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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 할퀸 공주·논산 주민들 "수문 닫아놔 피해 커져"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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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룡 배수통문. 고형석 기자옥룡 배수통문. 고형석 기자
사흘간 이어진 폭우로 충남 공주시 옥룡동 일대와 논산시가 침수 피해를 입은 가운데 이번 사고가 인재(人災)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수문 닫고 30분 만에 물바다..공주 옥룡동 주민 '분통'


일부 주민들은 장대비가 쏟아질 당시 옥룡 배수통문의 운영기관인 공주시가 수문을 닫으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졌다고 주장했다.
 
17일 CBS취재를 종합하면,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15일 오전 7시 33분쯤 공주시는 대청댐 방류량 확대 소식에 금강이 범람할 것을 대비해 옥룡동 수문을 닫았다.
 
이후 옥룡동 일대는 하수관 곳곳에서 물이 분수처럼 솟아오르며 30분 만에 흙탕물이 흐르는 강으로 변했다. 설상가상으로 배수펌프마저 설치되지 않으면서 피해가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주민들은 급격히 차오르는 물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몸만 탈출하기 급급했다. 소방당국은 고무보트를 타고 주민들을 구조했다.
 
공주시 관계자들은 주민들의 민원 전화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시간은 오후 2시 30분쯤. 시 관계자들은 금강 수위가 낮아지는 것을 확인한 뒤 오후 3시 30분쯤 수문을 열었다.
 
수문이 열린 뒤 물이 빠지기 시작했고, 수마가 할퀴고 간 옥룡동 일대는 처참한 모습을 드러냈다.
 
주민 이모 씨는 "여기서 25년을 살았는데, 이런 일이 처음이다. 이건 인재"라며 "여기 밑이 금강 하천인데 공주에서 나오는 물이 방파제(수문)를 통해서 나가야 되는데 방파제를 막아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주시에 전화했더니 고장이 났다고 했다. 오전 7시 반에 일대가 물에 잠기고 오후가 다 돼서 수문을 열었는데, 물이 그냥 빠져버렸다"며 "7시간 넘게 물이 차있었는데, 식구들 차도 다 침식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주민도 "이미 전 재산을 잃었고, 한 분이 돌아가셨다"라며 "수문 때문에 그랬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최소한 빨리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한다. (수문을 열었으면) 안 돌아가셨고, 저희가 전 재산을 잃지도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공주시 관계자는 "배수 통문의 개폐 기준은 외수위가 내수위보다 같거나 높으면서 역류가 예상될 때인데, 당시 외수위가 너무 높아서 배수문을 원격으로 닫았고, 일부 옥룡동 주민이 닫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수문 개폐관련 공주시의 지침은 따로 없으나 보통 금강유역환경청의 사용매뉴얼을 따른다"며 "오후 3시 20분쯤 수문을 연 것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던 중 대청댐 방류량 등을 고려해 점차적으로 수위가 내려갈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수문만 열었어도…" '제방 붕괴 피해' 논산 주민들의 한숨


주민이 닫힌 수문을 바라보며 설명하고 있다. 김정남 기자주민이 닫힌 수문을 바라보며 설명하고 있다. 김정남 기자
"수문만 열었어도…"하는 한탄은 논산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논산천 제방이 무너진 뒤 논산시 성동면 원봉리 일대 농경지는 그야말로 물바다가 됐고 화정리와 삼오리 등지도 피해를 입었다.
 
해당 지역들은 제방이 무너지기 전부터 많은 비가 이어지자 하류의 수문을 열어달라고 농어촌공사에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수문을 열면 상류의 물이 강경 쪽으로 빠져나가게 된다고 주민들은 설명했다. 하지만 수문으로 가로막히면서 상류에서 내려온 물에, 제방 붕괴 후 논산천에서 밀려든 물, 하류로는 빠지지 않는 물이 갈 곳 없이 중간에서 고인 형국이 됐다는 것이다.
 
원봉3리 이장은 "지난주에도 계속 농어촌공사에 민원을 제기했는데 농어촌공사에서는 해당 수문이 30년이 넘어 고장이 나 열 수 없다고 했다. 또 한 번은 하류지역에서 민원이 제기된다고도 했다"며 "물바다가 됐는데도 지금도 수문을 막아 물을 안 빼주는 상태"라고 했다.
 
원봉1리 이장은 "하류지역에서는 배수장 배수펌프도 증설을 했는데 왜 이쪽에서는 활용할 수 없는 건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물이 다 빠져나가지 못하니까 오히려 역류해서 우리 비닐하우스로 들어온 것 같다"며 "물이 빠지지 않아 벼가 다 썩게 생겼는데 왜 대책을 세워주지 않는 건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원봉리 등 위쪽에도 배수장 2곳이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물은 빠질 줄을 몰랐다고 주민들은 주장했다. 원봉3리 주민은 "올해 초에 완공했는데 물이 빠지는지를 모르겠다. 배수장 바로 옆에 침수된 곳도 아직 물이 안 빠진 상태"라며 이유를 알고 싶다고 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농어촌공사 항의 방문도 고려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상류의 물이 한꺼번에 하류로 내려가면 하류의 농경지뿐 아니라 주거지역도 침수가 우려되는 상황이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제수문을 열고 조종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역 간 뜻이 다른 부분도 있어 저희도 고민이 있다. 과거에도 수문을 여는 것과 관련해 문제가 빚어져 해당 제수문은 30년간 사용되지 않았고 그간 각 구역별로 설치된 배수장을 통해 배수가 이뤄져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도 대비를 했지만 이번에는 하천수가 범람을 하다 보니 배수장이 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며 "해당 제수문이 구형 수동식 방식이다 보니 수압이 걸려 수문이 안 열리는 문제도 있었다"고 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현재 현장 여건이 작업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현재 하류지역 주민들에게도 설명해 제수문을 일부 열어 하류지역 배수장에서 감당할 수 있는 정도까지 물을 흘려보내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수해 지역을 방문한 김태흠 충남도지사도 이 문제를 언급했다. 김 지사는 17일 시장·군수와 도 실국원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집중호우 대처 점검회의에서 "어제(16일) 청양, 부여, 논산, 공주를 다녀왔는데 침수된 농경지의 경우 배수관문이 있음에도 제대로 작동 안 된 경우가 많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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