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전차. 현대로템 제공 폴란드에만 무려 1천여대의 공급 계약을 맺으며 'K방산' 붐을 주도한 K2 흑표 전차와 세계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한 K9 자주포가 또 다시 성능 개량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정상급 품질을 인정받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방호력 등의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데다 경쟁국들의 개발 추세에 비춰 비교우위를 계속 장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전차 무용론'에 오히려 성능개량 필요성 부각…K2, 방호력 등 개선 추진
K2 전차가 부교를 건너고 있다. 박종민 기자
K2 전차는 지난해 폴란드를 상대로 1차 수출 물량만 180대(약 3.5조원) 계약을 체결하며 우리 방산 역사상 첫 완성품 전차 수출로 기록된 명품 무기다.
개발 단계부터 디지털 기반에서 시작해 3.5세대 전차로 평가되는 K2 흑표는 제작사인 현대로템 기술진이 "흑표를 능가하는 전차는 없다"고 자부할 정도의 성능을 지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때 '전차 무용론'이 나올 만큼 전차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막강한 러시아 전차들조차 드론과 미사일 공격에 맥없이 파괴된 것이다. 다만 이는 역설적으로 전차 성능 개량 필요성이 대두된 계기도 됐다.
이에 따라 미사일 방어력을 늘리기 위한 능동방호장치나 드론 공격에 대처할 전파방해장비, 전면 특수장갑, 원격사격통제체계 등의 개선 및 도입 수요가 제기됐다.
이미 폴란드 1차 수출 후 공급할 폴란드형 모델인 'K2PL' 800여대는 능동방호시스템과 360도 전방위 감시시스템 등을 장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방산업계는 1984년 첫 국산전차 K1을 개발한 이후 K1E1, K1A1 등으로 지속적인 성능 개량을 통해 기술력을 쌓아왔고 결국 K2까지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승무원 숫자는 4명에서 3명으로 줄어들고 엔진 출력은 1200마력에서 1500마력으로 늘어났으며 주포는 105mm 강선포에서 120mm 활강포로 증강됐다.
정부와 방산업계는 이와 별도로 성능 개량 수준을 뛰어넘어 미래형 전차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최근 제주군사기술학회에서 유무인합동(MUM-T) 시스템을 선도하기 위한 한국형 차기 전차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K3로 불리게 될 이 전차는 주포의 화력이 130mm 활강포로 더 강화됐고 스텔스 형상을 띤 점이 눈에 띈다.
세계시장 석권한 K9 자주포, 방심은 금물…K9A2 업그레이드 착수
K9 자주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K9은 2010년 이후 수출된 현대화된 155mm 자주포 물량의 45%를 차지할 만큼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국내 대량생산기반이 갖춰져있고 한국군이 20여년 간 주력 화포로 운용하며 성능이 검증돼있다는 등의 이점으로 향후 수출 전망도 밝다.
독일 PzH 2000, 미국 M109A7, 프랑스 CAESAR, 중국 PLZ-05, 러시아 2S19 Msta 등 세계 주요 자주포와 비교해 거의 동급이거나 우세한 성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무기 개발 경쟁에서 자주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오히려 155mm 포탄 수급이 국제 정치의 민감한 화두가 될 만큼 포병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군은 2018년 K9A1으로 성능 개량한데 이어 K9A2로 업그레이드 한다는 계획 하에 자동탄약공급장치 개발 작업 등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분당 최대 6발의 발사속도를 9발로 늘리고 운용 병력을 5명에서 3명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성능 개량으로 지금과 같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도 분당 발사속도를 6~10발로 개선하고 있고 사거리는 현재 30km에서 70km까지 대폭 늘릴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독일은 승무원 수를 2명으로 줄이고 자주포로선 세계 최초로 이동 간 사격 기능까지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도 분당 발사속도를 16발까지 늘릴 것을 목표로 하고 로켓 추진 탄약을 통한 사거리 연장과 무인포탑 등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군사 선진국들은 K9A2보다 더욱 발전된 체계로서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며 인공지능(AI) 활용과 유무인 복합체계, 폭탄 성능 개량 및 사거리 연장 등의 필요성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