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사고 뒤로 좀 가려져 있긴 했습니다만 신임 대법관 후보자의 수상한 돈벌이가 논란이 돼 왔는데요. 주인공은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 오늘 임명됐으니 권 신임 대법관입니다.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대형로펌이 요청한 의견서를 써주고 번 돈이 무려 18억여원. 임기를 시작하긴 했지만 이 논란은 계속 이어질 걸로 보이는데요. 권영철 대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죠.
◇정다운> 권영준 대법관이 생각보다 굉장히 빠르게 임명이 됐네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권영준, 서경환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습니다. 두 후보자는 어제(18일) 임기가 종료돼 퇴임한 조재연, 박정화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곧바로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정다운> 국회 본회의에서 무난히 통과된건가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재석 265명에 찬성이 215표, 반대 35표, 기권이15표였습니다. 서경환 후보자는 찬성이 243표, 반대 15표, 기권 7표였으니까 차이가 나죠. 임명동의안 투표에서 공식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한 건 정의당뿐이었습니다.
연합뉴스
◇정다운> 청문회 과정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의 세게 질타하지 않았나요?
◆권영철> 맞습니다. 특히 권 후보자가 5년간 대형로펌에 62건의 법률의견서를 써주고 18억원이 넘는 돈을 받은데 대해 변호사법 위반과 서울대 교원으로서의 영리행위 금지 위반에 대한 질타가 거셌습니다.
청문회에서 있었던 민주당 민형배 의원의 질의 잠시 들어보시죠.
[2023.7.11 대법관(권영준·서경환) 인사청문회 /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근 5년간의 근로사업 기타사업 소득을 비교해보니까 근로소득 대비 근로외소득이 무려 5년 평균 3.3배예요. 2021년에는 4.2배로 나오거든요. 이건 교수인지 변호사인지 의견서 작성을 전문으로 하는 분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많잖아요?" 민 의원은 "자칫하면 이거 '투잡 뛴 거 아니냐' 이런 얘기 들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라고 질책하기도 했습니다.
민주당 김회재 의원은 "국가공무원법이나 서울대법 등에 따르면 후보자는 영리 활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면서, "서울대 교수로서 돈을 받고 법률관계 문서를 작성했는데, 이는 변호사법 109조(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 향응 또는 그밖의 이익을 받고 법률관계문서를 작성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에 정확히 맞아떨어진다"고 했습니다.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겁니다.
◇정다운> 권 후보자는 본인이 영리행위를 했다는 걸 인정했나요?
◆권영철>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권 후보자는 "금지되는 영리업무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분명하게 답변했습니다. 그리고 변호사법 위반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5년간 18억 1500만원의 소득을 올린데 대해서는 대단히 송구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부분 잠시 들어보시죠.
[2023.7.11 대법관(권영준·서경환) 인사청문회 / 권영준 후보자]
"사실 세후 소득액으로 따지면 연봉보다 많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런 액수를 떠나서 위원님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우리나라에 어려운 분들도 많이 계시는데 그런 소득을 올린 것에 대해서는 대단히 송구스런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다운> 민형배 의원은 근로외 소득이 근로소득의 3.3배라고 했는데 권 대법관 본인 해명은 세후 소득으로 따지면 연봉보다 많지 않다는 거네요? 뭐가 맞는 말이죠?
◆권영철> 권 후보자는 2018~2022년까지 5년간 국제중재와 국내 소송 등 총 38건의 사건에서 의견서 63건을 작성하고 약 18억 1500만 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중 '필요경비 공제 후 약 7억원'을 받았다고 해명한 겁니다.
이 필요경비가 뭐냐 하면, 법률의견서를 작성해주고 받은 돈을 국세청이 '기타소득'으로 분류해서 60%를 필요경비로 공제해 주는 겁니다. 그러면 이 필요경비가 어디로 갔을까요? 이상돈 전 의원은 "필요경비로 인정해 주는 액수도 내가 받아서 내가 잘 쓴 것이지 남에게 준 것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필요경비 역시 권 대법관의 수입인데 마치 경비로 빠져나간 것처럼 묘사가 된 겁니다.
기타소득은 원고료, 강연료 등을 '푼돈'으로 버는 사람에게 인정되는 수입인데 억대의 연봉에 연 3억원 이상의 기타소득을 정기적으로 올리는 사람에게 사업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인정하는 것도 논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정다운> 해명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거네요. 그런데 일단 '얼마나 벌었느냐'보다도, 교수 신분으로 이런 고액의 영리행위를 해도 되는 건지. 또 돈을 받고 법률사무를 하는 건 개업변호사만 할 수 있는데 변호사법 위반 의심도 계속 되는거고요.
