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장기간 최고경영자(CEO) 공백 사태를 겪고 있는 KT가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한다. 새로운 사외이사진 구성과 정관 개정을 계기로 차기 CEO 인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대부분 안건이 무리없이 통과될 걸로 전망되지만, CEO 자격 요건에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전문성을 제외한 정관 변경에는 일부 잡음이 예상된다.
KT는 30일 개최하는 임시주총에서 차기 CEO 후보를 선정할 새 사외이사 후보 7명의 선임 여부를 결정한다. 신임 사외이사 후보는 △곽우영(前 현대자동차 차량IT개발센터장) △김성철(現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안영균(現 세계회계사연맹IFAC 이사) △윤종수(前 환경부 차관) △이승훈(現 KCGI 글로벌부문 대표 파트너) △조승아(現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최양희(現 한림대 총장) 등이다. 이중 곽우영·이승훈·조승아 후보자는 주주 추천을 받은 사외이사 후보다.
새 사외이사 후보 중에서는 윤종수 전 차관의 선임 여부가 변수다.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는 윤 전 차관의 선임에 반대를 권고했다. 윤 전 차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차관을 지냈고, 현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근 고문이다. 글래스루이스는 이같은 배경 탓에 KT가 향후 법률 자문을 김앤장에 몰아줄 우려가 있다고 반대를 표했다. KT주주모임과 새노조는 윤 전 차관이 "통신 업계 전문성과 거리가 멀다"는 이유에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글래스루이스와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한축으로 꼽히는 ISS는 새 사외이사 후보 7명 모두에 찬성을 권고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ESG평가원도 "국민적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결정적인 결격 사유가 없다"며 찬성 의견을 냈다. KT노조 역시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이뤄야 한다"며 사외이사 후보자 모두를 지지하고 나섰다.
이날 확정되는 사외이사진은 앞으로 차기 KT CEO를 뽑는데 중심적 역할을 하게 된다. 경영 공백 장기화에 따른 위기감이 팽배한 만큼 사외이사진 구성을 더이상 늦출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작지 않다. 윤 전 차관의 선임 여부를 두고 일부 반대 목소리가 있지만, 새 사외이사 선임이 원안대로 가결될 가능성을 대체로 높게 보고 있는 이유다.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과 현대자동차그룹 등도 윤 전 차관의 선임에 반대하는 의견은 특별히 내지 않을 걸로 관측된다.
가장 큰 잡음이 예상되는 부분은 CEO 후보자의 자격요건을 바꾸는 정관 개정안이다. 앞서 KT가 내놓은 정관 개정안에는 기존 CEO의 자격 요건이었던 'ICT 분야 지식과 경험' 문구가 빠지고 △기업경영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역량 △산업 전문성 등 4가지 항목이 들어갔다.
KT 제공KT의 주된 사업인 ICT 분야 전문성을 자격 요건에서 삭제하자 안팎에서는 당장 '낙하산' 우려가 제기됐다.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사를 차기 CEO로 앉히고자 'ICT 분야 지식과 경험'을 정관에서 덜어낸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KT새노조는 "정관상 대표이사 후보자 자격 요건에서 ICT 전문성을 산업 전문성 등으로 변경한 건 낙하산 CEO를 염두에 둔 사전 작업"이라고 비판했다.
전직 임원 출신 모임인 'K-비즈니스 연구포럼'도 "정관상 자격 요건인 ICT 전문성은 현행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에 KT 측은 "기존 통신뿐만 아니라 금융, 미디어, 부동산 등 그룹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와 유관 경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산업 전문성으로 범위를 넓혔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KT노조는 정관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힘을 실었지만, KT 주주모임 등이 해당 정관 변경에 반대할 공산이 커 일부 미세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KT는 올해 들어 CEO 후보자가 두번이나 사퇴하는 고초를 겪었다. KT 이사회가 구현모 전 대표와 윤경림 전 사장을 대표 후보로 올렸지만 정부·여당의 '이권 카르텔' 비판에 중도 사퇴했다. 이후 KT는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의 CEO 직무대행 체제 아래 대표이사 선임 절차와 이사회 역할 등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해왔다. KT는 다음달 초쯤 차기 CEO 선임 절차를 시작해 같은달 후보 1인을 확정하고 8월에 최종 선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