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챔피언은 나!' 지난 시즌 프로당구 남녀부 시즌 랭킹 1위 조재호(왼쪽부터), 스롱 피아비와 올 시즌 프로행을 선언한 한지은, 다니엘 산체스, 이충복이 7일 개막 미디어 데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PBA 지난 2019년 출범 이후 올해 5번째 시즌을 맞는 프로당구(PBA). 세계 3쿠션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몰리면서 어느 시즌보다 치열한 우승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4대 천왕' 다니엘 산체스(에스와이)와 한국 3쿠션 베테랑 이충복(하이원리조트), 대한당구연맹(KBF) 랭킹 1위 한지은(에스와이) 등 올 시즌을 앞두고 PBA 진출을 선언한 선수들이 다부진 출사표를 던졌다. 7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3-24시즌 PBA 투어 개막 미디어 데이'에서다.
산체스는 올 시즌 PBA에 합류한 선수들 중 가장 주목을 받는다. 산체스는 세계캐롬연맹(UMB) 시절 PBA를 주름잡고 있는 최강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웰컴저축은행)과 '황제' 토브욘 브롬달(스웨덴), '인간 줄자' 딕 야스퍼스(네덜란드)와 함께 세계 3쿠션 4대 천왕으로 불렸다. 16차례의 월드컵 우승을 이뤘고, 4차례 세계선수권을 제패했다.
이날 미디어 데이에서 산체스는 유창하게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다니엘 산체스입니다"라고 인사했다. 산체스는 국내 팬들에게 인기가 많아 한국에서 사업을 해온 만큼 언어 소통에 문제가 없다.
산체스는 출범 5년 만에 PBA에 진출한 데 대해 "원년 시즌 미팅 때는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당시에는 불확실성이 높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러나 편안한 환경이 아닌 새로운 무대에서 변화를 주고 싶었다"면서 "지금이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해 PBA에 도전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PBA 통산 최다인 7회 우승에 빛나는 쿠드롱에 대해 산체스는 "테이블에서는 라이벌이지만 밖에서는 친구일 뿐"이라면서도 "지난 5년 동안 만나지 못해서 오랜만에 보는 것에 굉장히 기대가 된다"고 설렌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지난 시즌 랭킹을 보면, 쿠드롱, 조재호(NH농협카드),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 이충복, 최성원(휴온스) 등 모두가 우승자가 될 만한 실력을 가졌다"면서도 "물론 내가 될 수도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2022 베겔 세계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생애 첫 준우승을 차지한 이충복(오른쪽부터)이 우승자 브롬달과 입상한 야스퍼스, 산체스와 기념 촬영을 한 모습. 대한당구연맹이충복도 지난 2007년 수원월드컵에서 황제로 군림하던 브롬달에 깜짝 승리를 거두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PBA 출범 이전인 2016년 당시 최고 상금이 걸린 LG U+ 3쿠션마스터스 우승과 2022년 베겔 월드컵 준우승 등을 거둔 바 있다. 이충복은 "프로행을 선언한 이후 몸무게를 8kg 감량했다"면서 "다이어트와 20년간 꾸준히 노력한 성실함을 무기로 PBA에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KBF 여자 랭킹 1위로 PBA에 진출한 한지은도 "개막전 목표는 4강권"이라면서도 "PBA 이전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는 김민아(NH농협카드) 선수를 꼭 이겨보고 싶다"고 패기를 드러냈다. 김민아 역시 KBF 1위 출신으로 지난해 '하나카드 PBA 챔피언십'에서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를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이들 외에도 강자들이 새로 PBA에 합류했다. '예술구 마스터' 세미 세이기너(튀르키예·휴온스), 한국인 유일의 세계선수권 우승자 최성원 등이다.
조재호(왼쪽)가 '2022-23시즌 프로당구 PBA 대상 시상식'에서 남자부 영예의 대상을 안은 뒤 PBA 김영수 총재로부터 트로피를 받고 기뻐하고 있다. PBA 이들 신진 세력에 맞서는 기존 챔피언들도 우승을 양보할 생각이 없다. 지난 시즌 남녀부 랭킹 1위를 차지한 조재호와 피아비는 수성을 다짐하고 있다.
조재호는 "실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이 들어왔다"면서 "적응은 시간문제일 듯하다"고 짐짓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지난 시즌에 너무 뜻밖의 좋은 성적을 거두어 행복했는데, 올 시즌도 그 기운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국내 선수들이 우승을 많이 했으면 좋겠고, 그 중 1번 이상은 내가 됐으면 좋겠다"고 디펜딩 챔피언의 자신감을 보였다.
조재호는 지난 시즌 정규 투어 개막전과 최종전, 왕중왕전까지 3관왕에 올랐다. 쿠드롱 등 외국인 강자들을 제치고 국내 선수 최초로 시즌 랭킹 1위를 달성했다.
스롱(왼쪽)이 '2022-23시즌 프로당구 PBA 대상 시상식'에서 여자부 대상을 수상한 뒤 PBA 김영수 총재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PBA스롱도 지난 시즌 조재호와 똑같이 개막전과 최종전, 왕중왕전까지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소속팀 블루원리조트가 타이틀 스폰서로 나서는 개막전에서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스롱은 "데뷔 이후 경주(블루원리조트)에서만 2승을 했는데, 이번 개막전에서도 꼭 우승해 진정한 '경주의 여왕'으로 거듭나겠다"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올 시즌은 오는 11일부터 경북 경주 블루원리조트에서 열리는 '경주 블루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으로 시작된다. 9개 팀이 경쟁하는 팀 리그는 8월 막을 올린다. 과연 새로운 실력자들이 PBA에 거센 변화의 물결을 일으킬지, 기존 강자들이 매운 맛을 보여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