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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 꽉 닫힌 문에 절망·공포…심폐소생술 익히자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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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국가민방위재난안전교육원에서의 '재난안전 체험기'
화재 , 지진, 태풍 등 재난대비 평소 훈련 없으면 대응 어려워

취재진이 지난 20일 공주 국가민방위재난안전교육원에서 소화기를 분사하고 있다. 행안부 제공 취재진이 지난 20일 공주 국가민방위재난안전교육원에서 소화기를 분사하고 있다. 행안부 제공 
온통 어둠. 허리를 숙이고 벽을 더듬으며 전진했지만 발에 뭐가 걸리거나 헛디뎌 넘어지지 않을까 속도가 나지 않았다.  

간신히 문 하나를 찾아내 들어갔고 이어진 탈출구를 찾아 가는데 "다시 입구로 나오시면 안됩니다. 방향이 틀렸습니다"라는 방송 멘트가 나왔다.

당황해서 몸을 돌려 다시 전진. 또 다른 문손잡이를 찾아냈지만 문은 굳게 닫혀 열리지 않았다.  

젖은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는 흉내를 내고 허리를 숙였지만 실제 유독가스로 숨이 턱턱 막히고 사람들의 비명소리라도 들려오는 상황이라면 나는 과연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고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을까? 정신이 아득해졌다.

지난 20일 충남 공주시 사곡면에 있는 행정안전부 국가민방위재난안전교육원에 마련된 재난안전체험관을 찾았다.

16개 체험시설에서 지진, 태풍 등 자연재난의 위력을 체험하고, 화재 시 신속하게 대피하는 방법과 소화기 사용법 등을 익힐 수 있는 곳이다.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위급상황에서 피난기구를 이용해 대피하는 요령도 체험할 수 있다.

화재 상황에서 완강기를 타고 내려오는 체험. 행안부 제공 화재 상황에서 완강기를 타고 내려오는 체험. 행안부 제공 
기자도 좀 헤멨던 연기탈출체험장.  체험관 강사는 "15명 중 8명이 헷갈려했다"면서 "실제 위기 상황에서는 더 어려울 수 있다. 체험교육으로 행동을 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화재 상황에서 완강기로 대피하는 것도 배웠다. 집 베란다에서 보긴 했지만 한번도 해보지 않아 실제 상황이 닥치면 무용지물이 될 지도 모를 완강기였다.


완강기를 연결고리에 연결하고 벨트를 겨드랑이 사이에 꼭 맞춰 끼운 뒤 '앞으로나란히' 자세로 벽면을 손으로 집으면서 내려오면 된다.

야외 소화기 체험장에서는 소화기 손잡이의 안전핀을 뽑고 호스를 불의 발화점을 향해 겨누고 손잡이를 당겼다. 4명이 동시에 소화기를 분사하자 불은 몇 초 만에 꺼졌다.

지진체험장에서는 테이블 앞에 서 있다가 진도 5 지진이 시작되자 책장과 액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몸을 보호하기 위해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 테이블 다리를 붙잡고 앉았다. 진도 6에 이어 7까지 올라갔을 때는 굉음과 진동 때문에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다. 테이블 다리를 붙잡고 있었는데도 몸을 제대로 지탱하기가 쉽지 않았다.

풍동체험장은 초속 30m 속도의 강풍이 불도록 설계됐다. 지난 2020년 태풍 마이삭 상륙 시 해상의 최대풍속은 초당 23m였다.

강풍에 맞서 넘어지지 않고 서 있으려면 몸을 다소 앞으로 기울여야 했다. 몸의 방향을 틀거나 다리를 움직였다가는 균형을 잃고 쓰러질 것만 같았다. 바람이 세졌을 때는 발 앞부분이 위로 들리기까지 했는데 강풍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심폐소생술을 익히고 있는 취재진. 행안부 제공  심폐소생술을 익히고 있는 취재진. 행안부 제공 
말로만 듣던 심폐소생술도 익혔다. 심정지 환자의 골든타임은 약 4~6분이다. 이후에는 심각한 뇌손상이 발생한다고 한다. 심정지 환자를 최초목격자가 발견하자마자 2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한다면 환자의 생존율은 2배나 3배 높아지게 된다.

하나,둘,셋,넷… 숫자를 세어가며 마네킹의 가슴을 압박하는 방법을 배우고 심장박동충격기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혔다. 위급한 상황에 빠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해졌다.

국가민방위재난안전교육원에서는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에 대한 재난안전교육, 민방위·비상대비교육 외에도 재난안전 체험교육이 이뤄진다. 연기탈출체험, 심폐소생술 체험, 지진 체험, 풍동 체험, 완강기 체험, 공기안전매트 체험, 화생방 체험, 소화기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올해 1/4분기에 총 932명이 찾아 재난안전 교육을 받았다. 겨울방학 동안에는 34개 가정 117명이 재난안전체험관을 찾아 안전을 체계적으로 학습하고 몸으로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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