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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22년째 실종 여중생들 생존 가능성 제기…"너흰 잘못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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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성행 미성년자 인신매매 사건 연관성
"그렇게 성매매 집결지서 처음 일해" 증언
"초기 구조요청 좌절…무력감·심리적 감금"
"보고 싶어" "꼭 연락해" "돌아오길" 호소

열여섯 살이던 지난 2001년 실종된 민경미(왼쪽)양과 김기민양 현재 모습을 추정한 이미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화면 캡처열여섯 살이던 지난 2001년 실종된 민경미(왼쪽)양과 김기민양 현재 모습을 추정한 이미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화면 캡처22년째 미제로 남아 있는 대구 여중생 실종 사건을 다룬 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 측이 해당 여중생들의 생존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사건과 지난 2000년대 초반 사회 문제로 대두됐던 미성년자 인신매매 사건의 연관성을 찾아내면서다.

지난 3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신박진영 전 대구여성인권센터 대표는 "(2000년대) 초반에 있었던 유사한 시기에 여동생이 실종된 다음에 실종신고를 냈는데, 경찰에서 가출신고만 받고 찾아 주지도 않고 있다가 '나 꺼내달라'고 연락이 왔단다"며 "그 전화 한 통, 그런데 그 전화도 그러고 나서 자세히 이야기하기 전에 끊겨 버렸단다"고 유사 사례를 전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지난 2001년 12월 7일 자정 무렵 갑자기 사라진 열여섯 동갑내기 중학교 3학년 김기민양과 민경미양 실종 사건을 집중조명했다.

'그알' 제작진에 따르면 김양이 알고 지낸 한 오빠가 있었는데, 다이너스티 차량을 몰며 김양을 종종 태워줬다고 한다. 또 다른 친구는 실종 전 민양으로부터 '김양이랑 같이 김양이 아는 오빠를 만나러 갈 건데, 같이 갈 수 있느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그 남성의 얼굴을 봤다거나 다이너스티 차량 번호판을 기억하는 친구들은 없는 상황이다.

당시 경찰은 이 사건을 단순 가출로 판단하고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그렇게 실종 보름이 지났을 무렵 김양 어머니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그런데 김양이 다급하게 "엄마, 나 좀 살려줘! 살려줘!" "지금 부산역에 있다"고 말한 뒤 통화가 끊겼다고 한다. 어머니는 바로 부산역에 가봤지만, 끝내 김양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듬해 3월쯤에는 민양이 메신저에 접속해 한 친구에게 '무섭다. 나 좀 찾으러 와 줘'라는 메시지를 남기고는 바로 대화방을 나갔다고 한다.

지난 20년간 이러한 사례를 수없이 봐 왔다는 신박 전 대표는 "너무나 유사한, 그때 봤던 그런 만행, 제가 경험했던 그 시대상으로 보면 (성매매) 업소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다정한 오빠처럼, 친구처럼 친밀감을 쌓고 신뢰를 얻은 다음에 (업소로) 데려가서 바로 그 자리에서 그냥 넘긴다"고 전형적인 피해 사례를 들었다.

부산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이윤서 소장 역시 "(성매매 피해여성) 10명에게 전화했을 때 3, 4명은 '나 어렸을 때 그랬어' '나 그렇게 해서 (성매매) 집결지에서 처음 일했잖아'라고 이야기했다"며 "아는 오빠가 차를 갖고 와서 같이 놀다가 나를 데려갔고, 어딘지 모르는 곳에 내가 내렸더니 거기가 (성매매) 집결지였다"는 피해 여성들 증언을 전했다.

앞서 지난 2002년 11월 30일 방송된 '그알' 426회에서도 미성년자를 유혹해 이른바 '티켓다방'과 같은 유흥업소에 팔아넘기는 일당을 추적한 바 있다. 당시 제작진은 티켓다방 종업원들이 대부분 10대 청소년들로 교체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 과정에서 미성년자를 끌어들이는 소개업자, 다시 말해 인신매매범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그알'을 진행하는 배우 김상중은 "실종 직전과 직후 상황들을 자세히 고려해 봤을 때 두 사람(김양과 민양)의 실종이 2000년대 초반 당시 빈번했던 성인신매매 범죄와 관련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며 "살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면 무엇보다 두 사람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만큼 가족들의 동의 하에 해당 부분에 대한 취재를 이어나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취재 결과로 봤을 때 2001년 12월 8일 0시 무렵 김양과 민양이 만났던, 차를 가진 남자는 성매매업소 소개업자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두 여중생이 현재 살아 있더라도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는 결단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초기에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도움이 좌절되거나 전혀 소용이 없게 되는,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아주 심각한 자포자기, 무력감을 갖게 된다"며 "학습된 무력감이나 심리적인 감금 등이 이뤄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김양과 민양 가족, 친구들은 이날 방송에서 한 목소리로 "살아만 있어 달라" "살아 있다면 돌아오라"고 호소했다.

친구들은 "이 방송을 보고 있다면, 우리는 네가 어떤 모습이라도 진짜 상관없다. 이거 보고 꼭 연락해 줬으면 좋겠다" "무슨 일이, 어떤 일이 있었다 해도 우리는 여전히 너를 생각한다" "함께 보냈던 즐거웠던 시간만큼 앞으로 많은 세월 더 즐기면서 함께 지내고 싶으니까 꼭 돌아와 줘" "22년이라는 시간 동안 네가 변했든 내가 변했든 아무 상관없다. 너랑 나랑 우리는 그 시간에 멈춰 있는 것이고 그 마음 그냥 그대로다. 제발 꼭 연락 줘. 너무너무 보고 싶다"며 눈물을 훔쳤다.

김양 어머니는 딸과 주고 받은 편지를 간직한 채 그 시간에 멈춰 있었다. 그는 "울고 싶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아무것도 못 치우잖나. 끝났어, 내가"라며 "울고 싶다. 통곡하고 싶다. 몇 년을 울다가 이제 세월이 끝났다. 아유, 내 딸아"라고 한탄했다.

민양 어머니는 "내가 잘못했어요, 진짜. 내가 그때 더 노력했어야 했는데"라며 오열했다. 그는 딸에게 "너는 잘못한 것 없다. 괜찮아. 너는 돌아오기만 하면 된다. 돌아오면 엄마가, 그 다음은 엄마가 다 알아서 할게. 제발 자책하지 말고 돌아와. 네 잘못 아니야"라고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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