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비인간, 문학적 도구로서 존중 필요"…얀 마텔×김중혁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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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얀 마텔과 김중혁 작가의 대담이 진행되고 았다. 김민수 기자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얀 마텔과 김중혁 작가의 대담이 진행되고 았다. 김민수 기자 "동물, 식물, 사물은 비인간적인 생물학적 존재지만 다양한 상징성을 가진 존재이기도 하다. 이러한 (비인간적) 존재의 상징성이 소멸된다면 상대적인 인간성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인간적이든 비인간적이든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문학적 도구로서 존중받아야 한다."

'파이 이야기'의 작가 얀 마텔은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서울국제도서전 스포트라이트 컨트리 캐나다관 주재 '얀 마텔×김중혁 작가 대담'에서 그의 작품 '파이 이야기'에 인간주체보다 리차드 파커(호랑이)와 같은 비인간주체에 중점을 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올해 도서전의 주제는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 넌 휴먼'이다. 인간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당면한 기후위기, 인공지능(AI) 등 인간이 당면한 문제를 동물, 식물, 사물들과 같은 '비인간'과의 공존을 조망해 보자는 취지다.

이날 대담은 김 작가가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를, 얀 마텔이 김 작가의 단편소설집 '악기들의 도서관'을 읽고 책을 통해 투영된 인간과 비인간의 이야기를 서로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파이 이야기'를 통해 내 삶을 다시 살 수 있다면 어떤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라고 말한 김 작가는 도서전 주제가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에 반박하고 싶다며 왜 다시 인간으로 가야하는 지 의문이라고 운을 뗀 뒤 "최근 식물이나 동물 이야기를 다룬 책들이 많은데 비인간을 추구하는 경향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동물이나 식물을 의인화해서 인간의 눈과 마음으로 쓸데없는 걱정을 씌우는 것은 아닌가 싶어 의인화하는 소재의 글을 쓰는 데 거부감이 든다"며 "소설집 '악기들의 도서관'은 식물이나 광물, 사물의 시각이나 마음으로 이 세상을 이해해 보고싶은 마음으로 썼다"고 말했다.

소설집 '악기들의 도서관'은 △자동피아노 △매뉴얼 제너레이션 △비닐광 시대(vinyl狂 時代) △악기들의 도서관 △유리방패 △나와 B △무방향 버스-리믹스 △고아떤 뺑덕어멈 △엇박자 D 등 김 작가가 발표한 8편의 단편소설을 묶은 책이다.

얀 마텔은 이 소설집을 두고 "소설집 거의 모든 이야기에 다양한 형태의 음악 이야기가 들어가 있어 읽는 내내 굉장히 즐거웠다"며 "작가의 상상력인지, 한국인들이 가진 보편적 기질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것이 예술이 될 수 있는 것, 누구나 예술을 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와 유머가 매우 흥미로웠다"고 평가했다.

함께 존재하는 비인간에 대해 주체성을 부여하고 인간과 같은 권리를 부여하자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두 작가는 다양한 시각을 드러냈다.

얀 마텔은 결국 존중의 문제라며 "자연에는 음악이 없다. 새들이 짝짓기를 하기 위해 소리를 내는 것처럼 자연은 자기의 역할에 집중하는 것이다. 식물이 꿀벌을 유혹해 번식하려는 행위처럼 본능적인 성적 매력을 우리는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 자체는 괜찮다. 하지만 비인간에 대한 존중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인간의 수준으로 가져오는 단계까지는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김 작가가 말한 '식물처럼 살고 싶다'는 것은 수도승처럼 매우 명상적인 표현인데, 식물은 명상이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서 존재하는 것일 뿐, 이를 인간과 같은 수준이라고 균일화해서는 안 된다"며 "인간은 지구를 구성하는 수많은 종 중의 하나다. 생명체가 아닌 것도 많다. 그런 존재나 생명에 대해 존중할 수 있지만 어떻게 권리를 부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식물처럼 살고 싶지만 햇볕 알러지가 있다"며 농을 던진 뒤 "책 '악기들의 도서관'은 사람이 쓴 기록은 없고 사물들로만 채워져 있다. 소설과 같은 인간의 기록이 길어야 1만 년 유지될 수 있을까 싶다. 언젠가 모든 게 사라지면 사물들이 우리의 역사를 대체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그런 이야기를 쓰게 됐다"며 "인간보다 비인간에 집중한 것은 그런 존재로서 사물을 바라봤기 때문"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대담 말미 청중 질문에서 미스터리 장르 신인 작가라고 밝힌 한 참관객이 미스터리 독자들은 트릭과 반전을 선호하는데 여기에 집중하다 보면 내용이 너무 정형화되는 것 같다며, 미스터리 장르에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담아내고 싶다고 조언을 구했다.

이에 대해 얀 마텔은 "문학과 장르픽션은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며 "장르픽션은 로맨스의 경우 사랑이 있어야 하고 남녀나 게이의 사랑이 될 수도 있다. 적당한 어려움도 있고 그 난관을 극복하며 끝에 사랑을 이루는 규칙이 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도 살인이 있고, 살인자가 있고, 우리가 다 알고 끝에 놀라운 반전이 있지만 새로운 것은 없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반면 문학소설은 어떤 것을 기대해야 하는지 독자들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장르 픽션은 독자의 기대에 충족해야 하지만, 인간성을 추구하는 문학적 요소를 지향한다면 규칙 없이 쓰는 방법을 먼저 배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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