이어진 집중호우로 절반이 넘는 복숭아가 낙과 피해를 보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올해의 경우 지난 4월쯤 복숭아 꽃이 필 무렵 이상 저온 현상으로 냉해 피해를 입어 예년보다 복숭아가 착과가 덜 돼 시작부터 좋지 못했다"면서 "장기간 이어진 집중호우 속에 지난 23일부터 내린 비 때문에 복숭아가 많이 떨어져 막막하다"고 말했다.

천공병에 걸린 복숭아 나무 잎. 김한영 기자천공병에 걸린 복숭아 나무 잎. 김한영 기자
집중호우가 지난 6월 말부터 길게 이어지면서 낙과 피해는 물론 병충해 피해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실제로 이날 찾은 김씨의 복숭아 농장에서는 열매가 타들어 가는 탄저병과 세균성 구멍병으로 불리는 천공병에 걸린 복숭아나무 잎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복숭아 나무에 맺혀있는 복숭아들은 대부분 병해충에 노출돼 상품 가치를 잃은 상태였다.

김씨는 "건강한 복숭아나무의 경우 평균 500개에서 700개 정도가 열매를 맺는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이상저온 현상에 수정도 제대로 하지 못해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평균보다 열매가 덜 열렸는데 이마저도 집중호우로 인해 낙과 피해를 입었다"면서 "여기에 습한 환경이 장기간 유지되면서 당도도 떨어졌고, 탄저병과 천공병까지 걸리면서 올해 농사는 '말 그대로 망쳤다'"고 하소연했다.

여름철 대표 과일인 복숭아는 습기에 취약하고 저장 기간도 다른 과일과 달리 10여 일에 불과해 수확 시기를 놓칠 경우 상품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유통되는 복숭아는 국내에서만 생산되고 있다.  

24일 전남 전남 화순군 화순읍 도웅리의 한 복숭아 농가에 떨어진 복숭아들. 김한영 기자24일 전남 전남 화순군 화순읍 도웅리의 한 복숭아 농가에 떨어진 복숭아들. 김한영 기자
화순군 화순읍 도웅리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고 윤기선(65)씨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날 윤씨의 농가에서는 탐스럽게 익은 복숭아 수천 개가 땅바닥에 떨어져 나뒹굴고 있었다.

한창 수확기지만 집중호우로 인해 나무에 맺혀있는 열매를 제때 따지 못하면서 탐스럽게 나무에 매달려 있던 복숭아들이 맥없이 떨어진 것이다.

윤씨는 "복숭아는 땅에 떨어지면 곧바로 상품성을 잃는다"며 "아내와 함께 1년 가까이 애지중지 키운 복숭아를 폐기 처분해야 해서 속이 상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윤씨의 농가에서는 잘 익은 복숭아들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하지만 당도가 너무 낮아 수확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윤씨는 "복숭아의 특성상 복숭아가 익으면 물렁해진다"면서 "현재는 복숭아가 물렁물렁해져서 빨리 팔아야 하지만 당도가 너무 낮아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없어 조금 더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복숭아의 경우 비에 장시간 맞거나 습기에 노출될 경우 당도가 떨어진다. 윤씨가 재배하는 복숭아의 경우 최근까지 10브릭스(Brix·과일의 농도를 측정하는 단위)를 유지했다가 그 이하로 떨어졌다. 시중에 판매되는 복숭아의 당도는 대략 15브릭스 정도로 알려졌다.

윤씨는 "천재지변이라 어쩔 수 없지만 정부에서 적극 나서서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농가를 도와줬으면 좋겠다"면서 말했다.

이처럼 화순군 화순읍 도웅리에서는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는 30여 농가의 상황이 비슷했다.

전라남도는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전남의 복숭아 피해 면적을 174ha로 집계했으며, 주요 피해 발생 지역이 화순이라고 밝혔다.

24일 화순농협로컬푸드직매장에 진열된 복숭아. 김한영 기자24일 화순농협로컬푸드직매장에 진열된 복숭아. 김한영 기자
집중호우로 인해 장기간 비가 내리고 일조량까지 부족해 복숭아 당도가 크게 떨어지면서 복숭아 판매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정효은 화순농협 로컬푸드직매장 점장은 "장마가 계속되다 보니 전년에 비해 복숭아 매출도 30% 가까이 떨어진 상태"고 말했다.

한편 전라남도는 복숭아 피해를 비롯해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농작물 피해와 관련해 신속한 농작물 피해조사를 실시해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른 복구지원 계획을 수립해 재해 보상에 누락되는 농가가 없도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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