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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조성진, 섬세한 듯 격정적…2500명 기립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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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대전(8일), 부천(9일), 울산(12일)

피아니스트 조성진. 크레디아 제공 피아니스트 조성진. 크레디아 제공 폭염과 폭우가 잠시 숨고르기했던 지난 5일 오후. 조성진의 피아노 리사이틀 둘째날 공연이 열린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로비는 관객들의 설레는 표정과 기분 좋은 웅성거림으로 가득했다. 조성진은 201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후 진화를 거듭하며 팬덤을 몰고 다니는 클래식계 최고 스타.

조성진은 이날 △브람스 피아노 소품 1·2·4·5번 △라벨 '거울' △슈만 교향적 연습곡을 선곡했다. 열렬한 박수 속에 등장한 조성진은 가장 먼저 브람스 피아노 소품을 연주했다. 경쾌하고 빠른 손터치에 이어 고개가 여러 번 들릴 정도로 다이내믹한 연주가 이어졌다. 숨 죽인 채 음악에 몰입했던 관객들은 조성진이 퇴장하자 참았던 기침을 쏟아냈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조성진이 국내 리사이틀 무대에서 처음 연주하는 라벨 '거울'이었다. 이 곡은 라벨의 예술적 영혼에 바치는 여러 가지 이미지를 표현했다. 앞서 조성진이 드뷔시, 시마노프스키 등 인상주의 작품에 대한 탁월한 해석을 보여줬던 만큼 공연 전부터 기대감을 품게 만들었다.

조성진의 '거울' 연주는 섬세한 듯 격정적이었고, 속삭이는 듯 울부짖었다. 마치 거울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내면의 솔직한 자아와 마주한 후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느낌이었다. 바닷속을 유영하는 물고기처럼 타건이 활기차고 단단했다. 1곡 '나방' 2곡 '슬픈 새들' 3곡 '대양 위의 조각배' 4곡 '어릿광대의 아침노래' 5곡 '골짜기의 종'까지 이어지는 대장정이 끝났다. 여운이 남는 듯 조성진은 한참 의자에 앉아 있다가 일어나 퇴장했다. 그 순간 정적을 뚫고 박수가 터졌다.

마지막 곡으로 준비한 슈만의 교향적 연습곡은 작곡가 스스로 교향악적이라는 표현을 썼을 정도로 스케일이 크다. 잠시 허공을 쳐다본 후 건반에 살포시 손을 올려놓은 조성진은 때론 힘차게, 때론 부드럽게 악보 속 음표를 펼쳐냈다. 무대 위 악기는 피아노 한 대이지만 오케스트라처럼 다채로운 선율을 뿜어냈다.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쏟아졌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크레디아 제공 피아니스트 조성진. 크레디아 제공 조성진은 커튼콜에서 앙코르 곡 3곡을 들려줬다. 첫 번째 앙코르 곡인 헨델 미뉴엣 g단조(편곡 빌헬름 캠프)는 아련한 느낌에 젖어들게 했고 두 번째 앙코르 곡인 구바이둘리나 '사콘느'는 기묘하지만 아름다운 불협화음의 세계로 관객을 인도했다. 더 이상 '건반 위의 음유시인'으로만 머물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들렸다. 

세 번째 앙코르 곡인 쇼팽 폴로네즈 제6번 '영웅'의 전주가 흘러나오자 객석에서 "와~" 탄성이 터졌다. 연주가 끝날 때쯤에는 2500명의 관객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공연은 마무리됐지만 관객들은 조성진의 얼굴이 새겨진 포스터를 연신 핸드폰 카메라에 담는 등 한동안 공연장 주변을 떠나지 못했다.

조성진의 리사이틀은 대전(8일), 부천(9일), 울산(12일)으로 이어진다. 대전과 부천 공연은 이날과 프로그램이 똑같다. 울산 공연은 헨델 건반 모음곡 제5번 E장조, 구바이둘리나 '샤콘느', 브람스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와 피아노 소품 1·2·4·5번, 슈만 교향적 연습곡을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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