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전국적인 수해의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이 여권 내부에서 책임 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공개적으로 화살을 맞은 인사는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홍 시장은 지난 15일 대구에서 골프를 쳤고, "주말 골프는 자유"라며 공감받기 어려운 발언으로 스스로 화를 키운 끝에 지난 20일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홍 시장은 19일 "부적절했다는 지적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라며 고개 숙여 사과했고, 징계 착수가 결정된 당일 밤엔 "과하지욕(跨下之辱‧치욕을 참겠다)"이라며 심정을 밝혔지만, 모두 만시지탄(晩時之歎‧때늦은 한탄)으로 보인다.
하지만 2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여론은 홍 시장만을 겨냥하지 않는다.
내부의 반감은 오히려 핵심부를 향하고 있다. 복수의 인사들이 "당 대표가 대통령과 동시에 해외 순방을 잡은 것이 타당했었나"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면담을 마친 후 국회를 떠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당초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유럽 순방 일정을 잡았고, 중간에 우크라이나 일정이 추가돼 17일 귀국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10일부터 15일까지 미국을 방문했다.
결과적으로 충북 '오송 참사' 당시 시점(15일 오전)엔 여권에선 대통령을 비롯해 여당 대표와 사무총장 등이 국외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어디서도 "책임을 통감한다"는 발표는 나오지 않고 있다. 거꾸로 여당 핵심부에선 "당 대표의 미국 방문 일정을 확정한 시점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보다 먼저 정해졌다"는 해명이 제기됐다. 듣기에 따라 면피성의 '책임 떠넘기기'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수해 당시 지방자치단체장의 처신에 대해서도 책임의 대상을 놓고 논란이 제기됐다.
한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을 징계하는 마당에 김영환 충북지사의 책임은 왜 묻지도 않느냐"고 꼬집었다.
김 지사는 오송 지하차도 사고 발생 1시간 뒤인 오전 9시 44분 첫 보고를 받았고, 곧장 사고 현장으로 가지 않고 다른 일정을 소화한 뒤 오후 1시 20분이 돼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그는 '오송 참사'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자리(20일)에서 "(내가) 거기에 (일찍) 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당장 대통령이 서울로 가도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다"라고 했던 대통령실 관계자의 발언을 상기시킨다. 해당 발언은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일정에 국내 수해 상황이 반영됐느냐는 질문에 현장에서 나온 반응이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실의 메시지가 정제되지 않았다. '당연히 수해를 챙겨야 하나, 총리가 대신 수고하고 있다'던지 다른 식으로 완곡하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문제의 발언이 책임을 묻던지, 어떤 정리를 해야 하는데 아무런 조치가 없으니 비슷한 표현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지난 20일 오전 충북도청에 마련된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합동분향소에 방문해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영환 충북지사를 홍준표 시장처럼 징계하게 되면 애초 발언자인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니 당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야말로 우왕좌왕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결국 누군가 나서 책임질 생각보다, 상대방에게 책임이 떠넘겨지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당의 기강이 잡히지 않고 비슷한 실수가 자꾸 일어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홍 시장의 '수해 골프' 논란만 해도 지난 3월 강원도 산불 당시 김진태 강원지사의 '골프 연습' 논란이 재연된 것이다.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도부로부터 퍼져 나오는 갖가지 실책 때문에 죽을 맛"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