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성소피아 성당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윤석열 대통령은 6박 8일 간의 리투아니아·폴란드·우크라이나 순방을 통해 유럽 외교의 지평을 확장하고 안보 협력 강화,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 의지 등을 보여줬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2년 연속 참가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깜짝 방문' 등도 이뤄졌다.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15일 오후(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 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첫 정상회의를 가진 데 이어 두 번째였다.
윤 대통령은 공동 언론발표에서 "희망의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우크라이나의 일상 회복을 돕기 위한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당 이니셔티브는 △안보 지원 △인도 지원 △재건 지원 등 세 가지 분야로 나뉜다. 먼저 안보 지원에 대해선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공식 정상회의'에 힘을 실으면서 우리나라가 촉진자 역할을 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군수 지원과 관련해선 "지난해 방탄복, 헬멧과 같은 군수물자를 지원한 데 이어 올해도 더 큰 규모로 군수물자를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살상무기 지원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인도적 지원은 지난해 약 1억 달러에 이어 올해 1억5천만 달러의 지원을 이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양국 정부와 기업 간 협력 확대, 인프라 건설 등 재건 사업 추진, 전쟁으로 파괴된 교육기관 재건, 미래 세대를 위한 '윤석열-젤렌스키 장학금' 신설 등도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죽음을 겁낼 권리가 없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생즉사 사즉생의 정신으로 우리가 강력히 연대해 함께 싸워나간다면 분명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윤 대통령의 새로운 이니셔티브에 감사한다"며 각종 지원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피해에 애도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방문은 지난 10~15일 리투아니아·폴란드 순방 일정을 마친 뒤, 전격 이뤄졌다. 우크라이나 방문 가능성은 순방 전부터 거론됐으나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다가 순방 중 최종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우크라이나 출발 당일인 14일 오후 방문 계획을 기자단에 알렸다. 이에 따라 순방 일정은 이틀이 더 늘었다.
대통령실은 보안상 위험 노출 방지를 위해 방문 계획을 기자단에 공지할 당시 노트북 및 휴대전화 사용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대통령 비서실과 안보실, 경호처 소속 수행원을 최소화한 채 14일 저녁 우크라이나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항공기·육로·기차편 등을 섞어 14시간 만에 키이우에 도착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 주요국 정상들이 우크라이나를 비밀리에 찾을 때 이동 경로와 비슷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우리 군 파병지가 아닌 전쟁 중인 국가를 공식 방문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우크라이나 오흐마디트 국립아동병원을 방문해 위로와 격려를 전하기도 했다.
尹, 순방 중 집중 호우 피해 점검·대책 마련 지시
대통령실 제공윤 대통령은 국내 집중 호우로 인한 피해 확대와 관련해 순방 기간 및 우크라이나 방문 과정에서 수 차례 화상 회의를 통해 피해 상황 점검 및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폴란드에서 국빈급 공식 방문 일정 중이던 지난 13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재난 상황에서는 다소 과하리만큼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며 범정부적 대책 마련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직후에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한덕수 국무총리에 "군·경 포함 정부의 모든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재난에 총력 대응해달라"고 지시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빠져나오는 열차에서도 화상으로 국내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폴란드 바르샤바로 복귀한 뒤 중대본을 화상으로 연결해 점검 회의를 주재하며 "이번 폭우로 인해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속한 피해 지원과 저지대 진입 통제 등을 지시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 당시 수해 관련 지시에 대해 "현지에서 일정을 몇 가지 줄였다"며 "우리나라의 현재 수해 상황을 고려했을 때 현장 지휘도 필요했고, 상대 대통령에 양해를 구하고 공동 기자회견 직전에 별도로 화상회의를 통해서 지휘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방문 취소 검토' 여부를 묻는 질문에 "우크라이나로 향하던 그 시간(시점)이 아니면 우크라를 방문할 기회는 다시 없을 것 같았다"며 "그래서 고심을 했고, 당장 서울로 대통령이 가도 상황을 바꿀 수 없었기 때문에 필요한 지시는 하겠다 생각해서 하루에 한번 모니터링하신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순방 기간 내내 국내 호우와 관련해 한시도 고심을 늦춘 바 없다"며 "순방과 민생이 따로 있지 않다. 최선을 다해 순방에 임했고 국내 상황에도 동시에 전력을 다했다"고 밝혔다.
이번 순방에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2년 연속 참가했으며, 한·폴란드 정상회의를 갖고 경제 협력을 확대했다. 나토 정상회의 기간 중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최대 현안인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16일 오전(현지시간)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1호기' 편으로 바르샤바 쇼팽 국제공항을 출발했다. 윤 대통령은 17일 오전(한국시간) 귀국 즉시 중대본 회의를 직접 주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