◆권영철> 변호사법 위반에 대한 논란은 여전합니다. 민주당 청문위원들도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특히 권영준 후보자는 청문회 전이나 청문회 과정에서 로펌의 의뢰로 써준 법률의견서를 제출하라는 인사청문위원장의 지시에도 로펌과의 '비밀 유지 의무'를 이유로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지난 17일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이 유보되자 뒤늦게 비공개를 전제로 청문위원들에게 '법률의견서' 열람을 하도록 했습니다.
법원행정처 직원들이 청문위원들의 의원실을 돌면서 비공개 열람을 하도록 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열람 할 수밖에 없었고, 심층적인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합니다.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본관 중앙홀에서 열린 서경환·권영준 대법관 취임식에 권영준(왼쪽), 서경환 대법관이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정다운> 임명동의안 채택이 안되니까 뒤늦게 청문회에서 요구한 법률의견서를 공개한거네요. 그런데 전체 의견서가 다 나왔나요?
◆권영철> 그렇지는 않습니다. 청문위원들에게 확인해보니 63건 중 20건만 열람하도록 제출했다고 합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국내 사건 15건과 해외 5건을 법원행정처 직원들이 의원실로 가져왔지만 18일 오전 10시 반쯤이었다"면서, "그것도 30분 정도만 열람하게 하고 가져가려는 걸 우겨서 1시까지 검토했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청문위원들도 법률의견서를 갖고 오긴 했지만 전체 의견서가 아니라 일부만 공개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의 관례에 비추어 진일보한 측면이 있긴 합니다만 전체 의견서를 다 제출하지 않았고, 짧은 시간에 비공개 열람만 가능하도록 했다는 건 개선을 해야 할 겁니다.
◇정다운> 제대로 검토는 못한거네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다른 청문위원들도 "자료를 늦게라도 제출한 건 진일보 한 거지만, 제대로 검토할 시간이 없어서 아쉬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습니다. '법률의견서' 열람을 청문회 전에 했다면 충실하게 청문회에 반영이 됐을 텐데, 뒤늦게 제출하는 바람에 질의에 반영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자료제출을 의무화 하도록 법률을 개정해야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정다운> 열람해보니 '법률의견서' 내용에 대법관으로서 이해충돌을 일으킬만한 부분이라든지, 문제 소지는 없었나요?
◆권영철> 비공개 열람이 조건이다보니 청문위원들이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 였습니다.
민형배 의원은 "심각한 문제라고 여겼던 것들은 권 후보자의 해명대로 많은 일이 있거나 그런 건 아닌 거 같고, 학술적인 의견 이런 걸 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라고 했습니다.
청문위원장이었던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짧은 시간에 법률의견서를 검토하다보니 명확한 불법의 이유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며, "앞으로 자료 제출을 더 엄격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좀 다른 의견이었습니다.
◇정다운> 어떤 의견이었습니까?
◆권영철> 장 의원은 "후보자는 굉장히 중립적이고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썼다 이렇게 얘기를 했지만, 굉장히 노골적으로 1심은 잘못됐고, 이런 식으로 판결에 대해서 평가하는 말들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현대중공업 관련된 법률 의견서가 명확하게 제가 딱 걱정했었던 이제 그런 부분 우려를 드러낸 부분이었기 때문에 사실 저는 의견서를 보고 나서는 이 사람이 명확하게 부적격 해야 된다. 그렇게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 윤창원 기자정의당 장혜영 의원과 권영준 후보자의 질의 응답 잠시 들어보시죠.
[2023.7.11 대법관(권영준·서경환) 인사청문회]
-장혜영 정의당 의원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법률의견서에 대한 비용은 로펌이 냅니까 아니면 소송당사자가 냅니까?"
-권영준 후보자 "제가 구체적인 내용은 잘모르겠습니다만은 궁극적으로는 소송당사자가 부담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다운> 결국 장 의원이 혼자 부적격 의견을 밝혔네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장혜영 의원이 심사경과보고서에 소수의견으로 부적격 의견을 남겼습니다.
장 의원이 남긴 부적격 의견은 법률의견서가 소송 일방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기술됐고, 고액의 법률의견서를 의뢰할 수 있는 곳은 대기업나 자산가뿐이고, 대법관 후보자로서 기본적인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등의 내용입니다.
물론 인사청문특위도 경과보고서에 "일반 국민에게 기대되는 대법관의 도덕성 및 준법의식의 기준에 부응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으며, 사법부 블랙리스트, 재판거래 의혹 등과 같은 사법부의 중요 이슈에 대하여는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는 소신을 보여주지 못하였다"는 입장을 남겨놓긴 했습니다.
◇정다운>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이런 흠결이 있는데도 왜 민주당은 대법관 인준에 찬성했을까요?
◆권영철> 첫 번째는 권영준 후보자의 명확한 불법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정다운> 변호사법 위반이나 겸직금지 위반의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건가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여러 로스쿨 교수들이 권영준 후보자의 법률의견서를 통한 거액의 수입이 변호사법 109조의 위반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만, 명확하게 불법이라고 판단한 근거가 없습니다.
