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여고 제공"늦었지만 평생 잊지 않았습니다. 이제라도 드려야겠습니다. 죄송합니다"지난 19일 충북 충주시 용산동 충주여자고등학교를 찾은 이 학교 9회 졸업생 임병순(85) 씨는 이춘형 교장에게 이런 내용이 적힌 자필 메모와 함께 현금 250만원과 1천만원이 각각 든 봉투 2개를 내밀었다.
뜻밖의 상황에 어리둥절했던 이 교장과 교사들은 임 씨로부터 상황 설명을 듣고 잔잔한 감동에 젖어 들었다.
임 씨는 지난 1957년 이 학교 3학년 재학 중 수업료를 내지 못할 정도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 당시 담임교사 권모 씨에게 휴학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권 교사는 그러나 '그런 이유로 학교를 그만두면 안 된다. 계속 공부를 해야 한다'라는 취지로 설득하며 휴학을 허락하지 않았다.
덕분에 임 씨는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고 3명의 박사 자녀를 둔 어머니로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
임 씨는 담임 선생님이 어떤 식으로 자신의 수업료를 해결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고 학교 측이 20일 전했다.
다만 현재 화폐가치로 나름 산정한 수업료 250만원과 그 이자 1천만원을 학교 발전기금으로 기탁하는 것으로 감사를 표시하고 마음의 빚을 갚고자 한 것이 아니겠냐고 학교 측은 덧붙였다.
앞서 임 씨는 한 달 전 학교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졸업장을 받지 못했다면서 졸업 여부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다.
이에 학교 측은 임 씨가 9회 졸업생 명단에 포함된 사실을 확인하고 여동생 부부, 남동생과 함께 학교를 찾은 임 씨에게 미리 준비한 졸업장을 전달했다.
학교 측은 임 씨가 기탁한 발전기금을 가정 형편이 어려운 재학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이 교장은 임 씨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원대한 꿈을 지니고 희망찬 미래를 위해 도전하는 후배 학생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