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출생통보제' 도입을 등을 위한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재석 267인 중 찬성 266인, 기권 1인으로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대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출생통보제'가 99.63%의 찬성률로 의결됐음을 알렸다.
출생통보제는
아이의 출생을 당국에 알려야 하는 부모가 고의로 신고를 누락할 경우 호적상 존재하지 않는 '유령 아동'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아이가 태어난
의료기관은 출생 정보를 '14일 이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제출하고, 심평원은 이를 즉각 지자체에 통보한다.
시·읍·면장은 출생일로부터 한 달 이내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으면 모친 등 신고 의무자에게 7일 이내에 출생신고를 하도록 통지한다.
이후에도 신고가 안 될 경우엔 법원 허가를 받아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앞서 지난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법안심사1소위에서 2020년부터 여야를 통틀어 발의된 13건의 법률안을 심사한 뒤 이같이 통과시켰다. 법사위는 출생증명서를 대체할 수 있는 서면기록에 산모의 분만을 도운 119구급대원의 출동기록 사본 등을 포함시키는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의 발의안도 반영했다.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출생통보제' 도입을 등을 위한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법안은 공포일로부터 1년 후 시행된다. 다만, 의료기관에서 출생 통보를 하지 않았을 때의 처벌 조항은 따로 없다.
출생통보제 관련 법안은 이미 지난 18대 국회(2008~2012년)부터 현 21대까지 총 15건이 발의됐지만, 정치권은 의료계의 반대 등을 이유로 다소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여왔다.
10년이 넘게 계류하던 법안이 급물살을 탄 것은 지난 21일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다.
이날 검찰에 구속송치된 30대 여성 A씨는 지난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자녀 2명을 생후 하루 만에 목 졸라 죽인 뒤 시신을 비닐봉지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한 혐의(살인·사체은닉)를 받는다. 첫 범행 당시 A씨는 남편에게 임신 사실을 아예 알리지 않았고, 2차 시엔 '낙태하겠다'고 했다가 비용이 부담돼 출산 후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두 아이는 모두 당국이 출생 사실을 몰랐던 '미신고 아동'이었다.
연합뉴스정부는 지난 4월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거나, 필수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만 2세 이하를 학대위기 아동으로 보고 전수 점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지만, 전원 출생신고가 된 영아라는 전제가 있다.
부모가 출생을 숨긴 아이는 학대를 당하거나 잘못되더라도 국가가 보호할 방법이 없었던 셈이다.
수원 영아시신 사건도 감사원이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의료기관의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 2236명 중 '1%(23명)'의 표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보건복지부는 뒤늦게 병원이 발급한 '임시 신생아 번호'만 있는 미신고 아동 전수조사에 나섰다.
의료기관은 출생 직후 신생아에게 B형간염 등 필수 접종을 실시하며 임시 신생아 번호를 자동 부여하고, 이를 근거로 질병관리청으로부터 비용을 사후 정산 받는다. 문제는 이 번호에 친모의 정보가 누락돼 있다는 점이다. 산모 본인의 동의 없이는 추적도 불가했다.
수원 영아 외에도 적잖은 수가 학대 또는 살해당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실제로 정부가 지자체와 전수조사에 착수한 지 이틀째인 전날, 경남 거제시에서 사실혼 부부가 지난해 9월 생후 5일 된 아기를 야산에 암매장한 사실이 적발됐다.
출생통보제가 본격 시행되면 병원에서 출생하는 '대부분의 아동'에 대해서는 이러한 비극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는 "법 시행시 의료기관에서 출생한 모든 내국인 아동의 출생 사실이 정부에 통보돼 출생신고가 누락되는 사례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환영했다. 세이브더칠드런도 "아동의 존엄성이 온전히 보장돼야 한다.
최소한 병원에서 태어난 아동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한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물론, 이는
역으로 '병원 밖'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아직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부는 연간 수백 건의 '원외 출산'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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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당정이 출생통보제와 함께 도입하겠다고 밝혔던
'보호출산제'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원치 않은 임신 또는 준비되지 않은 채 임신을 한 미혼모나 미성년 임산부 등이 익명으로 출산을 원할 경우 신원을 숨기고 아이를 낳더라도 정부가 아동의 출생신고를 맡는 제도다.
출생통보제가 보편화될 경우 외부에 출산을 알리기 꺼려하는
임산부들이 자택 등 병원 밖에서 아이를 낳을 가능성에 대한 보완적 특성을 띤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의 동시도입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으나, 야당에서는
'자칫 익명출산을 부추기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에서도 '7월 내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보호출산제도
생모의 사생활을 보장받을 권리와 자녀의 알 권리를 조화시키는 방향으로의 보완 입법이 유력하다.
일각에서는 출생통보제로 인한 병원 내 출산 기피를 염려하는 것이 오히려 선입견이라며, 미혼모 등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근본적 대책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법사위 간사인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은 이날 출생통보제 표결에 앞서
"(보호) 사각지대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현재 국회 복지위에서 논의 중인 보호출산제 또한 함께 도입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