민형배 의원은 "법률의견서를 작성하고 대가를 받은 것이 영리행위인지? 변호사법을 위반한 것인지가 제일 큰 쟁점이었는데, 이 쟁점이 명확하게 정리가 안 됐다"고 말했습니다.
대한변협이 명확한 입장을 내야 하는데 끝까지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대한변협 감사인 정철승 변호사가 변협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를 했지만 변협은 끝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정철승 변호사는 "변호사법 위반이냐 아니냐는 변협 법제위원회에서 의견을 내야 하는데, 제가 파악하기로는 그 법제 위원회에 그 검토 의뢰 자체를 안 했던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전에는 변협이 능동적으로 입장을 냈는데 의뢰가 없었으니 입장도 없다는 겁니다.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정형근 교수는 "권 후보자가 상당히 장기간 계속적으로 특정사건을 수임한 로펌의 의뢰를 받아 의견서를 작성해 준 행위는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한 변호사'(변호사법 제112조 제4호)에 해당되는 것과 같은 외양을 갖고 있다. 변호사 자격이 있으면서도 변협에 (자격)등록과 개업신고를 하지 않고 변호사 직무를 수행하면 처벌을 한다. 권 후보자가 특정 로펌이 수임한 사건의 의견서를 작성해 준 행위가 '학문 연구' 차원의 것이 아니라면 변호사 직무를 수행한 것에 해당될 수 있다." 고 했습니다.
두 번째는 혹 떼려다 붙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정다운> 혹을 떼려다 혹을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슨 의미인가요?
윤창원 기자◆권영철> 민주당의 한 청문위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김명수 대법원장의 마지막 제청인데, 여기서 부적격으로 낙마한다면 다음에는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원장이 제청하는 후보자가 될 거라는 얘기죠. 그 후보자가 권영준 대법관보다 낫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그런 취지일 겁니다.
송기헌 의원은 18일 의원총회에서 "파출소를 피하려다 경찰서를 만날 수도 있다"는 취지의 찬성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장혜영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도 고액의 의견서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였는데 막판에 인준에 찬성한 건 정치적인 고려를 했던거 아닌가?"라면서 "혹 떼려다 혹 붙일 수도 있다는 판단을 했던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세 번째는 민주당에서는 처음부터 권영준 후보자에 대해 우호적인 분위기가 있었다는 겁니다.
◇정다운> 그래요? 청문회 과정에서는 고액의 의견서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었는데요?
◆권영철> 그렇긴 합니다만 전반적인 기류는 처음부터 권영준 후보자에 대해 우호적이었다고 합니다.
민형배 의원은 "자신에게 제기된 문제를 해소해가는 그 과정이 진지하고 진정성 있게 이뤄졌다고 봤다"면서 "자신이 의견서를 냈던 로펌에서 제기되는 재판에 회피하겠다. 그리고 아직 재판 중인 사건의 의견서, 4개는 철회하기로 한 점"등을 들었습니다.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권영준 후보자에 대해 우호적인 토론을 하는 의원들도 있었고, 민주당의 전반적인 기류가 반대하는 건 아니었다고 합니다.
18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검사출신 송기헌 의원과 판사출신 이수진 의원이 찬성토론을 했다고 합니다.
◇정다운> 그런데 권 대법관은 본인이 의견서를 썼던 사건의 경우 회피하겠다고 했는데, 많게는 7대 로펌의 사건을 다 회피한다면 대법관으로서 제대로 된 직무 수행이 가능합니까?
◆권영철> 그런 비판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대법관은 모든 사건의 재판이 가능한 사람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권 대법관이 임기를 시작했으니 우리나라 유력 로펌 사건은 재판할 수 없는 대법관이 탄생한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셈입니다.
경희대 로스쿨 정형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권 대법관의 말대로 한다면, 대형로펌이 수임한 사건에서 권영준 대법관이 회피하여 재판에 관여하지 않는다면, 우리 대법원은 13명의 대법관을 갖는 거나 다름없다"고 언급했습니다.
정 교수는 "그리고 회피를 하겠다고 하지만, 이게 법관 맘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를 받지 못하면 재판을 해야 한다. 그러니 7개 로펌 사건 재판은 회피하겠다고 하는 것은 자기 스스로 지킬 수 없는 말이다"고 꼬집었습니다.
정 교수는 이어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도 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권 후보자가 회피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면서, "권 후보자 스스로 그간 관계를 맺은 로펌 사건을 회피하겠다는 것은 이해충돌상태가 되어 있어 불공정 시비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백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실 명예를 취하려면 돈을 포기하거나 해야 하는데, 돈도 벌고, 대법관이라는 명예도 얻고, 권력도 누리겠다는 건 지나친 욕심아닌가 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권카르텔' 언급을 많이 합니다만 법조계의 이권카르텔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